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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2030년, 현실은 1990년?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아이디어에서 알고리즘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 ②
정환용 기자 | 승인 2018.08.06 16:26

[EPNC=정환용 기자] 현재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대략 2030년대 초반이면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 로봇, 인공지능 등 현재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기술이 그때쯤이면 일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정보기술 관련 교육이 전무했던 과거보다는 현재의 학생들에게 조금 더 빠른 소프트웨어 교육이 향후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부, 관련업계의 관련 정책은 지난 1990년대에 도입했다가 실패로 끝난 컴퓨터 교육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당시 IT 산업과 컴퓨터 붐이 일면서, 학교에 컴퓨터실이 설치되는 것보다 학교 주변에 컴퓨터학원이 생기는 속도가 더 빨랐다.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커리큘럼 역시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과 프로그램 활용이 대부분이었고, 끊임없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을 위한 교육과정은 없다시피 했다. ‘코딩’이란 단어가 새로 첨부되며 새롭고 똑똑한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부의 행보는 그리 밝지 못하다.

 

“소프트웨어 교육, 모두의 미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의 글로벌 과학기술정책정보 서비스는 2015년 새로운 교육 정책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의 관련 이슈를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Code.org’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기업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코딩 교수법과 튜토리얼을 제작, 제공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코딩은 당신의 미래일 뿐 아니라 조국의 미래이기도 하다”면서 코딩 교육을 강력 지지했다.

Cord.org는 향후 2020년까지 미국의 대학 졸업생 중 약 40만 명이 컴퓨터 관련 학위를 취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의 통계에 따르면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 인력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140만 명이었고, 100만 개의 직업이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14년 기준으로 컴퓨터 관련 직군의 연봉이 평균 약 8만 4000달러로, 관리직과 법조인에 이어 3번째로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code.org는 한국어를 비롯해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간단한 가입 절차를 통해 학생은 코딩을, 교원은 코딩을 가르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미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소프트웨어 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에스토니아는, IT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며 1990년대부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했다. 이미 2000년에 전자 서명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디지털 서명 법령을 시행해 디지털 ID 카드로 인터넷 투표를 시작했고, 세계 최초의 전자투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데이터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도 에스토니아에서 개발된 앱이다.

영국은 지난 2014년부터 ‘코드의 해’(the Tear of Code)를 지정하고, 의무교육 과정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필수 교과과정으로 시행했다. 영국의 초등학생들은 주당 50분 이상 컴퓨터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체코, 헝가리, 스페인 등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IT 관련 단독 교과목을 개설했다. 기존의 워드프로세서, 웹서핑 등 활용 중심의 교육에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 프로그램 작성과 테스트, 데이터의 구성과 검색,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연령대에 맞춰 교육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스라엘은 2011년부터 컴퓨터과학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지정해, 이공계열 고등학생은 270시간, 심화 과정 선택 학생은 450시간의 관련 교육을 받는다. 중국도 2001년부터 정보기술 교육이 필수과정이 됐고, 지역에 따라 초등 3년생이 중학3년 과정까지 140시간을 배우게 된다. 인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9학년(중학3년)부터 컴퓨터 관련 교육을 실시했으나, 초등학생 등 저학년을 위한 컴퓨터 과학 교육은 2010년에 지침이 마련됐다.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의 두 번째 도전
컴퓨터를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교육과정은 지난 1990년에 시작했다. 1980년대 중∙후반 컴퓨터 붐이 일며 당시 PC방처럼 컴퓨터 학원이 전국에서 성황을 이뤘다. 당시 컴퓨터교육은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창작으로 가는 과정보다는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과 컴퓨터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을 배우는 쪽에 치우쳐 있었다.

컴퓨터를 모든 교과과정에서 적극 활용하며 IT 강국으로 거듭날 것처럼 ‘정보’를 외치던 교육 시스템은, 2008년에 완전 폐지되며 실패한 정책으로 남았다. 대부분의 대학교 컴퓨터 관련학과에서도 배울 수 있는 과목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초와 구성을 배우는 것은 단지 이공계로의 진학을 위함이 아니라 정보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 큰 목적 중 하나다.

하지만 당시의 교육과정은 그저 운영체제나 오피스 프로그램의 활용, 웹 검색 등을 배우는 것이 커리큘럼의 대부분이었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고리타분한 주입식 이론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교과목 중 하나에 불과했다. 현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기술∙가정 교과목에 정보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고, 고등학교는 선택적으로 정보와 정보과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교육부는 지난 실패를 딛고 두 번째 정보화 교육 정책을 발표한다. 교육부의 ‘소프트웨어 활성화 기본계획’의 골자는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가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 교육방안을 마련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 기반 구축
• 2018년까지 초등 교사 6만 명에 직무연수 실시, 초등학교 1개 당 핵심교원 1명 양성
•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정보·컴퓨터 교사 신규채용, 복수전공 연수 등으로 교원 확보
• 교원양성대학에 기본이수과목 개정, 관련학과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 컴퓨터실, PC 등 물적 인프라 확보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과정 확대 편성
• 방과 후 학교 활성화로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개별 추가 수요 흡수

