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을 위한 관건은 속도와 효율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국토가 비교적 좁은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육로로 6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택배를 빨리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주문한 부산의 식재료를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국토가 좁아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조부터 최종 배송까지의 과정에 ICT 기술을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절감이다. 사람이 개입하는 모든 과정을 기계화하기는 어렵지만, 제품 적재나 상차, 하차 등의 단순 업무는 단순반복 작업을 사람보다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 제품들을 사람만큼 빠르게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지만, 이는 네이버랩스와 코리아텍이 공동 개발한 ‘Ambidex’처럼 로봇 팔의 지능화로 극복할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하고 받는 것은 과거 전화로 주문하던 것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그 방법이 간단하다. 이를 생산자와 판매자의 시선으로 보면, 제품을 만드는 공장부터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기사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제품이 어떤 과정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가장 간단한 과정은 6단계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이 1차 포장을 거쳐 판매자에게 전달된 시점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은 적어도 6단계의 과정을 통해 배송된다. 그 과정은 최초 판매자의 물류창고에서 시작해 다음과 같은 단계를 차례로 거치게 된다. 제품의 종류와 소비자, 물류 업체에 따라 운송 수단은 다양하게 적용되며, 해외 운송의 경우 세관 등의 중간 과정이 추가된다.

• 판매자 A의 물류 창고에서 소비자 B로 제품 발송
• 물류 업체 C 소속의 차량으로 권역별 물류 허브로 운송
• 물류 허브에 도착한 제품의 분류와 적재
• 세부 지역으로 제품 운송
• 시·군·구 별 지역 사업소에 제품 도착
• 지역 담당자가 차량으로 소비자에 제품배송

이 과정을 크게 3개로 나누면 제품을 입·출고하고 관리하는 창고, 제품을 분류하고 올바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허브, 제품을 각 지역으로 배송하는 차량으로 나눌 수 있다. 단계 별로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해당 위치에서의 임무는 조금씩 다르다. 10년 전인 2008년만 해도 운송 담당자의 손에는 두꺼운 송장 뭉치가 있었다. 지금은 보내는 사람과 전달하는 사람 모두 바코드 스캔 기능이 포함된 단말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주문한 제품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의 과제 중 하나로 지능형 물류를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물류 배송의 라우팅 지원시스템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의 기술을 통해 ICT 기반의 물류처리로 화물의 처리속도를 33% 높이는 것이 목표다. 빅데이터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련의 유통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IoT 기반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조건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국내 유통 산업 혁신을 위한 정책은 유통산업에 도입 중인 각종 기술들을 국산화하는 동시에, 유통-물류-ICT-제조 산업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상품정보의 메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온라인 업계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 E템플릿을 개발해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류창고: 인식 센서와 제품 관리
일련의 물류 시스템 중 가장 먼저 스마트화(化)가 필요한 분야다. 중소기업청은 2018-2020 유망기술 중 현재의 물류창고에 ICT 기술이 더해진 스마트 물류창고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6가지 기술을 꼽았다. ▲ICT를 연동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을 활용한 물류 작업 효율화 ▲각종 센서와 기계장치의 데이터 상호 연결 ▲관리 시스템 기술의 고도화 ▲자동화 제어 ▲사고 방지, 재난 감지·예방 ▲제품 보호를 위한 온·습도, 위해 요소 관리 등이다. 단순한 제품 보관이 목적이었던 기존의 창고에서 수요의 변동에 따른 공급망 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와 부가 서비스를 수행하려면 ICT, IoT 기술이 새로 적용돼야 한다.
현재의 물류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시스템이다. 기존에 수기로 작성해 직접 전달하던 거래 정보를 디지털 문서로 전환하며, 작업 속도와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시스템이다. 제품이 창고에서 한 번 출발하면 수천 건의 다른 물류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실수로 잘못 전달된 제품을 이전 단계로 되돌리기 어렵다. 또한,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판매자로 이어지는 배송 과정에서는, 배송지나 판매처의 성질에 따라 같은 제품군이라 해도 다른 분류를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1차 분류하고, 같은 제품 내에서도 2차 기준으로 분류하면 그 범주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진다. 창고에서 나오는 단계가 정확하지 않으면 그 뒤에 수습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가장 빠른 정보화와 스마트화가 필요한 것이다.

