뜬금없는 우주과학 ⑦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식물을 시들게 만드는 실내 오염물질

우리의 호흡기를 공격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 때문에, 날씨는 안 봐도 미세먼지 농도는 확인하는 요즘이다. 집 밖을 나서면 마주하는 미세먼지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사실 실내 미세먼지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라돈,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부유세균, 곰팡이 등 수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돼있다. 이런 각종 오염물질은 부엌에서 요리만 해도 생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털의 진드기, 세균 등으로 각종 오염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 환경부는 실내 미세먼지를 낮추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라고 말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상태인 날이 드문 것 또한 현실이다.

육류 조리법에 따른 미세먼지와 TVOC 발생 농도 출처 : 환경부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에 오염물질이 갇히게 되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우주선과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우주선은 창문을 열어 통풍한다는 개념이 없는 더욱 폐쇄적인 공간이다. NASA는 이 공간 속에서 식물을 재배해 우주인의 식량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밀폐된 구조로 인해 식물이나 과일이 빨리 시들거나 부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 중 유해 물질 제거 장치를 개발했고, 이것이 공기 청정기로 변신해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우주에서 상추 키우기

1990년대, NASA는 달, 행성처럼 우주인이 오래 머무는 미션 지역에선 농작물 재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서 식물은 무색, 무취의 에틸렌이란 가스를 공기 중으로 배출했다. 에틸렌은 식물의 부패를 가속화시켰고, 과일과 야채를 빨리 익게 했으며, 꽃은 빨리 시들게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SFC(Marshall Space Flight Center)는 에틸렌 감소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이용한 식물 성장실을 개발했다.

이 장치는 얇은 이산화타이타늄(TiO2) 막으로 덮인 튜브 형태로 이 속으로 공기가 끌려 들어가게 된다. 튜브 속 자외선이 이산화타이타늄과 작용해 에틸렌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고, 이는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요소들이다. 1995년 컬럼비아 우주선 미션에서 에틸렌 스크러버를 사용해 감자 수확에 성공했고,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다양한 미션에 사용됐다.

미즈나(Mizuna) 상추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 출처 : NASA

 

알레르기, 천식, 축농증에 탁월한 공기 청정기

KES Science&Technology는 위스콘신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으로부터 이 기술을 이전 받고, 아키다 홀딩스(Akida Holdings)와 협업해 에어로사이드(Airocide)를 출시했다. 에어로사이드는 공기 중 박테리아, 곰팡이, 유해 세균, 바이러스, 휘발성 유기화합물, 악취 등을 제거할 수 있다. 가정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슈퍼마켓, 식품 유통 시설, 와이너리, 꽃 사업장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각종 유해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강력한 세균 박멸 효과로 서울대병원, 연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등 국내 의료 기관에서도 사용 중이다. 제품 사용자들은 천식, 알레르기, 축농증과 관련한 증세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에어로사이드(Airocide) 의 에어로사이드 오렌지 APS-200S 제품 출처 : 에어로사이드

 

에어러스 홀딩스(Aerus Holdings)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빌딩의 난방, 환기, 통풍(HVAC, 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 시스템으로 공기를 정화해, 세균을 박멸하는 것이다. 기존 기술에 이산화타이타늄과 반응하는 금속을 추가해 자연에서 발생되는 항미생물제, 과산화수소 같은 대전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고, 이 물질들은 공기 중 각종 오염물질을 끌어당겨 정화시킨다. 실제 캔자스주립 대학교(Kansas State University)는 이 기술이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알균(MRSA)을 99.8%, 대장균을 98.1%까지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에어러스(Aerus)의 에어 스크러버(Air Scrubber) 제품 출처 : 에어러스

 

어디서도 피할 수 없는 미세먼지, 좋은 제품만으로 해결될까?

깨끗한 실내 공기를 위해 우주선에서나 쓰이던 기술까지 상용화됐지만,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 날에도 마스크 하나 쓰지 않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날씨 예보에도 오늘의 미세먼지가 나오는 만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높으나, 그에 비해 대비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경부는 지하철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측정망을 설치하고, 실내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실내공기질 자료공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19년 2월 22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충무로역 실내공기질 현황 출처 : 한국환경공단 실내공기질 자료공개 서비스

 

이처럼 실내 미세먼지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홍보하지만, 회사, 집과 같은 공간에서 공기 청정기를 쓰고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여전히 개인의 책임이다. 이젠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일은 기술의 부족보단, 개인의 경각심과 자본력 차이로 인한 선택적 건강 요소가 됐다. 개인은 치명적인 각종 오염물질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정부 또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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