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총기에 대한 규제 혹은 허용에 몰리는 눈길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대부분의 기술, 아니 모든 기술들은 어쩔 수 없이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3D 프린팅은 그동안 제품을 실제로 구현하기 힘들었던 개인 제작자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기술로 다가왔다.

플라스틱에서부터 레진, 금속, 식자재, 콘크리트와 같은 소재의 확장은 작은 액세서리부터 의료 용품,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3D 프린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런 가능성은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개인 제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3D 프린팅의 밝은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기술의 어두운 부분은 무엇일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리엔지니어링이나 제품의 복제다. 디지털 콘텐츠는 항상 불법 복제와의 전쟁을 치뤄 왔다. 디지털 콘텐츠는 원본의 훼손없이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인데, 이런 특징이 이제 현실 세계에서도 그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도면만 있다면, 혹은 정교한 3D 스캐너만 있다면 원본과 동일하거나 혹은 거의 동일한 실물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혹은 저작권이 있는 도형이나 예술품, 조형물 등을 3D 프린팅하는 것도 충분히 저작권 침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총기류의 3D 프린팅 허용이 논란을 키우다

혹은 만들어서는 안될 물건을 공유하고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최근 미국의 법무부에서 내려진 총기 3D 프린팅 데이터의 공개를 허용하는 결정은 이런 문제의 단면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2년 말 개인 발명가 코디 윌슨(Cody Wilson)이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리버레이터(The Liberator)라는 총기의 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시작된 이 문제는, 이후 미국 국무부에 의해 도면을 인터넷에서 지우라는 통보를 받고 웹사이트에서 내려지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코디 윌슨은 오픈소스 총기 도면 공유 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를 설립하고, 2015년 국무부와 국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번 미국 법무부의 중재에 의한 국무부와의 합의 결과에 따라 따라 3D 프린팅 총기 도면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디 윌슨이 발표한 리버레이터는 최소한의 금속 부품 외에 전체를 플라스틱을 3D 프린팅해 만들어졌다.

코디 윌슨은 이번 합의에 따라 8월부터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총기 도면을 공유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AR-15와 같은 최근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의 주역이었던 총기 도면까지 공유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향후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미국 8개 주와 워싱턴DC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기 때문에 실제 도면의 공유는 일시적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금지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총기는 총기번호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하며,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도면을 다운받아 총기를 프린트할 지 알 수 없어 안전 문제, 그리고 테러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권리와 규제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야

3D 프린팅은 분명히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안겨주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도 분명히 등장할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컬러프린터와 컬러복사기의 등장 초기에 위폐 사고가 꽤나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복사한 위폐는 위폐일 뿐 정식 화폐가 아니지만, 3D 프린팅한 총기는 총알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발사되고 사람이 맞을 수도 있는 실제 총기인 것이다.

항상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한쪽에서는 개인의 알 권리와 정보를 공유할 권리를 주장하고, 그리고 이에 대항해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불안 요소를 차단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제한 규제를 하려 한다.

둘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이지만,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우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총기 도면의 경우는 좀 과한 개인의 알 권리와 정보 공유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불법 유해정보 차단이나, 중국의 황금방패(金盾工程, The Golden Shield Project)는 반대로 과한 규제에 속할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떤 규제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예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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