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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나태를 위한 노력, 원격조정(Remote Control)
정환용 기자 | 승인 2018.09.03 17:30

[EPNC=정환용 기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이제 함부로 했다가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고리타분한 사어(死語)가 됐다. 자기가 정한 목표를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고생은 각오할 만한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생을 ‘경험’이란 포장지로 감싸는 것은 이제 조언보다 사기에 더 가까운 사탕발림이 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더 편안한 것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점점 삶의 여러 부분이 편해지는 변화를 겪고 있다. 아버지들이 발가락 근육으로 돌리던 TV 채널을, 이제는 리모컨의 버튼도 누르지 않고 말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아직 음성명령 기술이 일반화되진 않았지만, 음성비서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의 경쟁을 보면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7, 8월의 폭염으로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가 뜻밖의 인기와 존경을 받고 있다. 주말이면 TV 리모컨을 들고 소파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무선 리모컨을 개발한 유진 폴 리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이 없는 원격 조종 기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원격조정은 어떻게 변화할지 알아보자.

 

원격 조종의 역사
기존의 TV는 본체에 달려 있는 다이얼, 혹은 유선으로 연결된 컨트롤러로 채널을 조정해야 했다. 보통 벽이나 방의 구석 부분에 배치되는 TV의 특성상 유선 케이블이 TV와 시청자 사이를 잇고 있어, 거추장스럽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었다. 미국의 전자제품 제조사 제니스(Zenith)의 엔지니어 유진 폴리(Eugene Polley)는 1955년 선이 없이도 TV의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최초의 무선 컨트롤러 ‘플래시매틱’(Flash-matic)을 개발했다. 가느다란 빛을 TV의 수신부에 쏘면, 이를 인식한 TV가 채널을 변경하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식이었다. 주변의 자연광에 반응해 TV가 멋대로 동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초로 케이블 없이 원격으로 TV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발명품은 향후 무선 리모컨 발전의 시초가 됐다.

▲최초의 무선 컨트롤러 '플래시매틱'.

‘리모컨’이라 불리는 컨트롤러는, 초창기에는 초음파나 고주파 방식을 사용했지만 1980년대 이후 대부분 적외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QWERT Y 자판까지 많게는 50~60개의 버튼이 있는 리모컨의 각 버튼은 저마다 고유의 패턴이 있고, 리모컨을 구성하는 회로에서 이 신호를 TV로 전송한다. 신호를 전달받은 TV는 음량 높임, 채널 낮춤, 외부입력 등 각각의 신호를 받아들여 명령을 수행한다. 이 신호는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고 강도도 달라, 다른 전자제품은 물론 같은 브랜드의 TV라 해도 모델이 다르면 리모컨을 함께 사용할 수 없다.

적외선은 생각보다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비상계단을 지날 때 자동으로 켜지는 조명은 적외선으로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고, 열을 전달하는 특성상 온도를 측정하는 열영상 카메라나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관측장비에도 사용된다. 또한, 과거 2G 휴대폰에는 대부분 적외선 포트를 내장하고 있었는데, Wi-Fi나 블루투스 기술 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했다. 지금의 스마트폰에는 전화 통화를 위해 전화기를 귀에 가까이 대면 화면이 꺼지는데, 짧은 거리를 측정하는 적외선 센서로 수신부와 사용자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RF 센서, IR 센서 대체하나?
적외선 방식은 수없이 다양한 패턴을 설정할 수 있어 전자제품의 종류가 아무리 많아져도 혼선될 일이 없다. 소비전력도 무척 낮아, AAA 배터리 2개면 1년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송수신 거리가 수 m 정도로 짧고, 중간에 간섭이 있으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주파수(Radio Frequency, 이하 RF) 방식이다. TV 방송에서 현장 방청객이 리모컨으로 실시간 투표를 하는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무대에서 객석까지 거리가 멀게는 20m 이상인데, IR 방식으로는 신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더불어 수백에서 수천까지 많은 숫자의 기기가 동시에 신호를 보내면 혼선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빛이 아니라 신호를 이용하는 RF 방식이 더 빛난다.

