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디바이스와 AI의 만남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시리야, 1시간 후에 알람 맞춰 줘”

예전엔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보며 ‘왜 저러는 거지?’ 하며 의아해했지만, 요즘 기계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우리 삶에 녹아든 것이다. 시리(Siri)는 애플(Apple)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명칭으로, 이름을 부른 뒤 일정, 통화, 정보 검색 등을 요구하면 음성 대답과 함께 정보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24시간 착용자의 손목에서 신체의 상태를 감지하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AI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더욱 세심한 1:1 코치, AI 웨어러블 디바이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인간의 사고를 통한 학습 능력을 컴퓨터 시스템화해, 기기가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이런 AI의 데이터 분석력을 이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왼쪽은 센소리아(Sensoria)의 스마트 양말 2(Smart sock v2.0)와 센소리아 코어(Sensoria core), 오른쪽은 센소리아 런(Sensoria Run) 앱 실행 화면   출처 : 센소리아

센소리아(Sensoria)는 운동과 관련한 AI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양말, 티셔츠, 속옷 등의 제품에 부착된 센서가 센소리아 런(Sensoria Run) 앱과 연동돼, 운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양말의 발바닥 부분엔 섬유 센서 3개가 내장돼있고, 발의 압력을 측정해 몸이 받는 충격을 감지한다. 센서는 전도성 섬유를 통해 발목에 착용한 센소리아 코어(Sensoria core)로 정보를 전달한다. 기기는 추가적인 데이터를 측정해 스마트폰에 전달하고, 사용자는 앱을 통해 심장 박동 수, 피로도, 운동 거리, 속도, 경사, 고도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운동 시 AI인 마라(Mara)가 코치로 나선다. 현재 달리는 속도, 경사도에 대해 음성으로 알려주고, 운동 상태에 따라 칭찬을 해 사기를 올려주며, 피로도가 높을 땐 휴식 필요 경고를 하는 등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1:1 운동 지도를 한다.

 

뮤즈(Muse)의 뮤즈 명상(Muse meditation) 앱 화면과 뮤즈 2(Muse 2)를 착용한 모습   출처 : 뮤즈

뮤즈(Muse)의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m) 감지 헤드 밴드 뮤즈 2(Muse 2)는 사용자의 명상을 돕는 AI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기기에는 맥박, 호흡,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비롯해 총 7개의 뇌파 센서가 달려있다. 센서가 뇌파를 감지해 뇌진동, 비주기적인 상태, 일시적인 뇌 현상, 노이즈 등의 데이터를 AI의 기술 중 하나인 머신러닝을 이용해 실시간 분석한다. 기기와 이어폰을 착용 후 뮤즈 명상(Muse meditation) 앱을 실행하면, AI가 나의 뇌파 상태, 심박수, 호흡, 몸의 움직임 등에 대해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질 높은 명상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번져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한정적인 AI

센소리아의 스마트 양말, 뮤즈의 뇌파 감지 헤드 밴드처럼 자체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도 존재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품들은 타사의 AI 시스템을 도입해 쓰는 경우가 많다.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우 디젤(Diesel), 루이 비통(Louis Vuitton), 몽블랑(Montblanc), 카시오(CASIO), LG 등 다양한 스마트 워치 제품의 AI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보스(Bose)의 헤드셋들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차용한다. 소니의 경우 무선 이어폰의 AI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의 시리를 둘 다 적용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떠나 특히 스마트홈의 가전제품 원격 관리 AI로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Amazon)의 알렉사(Alexa)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는 KT의 기가지니(GiGA Genie), 네이버의 클로바(Clova) 등이 대표적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등장 초반에는 각 기업의 제품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정확도 높은 AI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과 기기 간 호환성 등의 문제들로 기존의 AI를 차용하는 방식이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는 패션 업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더 높은 기술 의존 경향을 띈다.

 

93% 정확도를 가진 구글 어시스턴트, AI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방향은?

 

스톤 템플(Stone temple)에서 조사한 AI 별 응답 정확도   출처 : 스톤 템플

100명이면 100명 제각기 다른 어투와 억양을 알아듣고,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은 당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018년 스톤 템플(Stone temple)의 조사에 따르면, AI의 정확도가 스마트폰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우 93%, 코타나(Cortana) 90%, 홈 구글 어시스턴트 88%, 알렉사 82%, 시리 80%로 조사됐다. 사람 간의 대화도 10마디를 하면 10마디 전부를 찰떡같이 알아듣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90%가 넘는 정확도를 자랑하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데, 굳이 AI 시스템을 바닥부터 쌓아올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다양한 시도와 개발은 필요하지만, 통화, 정보 검색, 알림 확인과 같은 비교적 기본적인 기능이라면, 이미 구축된 AI를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이미 수준 높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한 기존의 AI 기술과 연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 호환성, 정확도를 일거양득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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