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우주과학 ②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50m 길이의 위성이 10cm로 작아질 수 있다면?

로켓은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 연구를 위해 수많은 장비들을 싣고 우주로 발사된다. 2021년 한국에서 발사 예정인 누리호는 높이 47.5m, 직경 3.5m로 총 중량은 약 200t 정도이다. 이 연구에 책정된 예산은 약 2조원으로 한국인의 평균 월급 280만원의 71만 4천배, 즉 59만 5천 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무작정 예산을 줄이자고 작은 크기로 만들 수는 없다. 크고 좋은 장비는 데이터의 질과 양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와 그에 따른 예산이 드는 위성을 가로, 세로, 높이 10cm 크기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크고 성능 좋은 장비들을 종이를 접듯 꼬깃꼬깃 접어 최대한 작은 사이즈로 우주로 날려볼 수 있을까?

 

1/10로 줄어드는 태양 전지판(solar array)

우주상에 거대한 구조물을 배치하는 건 NASA에서도 큰 고민거리였다. 브라이언 트리즈(Brian Trease)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타주 프로보 지역에 있는 브리검영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의 연구원들과 함께 오리가미(折り紙, Origami)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리가미란 종이를 접어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일본 전통 놀이로, 한국에선 종이접기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얇은 종이를 접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우주로 발사하는 위성에 적용시킬까?
2013년 트리즈(Trease)와 BYU의 지르벨(Zirbel) 연구원, 종이접기 연구자인 로버트 랭(Robert Lang ), BYC의 교수 래리 하웰(Larry Howell)은 접을 수 있는 태양 전지판(Solar array)을 공동 개발했다. 크기는 지름 2.7m(8.9feet)로 펼쳤을 경우 25m(82feet)의 직경을 갖게 된다. 농구 골대보다 낮은 길이가 버스 2대 반을 이어 붙인 길이가 되는 것이다. 즉 오리가미 기술을 활용한다면 구조물의 크기를 약 1/10로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오리가미 기술 중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고료 미우라(Koryo Miura)가 발명해낸 미우라(Miura)접기 방식은 실제 연구에 많이 쓰인다. 이 방식을 응용해 접은 구조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모서리 부분을 잡아 당기기만 하면 한 번에 펼쳐진다. 사진은 미우라 접기 방식을 응용해 제작한 태양전지판이다.

 

다양한 시도 중이나 아직까지 적용은 무리

오리가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적인 적용은 아직 무리가 있다. 접혀 올라간 구조물이 우주상에서 자동으로 펼쳐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가로, 세로, 높이 10cm인 초소형 큐브위성의 연구가 떠오르면서 내부에 들어갈 초소형 장치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또다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만약 구조물이 우주의 온도, 압력 등에 반응해 자동으로 펼쳐지게 시스템화 된다면 로켓에 우주인이 같이 탑승해 위성을 조립할 필요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러시아 소유즈(Soyuz) 우주선을 타고 탐사 활동을 한 이소연 박사를 교육, 훈련하는 데만 약 250억 원이 들었다. 실제로 유인 탐사는 무인 탐사의 약 1000배 가량 비용이 더 든다. 오리가미를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실용화 된다면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을 넘어 핵심 과학 기술로

어린이도 가능한 종이접기 놀이를 공학 기술의 정점인 우주산업에 응용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얇은 종이를 접듯 두꺼운 금속을 자동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니. 기계를 접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우주뿐만이 아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폴더블폰의 등장으로 뜨거운 상태다. 화면이 안쪽으로 가도록 접는 인폴딩 방식, 바깥쪽을 향하도록 접는 아웃폴딩 방식 등이 있으나 여러 번 접을 수 있는 오리가미 기술들에 비해 아주 간단한 수준이다. 오리가미 기술을 적용해 폴더블폰에서 더 나아가 태블릿이나 노트북까지도 쪽지 크기로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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