대표적인 RF 방식인 블루투스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근거리 통신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구 버전 블루투스는 IR 방식과 전력 소모량이 비슷했지만, 사용자가 기기를 작동하지 않아도 상시 전력소비를 하기 때문에 가전제품 리모컨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저전력 모드에 들어가는데, 재작동까지 약 3초 가량 소요되는 점도 단점이다. 최근 저전력 블루투스(BLE)의 발달로 IPTV 리모컨을 필두로 조금씩 블루투스가 적용되고 있다.

가정, 사무실 등 가까운 거리에서의 원격 조정은, 사물인터넷 기술의 확산과 함께 지그비(Zigbee), NB-IoT 등 저전력 네트워크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아직은 IR 방식만큼 전력 소비가 적고 가까운 거리에서의 신호 전달이 간결한 솔루션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IR 방식 대비 통신 속도가 빨라 음성이나 마우스 움직임 등 복잡한 명령을 보다 정확하게 보낼 수 있고, 양방향 통신과 함께 여러 전자제품을 하나의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변의 리모컨 상단 부분을 살펴보자. 100% 작은 원형, 아니면 검고 네모난 형태의 송신부가 있을 것이다. 본체에 신호를 전송하는 IR 송신부다. 대응하는 전자기기를 보면 위 사진과 비슷한 형태의 수신부가 배치돼 있다. 직진하는 빛의 특성상 송신부나 수신부를 장애물로 가리면 신호를 전달하지 못한다.
▲로지텍의 ‘하모니 1000’ 리모컨은 각 전자기기 고유의 IR 패턴을 파악해 15가지 기기를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일명 ‘만능 리모컨’이다. 이처럼 리모컨 고유의 적외선 패턴을 파악하면, 해당 리모컨의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 수 있다. 대형 마트 등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의 작동 방식도 이와 같다.

 

원격 조정 체계, 모바일 시스템으로 통합?
이제는 보편적이라 불러도 될 만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음성비서 서비스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일원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부분의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원격조정 기능을 일임할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향후 스마트폰은 LTE나 5G 등의 이동통신, Wi-Fi나 블루투스 등 무선 네트워크를 비롯해 근·원거리 저전력 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ICT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아직 여러 기술들 가운데 표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4K UHD 방송 송출처럼 기존에 판매되던 대다수의 제품 표준을 무시하는 정책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A 기술이 적용됐는데, 정작 B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되는 일은 적어도 해외에선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스마트폰이 원격조정의 첨병이 되면,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수 있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리모컨이 필요치 않게 되면서, 불필요한 자원 소비를 막을 수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 하나로 에어컨 온도 조절, TV 채널 변경, 조명 밝기 조절 등 전자제품 제어가 매우 편해진다. 하지만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의 특성은, 동시에 보안에 대한 위험성이 몇 배로 증가한다는 단점도 함께 안고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침입해야 가능했던 제어권 탈취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해커에게나 그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저마다 기준이 될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다방면으로 열리게 되는 제어권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드론을 조종하는 컨트롤러는 보통 2.4GHz 주파수를 사용한다. 중간에 장애물이 없다면 5km 이상 떨어져도 조종할 수 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텔이 1218대의 드론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었던 것도, 거리가 짧은 대신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2.4GHz 주파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물론 비행하는 드론과 조종자 사이의 거리와 시야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Xbox One, 소니 PS4 등 게임 콘솔의 컨트롤러는 보통 블루투스 연결 방식을 사용한다. 2006년 출시된 PS3의 컨트롤러부터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연결을 지원했다. 최신 기종인 PS4의 듀얼쇼크 4는 블루투스 2.1 EDR 버전으로, 비대칭 전송 연결 시 배터리 수명이 향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기기와 연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블루투스 버전을 높일 필요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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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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