운송차량: 위치 추적과 제품 정보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 제품을 배송하는 운송수단은 거리와 상황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국가 내 배송 과정에서는 자동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존을 비롯해 여러 유통업체에서 무인비행체,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플랫폼을 유통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드론 배송은 무척 제한적인 이동 범위와 적재용량, 운용비용 등의 문제로 개발 속도가 더디고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장벽이 남아 있다.
제품을 가득 실은 트럭이 물류창고에서 지역 사업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상태에 따른 컨디셔닝 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 위치 추적 등 다양한 기술의 적용이 요구된다. 이는 자동차뿐 아니라 배, 항공기, 기차 등 모든 운송수단이 마찬가지다. 지금도 서울에서 주문한 부산발 제품의 배송 상태를 확인하면, 정확한 위치는 아니더라도 부산의 물류센터에서 서울 근교의 허브로 이동 중이라는 점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진동이나 충격에 취약한 제품의 경우 배송 상태에 따른 제품 컨디션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신선식품처럼 배송 수단의 컨디션도 중요한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다.

물류허브: 제품 분류와 운반 기술
아마존이 일선 현장에 물류 로봇을 적용한 것은, 가장많은 물리적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 창고 내에서의 제품 이동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제품 박스들을 정리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업무의 복잡도와 노동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중간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내리고 올리는 것을 인간의 노동력으로 하고 있는데, 노동 효율과 안전 문제 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어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의 큰 그림 중 하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인력이 개입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단순 노동을 포함해 인간의 조작이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물류 관련 기능과 정보를 연결시켜 제조사에서 소비자까지의 과정을 유연하게 교체하는 것이 목표다. 예컨대 물류산업이 장치산업화로 발전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로봇이 단순노동에 더해 창고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모든 작업을 맡아 하게 되면, 물류창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동산 업체는 공간과 함께 작업용 로봇을 함께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유통 정보화의 가장 빠른 관건, RFID
미 국방부는 지난 2004년부터 인력을 절감하고 군수품의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된 군납품과 팔레트 등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역시 2005년부터 북미 975개 매장에 RFID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결과 바코드보다 3배 빠른 물류관리 효과와 함께 매장 내 제품이 없는 비율을 16% 낮출 수 있었다. 영국의 테스코(Tesco),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 등 해외 여러 기업들도 RFID 기술을 활용한 정보화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CJ GLS, 이노텍, SK인포섹 등의 기업들이 RFID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노텍이 개발한 ‘나르미’는 무인운반 자동차 기술을 적용해, 각종 센서를 이용해 구역 내 경로를 따라 자동으로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에스위너스의 컨테이너 보안장비 ‘컨트레이서’(ConTracer)는 컨테이너의 위치와 상태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고, 국가 별로 다른 통신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GSM, WCDMA 기술을 적용했다. CJ GLS는 자사의 물류센터에 RFID 시스템을 적용해 유통물류 스마트화를 주도하고 있고, 아시아나 항공은 수화물 추적에 RFID 기술을 사용해 항공수화물 사고율을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주파수를 이용해 정보를 식별하는 RFID는 정보 판독에 전파를 이용한다. 제품 정보를 식별한다는 점에서 바코드와 비슷하지만, 특정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코드 리더와 달리 먼 거리에서도 태그를 읽을 수 있고, 중간에 장애물이 있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판독기의 동력만으로 칩의 정보를 읽는 수동형, 태그에 건전지가 내장돼 있는 반수동형, 칩의 정보를 읽고 통신하는 데 모두 태그의 동력을 사용하는 능동형으로 구분된다. 
RFID는 비접촉 인식, 다수의 태그 동시 인식, 정보의 높은 신뢰도, 데이터의 용이한 변환과 저장, 작업 제어의 자동화 제공 등의 장점이 있지만, 태그에 전력이 공급되는 경우 가격이 비싸고 전파의 범위가 한정돼 있는 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보안이 취약하고 태그의 정보가 위조, 변조될 수 있는 점이 가장 빨리 극복해야 하는 단점인데, 미국의 버클리 대학교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센서 네트워크 보안 프로토콜(Security Protocols for Sensor Network, SPINS)을 채택한 프로젝트 ‘스마트더스트’(SmartDust)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보호 기술이 개발·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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