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FPGA 업체별 전략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EE타임즈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2016년까지 FPGA 시장은 1위 자일링스(53%)와 2위 인텔(구 알테라, 36%)이 전체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그밖에 다른 회사들로는 마이크로세미(2018년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통합)가 7%, 래티스가 3%로 유의미한 수치를 보이고, 다른 회사들은 총합이 채 1%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FPGA에서 데이터센터 가속기 등 AI 관련 솔루션의 파이가 커지면서 개발자 편의에 대한 준비가 잘 갖춰진 자일링스와 인텔의 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일링스와 인텔의 FPGA

한양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원 박주열 박사는 “자일링스와 인텔의 경우, 다양한 AP와 툴,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어 FPGA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두 업체는 사람들이 익숙한 C언어와 파이썬 등의 언어를 베릴로그(Verilog)로 변환시켜 주거나,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제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FPGA를 구매를 위한 KDF는?

앞서 말한 대로 글로벌 FPGA 시장에서 자일링스와 인텔은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도 비슷하다. 국내 개발자들은 접근성이 좋은 자일링스와 인텔의 FPGA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 특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원하는 개발자들은 마이크로칩의 FPGA를 찾기도 한다.

그럼 개발자들이 2~3 업체들 중에서 FPGA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발자들의 FPGA 구매를 위한 KDF(Key Buying Factor, 핵심 구매요소)로 ▲효율성 ▲확장성 ▲편의성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로 효율성은 FPGA의 프로세서로서의 성능을 말한다. 이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집적도’다. 몇 nm 공정에서 제품이 생산됐냐는 것이다. 집적도가 높을수록(nm의 단위가 줄어들수록) 성능은 높아지며, 전력 소모는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가장 유리한 것은 자체 팹(Fab)을 보유한 인텔이다. 인텔은 자체 반도체 생산 공정을 통해 다른 기업들보다 ‘미세 공정’의 접근성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FPGA에서 가장 높은 집적도를 보이는 것은 자일링스일 가능성이 크다.

자일링스가 최근 FPGA의 새로운 대안으로 공개한 차세대 ACAP(Adaptive Compute Acceleration Platform)인 ‘Versal’의 경우, TSMC의 7nm 공정을 이용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EUV 라인과 함께 가장 집적도가 높은 공정이다. 반면, 앞서 인텔은 10nm 이하 미세 공정을 위한 신공정 도입을 2021년까지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인텔이 FPGA의 생산을 TSMC나 삼성전자 등의 파운드리에 맡기지 않는 이상은 한동안 집적도 부분에서 개선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집적도라면, 성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지표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속도다. 속도의 경우에는 최신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자일링스와 인텔의 플래그십 모델들이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일링스의 징크 울트라스케일+(Zynq Ultrascale+)나 인텔의 스트라틱스(Stratix) 10 SX FPGA가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 마이크로칩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사업영역이 성능 집약적인 AI 가속기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항공·우주·방위산업 등에 집중돼, 집적도 이슈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두 번째로는 확장성이다. 확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제품단에서는 게이트의 수를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게이트가 많은 제품일수록 더 많은 노드로 연결될 수 있다. 제품의 확장성이 게이트라면, 업체의 확장성은 얼마나 다양한 IP를 제공하냐는 것이다. 통신만 하더라도 Wi-Fi, 지그비, 블루투스, LoRa 등 수많은 IP가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IP는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자일링스와 인텔은 가장 보편적인 FPGA 업체로 개발자들 사이에도 지원하는 IP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칩의 경우에는 특정 용도의 FPGA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용도 외의 IP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편의성이다. 이는 개발자들의 설계를 위해 기업이 얼마만큼 지원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먼저 얼마나 다양한 개발 툴(Tool)을 제공하는가에 관한 것인데, 하드웨어 디자인과 관련된 툴이 많을수록, 개발자들의 개발 속도가 단축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원 서비스인데, 여기에는 개발자 교육, 지원 언어, 애프터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세 업체 모두 개발 편의성에 부족함이 없지만, 역시 보편적 FPGA 생산 업체인 자일링스와 인텔의 지원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자일링스의 경우에는 C언어를 포함해, 최근에는 파이썬으로 FPGA를 개발할 수 있게 지원을 해 주목받고 있다. 인텔의 경우에는 알테라때부터 지속적으로 대학이나 연구소 등 연구 개발을 위한 FPGA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FPGA 업체별 전략

FPGA 구매를 위한 KDF를 통해, 자일링스와 인텔이 목표로 하는 FPGA 시장과 마이크로칩의 FPGA 시장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업체의 시장 전략을 보면 속도와 안정의 대립하는 두 축으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FPGA라는 제품 자체가 속도와 안정 모두에서 일반적인 프로세서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EPNC는 ‘FPGA 업체별 전략 비교’를 통해 각 업체별 시장 전략에서 차지하는 무게의 비중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봤다.

자일링스의 경우에는 전체 FPGA 시장의 53%로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자일링스의 점유율이 높은 데는 현재 성장하는 가속기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이유가 크다고 분석한다. 최근 자일링스는 ACAP 제품인 ‘Versal’과 데이터 센터용 가속기 모델 ‘Alveo’를 발표하며, 시장 우위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 제품 모두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대응하는 차세대 제품이다. 최근 자일링스는 방산-등급 XQ 울트라스케일+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현재 자일링스가 가장 주력하는 곳은 데이터 센터용의 AI 가속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일링스 다음으로 시장의 36%를 점유 중인 인텔의 경우 역시 주력 시장은 가속기 시장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제품 역시 스트라틱스 10 SX FPGA 기반의 AI 가속화 카드인 PAC다. 인텔의 PAC는 HPE의 서버 제품에 탑재돼 2019년부터 공급될 계획이다. 한편, 인텔은 알테라 시절부터 휘발성 반도체 기반의 가속기 제품 외에도 비휘발성 기반의 FPGA 제품을 출시해왔다. 이는 휘발성 반도체에 주력하는 자일링스와 비교해 다양한 시장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FPGA 시장의 규모가 AI 가속기 중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 역시 해당 영역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칩은 주 영역이 비휘발성 반도체 기반의 보다 안정적인 FPGA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 우주, 방산, 철도 등 안전과 보안이 중요하면서 긴 시간 동안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칩의 FPGA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칩이 최근 마이크로세미를 인수하며 AI 가속기 시장과 관련해 FPGA 개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AI 가속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마이크로칩의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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