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에서 알고리즘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 ③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이대로라면 Again 2008 될 것”

교육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 발표부터 현재 상황, 그리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겹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새로운 교육정책은 기대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정규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추가해 학생들에게 배움의 폭을 넓혀주는 목적 자체는 좋지만, 준비과정이나 진행상황 전반적으로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나 업계에서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은 공통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논리적∙창의적 사고’다. ‘코딩 교육’으로도 알려진 이 교육정책은 자칫 이공계 분야에 특화돼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다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배우는 과정에서 모든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초 사고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를 만나 소프트웨어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과 함께 업체가 지향하는 교육 방법과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를 진행한 4개 업체에 공통으로 두 가지를 물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 교육의 효과로 발생하는 미래의 가치에 대한 것이 질문의 핵심이다. 코딩 교육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점은 업체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나아가 소프트웨어 교육이 국가 경쟁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뜻이 한 줄기로 모아졌다.

 

아이씨뱅큐 박지홍 이사
현장 인재 부족, 실용적인 교육 이뤄져야

다양한 반도체 부품과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품 등을 유통하는 아이씨뱅큐는, 코딩 교육과 관련해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관련 제품을 비교해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아두이노(Arduino), 마이크로빗(Micro.bit),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e) 등 개발 보드를 비롯해 관련 제품과 액세서리, 종합 킷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과 함께 교육 콘텐츠도 함께 제공해 학생과 교원이 제품 구입부터 사용, 학습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빗 관련 교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씨뱅큐 박지홍 이사는 “프로그래밍 교육은 수학의 알고리즘과 같이 사고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배우는 아이들이 논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다. 나아가 IT 업계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밍에 친숙해진다면, 향후 4차 산업혁명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의 개발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육 초기에는 복잡한 이론 교육보다는 실용 교구를 활용한 DIY로 흥미를 유발해야,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의 진화 등의 요인으로 산업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제조의 기본 원리처럼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최근 코딩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데, 문자 코딩뿐만 아니라 블록 코딩, 와이어 코딩 등의 GUI 시스템으로 배우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지홍 이사는 더불어 “이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인증이 부족하다. 교육 시스템과 함께 자격증 등 활용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도 함께 발전해야 향후 국가나 기관,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알아보기 쉬울 것”이라고 첨언했다.

 

한국레드햇 김호중 이사
자연스레 사용하는 것에 대한 원리 깨우치는 것이 중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레드햇(RedHat)은 지난 2017년부터 차세대 여성 개발자를 위한 코딩 콘테스트 ‘핑크 코딩 페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오픈소스의 혁신은 뒤에서 기여하는 개인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의지를 가진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과 개발자 교류를 통해 개발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굴하고자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레드햇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고서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포드나 GM처럼 소프트웨어와 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기업도, 소프트웨어를 경쟁력을 위한 척도나 해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현재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것이 빠른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현수 이사는 “으레 소프트웨어 교육이라 하면 코딩을 배우거나 JAVA 등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보다는 컴퓨팅 사고력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협업이나 비판적 사고 등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팀워크와 의사소통을 배우게 되는데, 이를 통해 좀 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IT 기업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배운 논리적 사고가 지속적인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T 제품들이 우리 생활의 전반에 걸쳐 있다. 사람들은 당연한 듯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이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그 의도와 환경, 원리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김호중 이사는 “이미 1990년대부터 교육을 시작한 몇몇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약간 늦었다. 하지만 기술적 지식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가까운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 목표”라며, 레드햇이 진행하는 코딩 이벤트 역시 이 목적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2017년 대회 우승작 ‘꽃길만 걷자’

핑크 코딩 페스트는 클라우드와 PaaS(Platform as a Service)를 활용해 여성 개발자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행사다. 올해에는 총 9개 팀이 2차 진출했고, 지난 7월 초 밋업 행사를 통해 개발 과정 쉐어, 현업 여성 개발자 세미나, 멘토링 세션 등이 진행됐다. 지난 2017년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한 ‘꽃길만 걷자’는 정부 제공 정보를 바탕으로 여성 안전을 위한 안전지역, 치안 지역 등을 표시해 주는 앱이다. 올해 참가 팀들의 개발 주제는 오는 9월 공개된다.

 

메이크존 장선연 대표
방법의 발전, 체계적인 접근 필요하다

메이크존의 장선연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도구”라며, 현재의 기성세대들이 뒤늦게 시작했던 경험을 지금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아이들은 단순한 이용에서 벗어나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고 싶어 하고,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 사고방식의 체계를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구체화시켜 더 좋은 컴퓨팅 도구를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또 하나의 공부 과목이 아니라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정작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기술의 흐름에 따라 향후 직업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고, 1인 체제와 지식 산업이 더 빨리 발달하게 된다. 개인의 능력이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다는 뜻이다. 현재도 개인이 개발한 모바일 앱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국가에서 학생 교육을 통해 이런 플랫폼을 정착시키고 지원할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메이크존은 지난 2008년부터 피지컬 컴퓨팅 워크숍을 진행하며 메이커 문화를 전파해 왔다. 학생을 비롯해 일반인들과도 아이디어를 발굴해 소프트웨어, 전자회로, 기구 등을 이용한 미디어와 제품을 연구∙개발해 온 바 있다. 수도권에 마련한 5개의 창작 공간에서 메이크존은 청소년 소프트웨어 교육, 일반인 컴퓨터 활용과 3D프린터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로봇을 이용한 교육과 더불어 아두이노 기반의 피지컬 컴퓨팅 킷, 자체 제작한 3D프린터, 스마트팜 DIY 솔루션 등의 기술과 제품을 전파하고 있다.

 

씨제이에스 안가희 대리
이론보다는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흥미 유발해야

“소프트웨어는 철저히 알고리즘으로 구성돼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코딩이다.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는 여러 방면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코딩 교구 리틀비츠를 유통하는 씨제이에스 안가희 대리의 말이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뭔지 묻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인공지능’이라 대답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인공지능 역시 소프트웨어를 통해 창출된다. 단지 교육과정을 학생 수업에 포함시키는 것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방법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용자와 더불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약 16.3%의 직업군이 프로그래밍 관련 직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리적인 자원이나 두산이 아니라 지적 재산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장에서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장 국가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점점 많은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교육의 활성화 뿐 아니라 더 좋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안 대리는 현재 교육부가 제안하는 교육정책으로는 향후 관련 직업으로 연결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초등학생 연 17시간, 중학생 연 34시간의 최소 교육시간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엔 짧으며, 전체 교육시간에 대비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관련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실제 교구가 아니라 인쇄물 형태의 이론 자료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IT 강국의 이미지는 이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해야 할 듯하다.

씨제이에스가 수입하는 리틀비츠(LittleBits)는 모든 사람들이 전자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모듈형 오픈소스 전자킷이다. 4가지 컬러로 구분된 모듈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결합과 실행이 쉬워 어린이들도 곧잘 따라할 수 있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만들어 보고 여기에 미술적 감각을 더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 교육의 추세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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