▲올바른 소프트웨어 교육 문화 조성과 홍보 강화
•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과 올바른 목적 인식 유도
• 무료 체험행사 운영, 교육자료 제공

* 구체적 내용에는 대학 과정도 포함돼 있으나, 본 기사에서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만을 언급한다.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와 교원 역량 향상 - 177억 원
(이 중 126억 원은 2017년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와 기반 마련 관련 교부금)
학교 무선망, 디지털 인프라 확충 관련 - 200억 원
교원 소프트웨어 교육 역량 강화 - 30억 원
교원양성 대학에 대한 소프트웨어 교육과정 강화 - 26억 원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환경 조성~초∙중학교 무선 인프라 확충 - 200억 원
시∙도 교육청 컴퓨터실 설치와 노후제품 교체 예산 - 406억 원

 

2017년,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지난 2017년 11월, 교육부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요청한 예산 2000억 원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 처리됐다. 가장 시급했던 학교별 디지털 인프라 구축비용이 주 사용처였는데, 각 시∙도 교육청에 편성하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으로 집행하라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 정책 집행을 위한 예산을 교부금으로 처리하라는 것은, 지난 2012년 적용되며 끊임없이 논란을 낳고 있는 누리과정과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은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교육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안착을 위해 교원 연수, 인프라 마련, 우수사례 확산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종 교육 과정의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편성,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포함된 지원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모든 관련 예산이 ‘확정’이 아니라 ‘예정’이다.

교육부는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배포하며 ‘종합적인 교육 기반 마련과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진행 예정이었던 예산이 전액 삭감된 데 따른 대책으로는 부족한 설명만을 내놓았다. 어느 분야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조성해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예의 ‘추진하고 있다’, ‘추진할 예정이다’,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중의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2018년, 정책 시행 날씨는 ‘매우 흐림’
교육부와 과기부는 2015년부터 전국 초∙중∙고 중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해, 1000만 원 이내의 운영 지원금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5년과 2016년 1128곳을 선정했고, 2017년에는 1200곳이 추가 선정됐다. 올해까지 더하면 전국 초∙중∙고 1만 1679곳 중 3969곳, 약 1/3이 선도학교로 지정됐다(통계자료: 교육통계연구센터).

올해 선정된 연구∙선도 중학교는 456곳으로, 전국 약 1000여 중학교가 현재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돼 있다. 중학교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학교 자율 재량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가 됐지만, 절반 이상의 중학교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부족하다며 교육 진행을 2019년으로 늦췄다. 올해 중1 과정에 정보 과목을 편성한 중학교는 1351개로, 나머지 58%의 학교들도 2020년까지는 과목을 편성해야 한다.

현재 과기부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 담당교원 전문연수와 심화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초∙중∙고 교원 837명을 대상으로 교육 담당교원 역량강화 심화연수를 진행했으며, 지난 2017년 10월에는 기본적인 교육 역량을 갖춘 교사들 중 초등학교 교원 58명, 중학교 교원 50명을 대상으로 심화연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3200여 중학교에서 각 학교 당 적어도 1명 이상의 담당교원이 있어야 하고, 담임교사가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초등학교는 2019년 의무가 되는 5, 6학년 학급을 더하면 6만여 명의 교사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연수를 받아야 한다.

민주연구원이 지난 1월 진행한 ‘소프트웨어 교육 현황과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고려대학교 김현철 교수는 2016년 기준 전체 학교 당 정보 교과 담당 교원의 수가 평균 0.4명에 불과하고, 정보∙컴퓨터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원 역시 2014년 79.2%에서 2016년 66.5%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보다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 교원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며, 지금 추세로는 교육 환경을 비롯해 교육의 전문성도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2015년 기본계획 발표 당시 불거졌던 사교육에 대한 우려도 결국 현실이 됐다. 당시 새로운 교육정책에 따라 관련 사교육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학부모 대상의 교육 안내로 올바른 인식 유도, 방과후 학습과 동아리 활동 활성화로 학교 중심의 교육 유도, 사교육 모니터링과 관계기관 협력 지도 등의 대책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에서는 지난 2015년 3곳에 불과했던 관련 사교육 기관이 8배 이상 늘었다. 심지어 향후 소프트웨어 교육 수행평가를 대비하는 학원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지불하며 사교육을 받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뷰 중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언급했다. 교육부는 기본계획 관련 질의응답 자료에서 내용연수 6년이 초과된 노후 컴퓨터에 대해 2016년 12월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각 교육청과 협력해 연차적으로 교체해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교육은 컴퓨터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며, 컴퓨터를 사용한다 해도 현재 기준으로 2012년에 출시된 컴퓨터의 성능이면 코딩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교육용으로 못 쓸 정도는 아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과정을 거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양한 방면의 가치에 대한 증명 대신 대입수학능력평가 하나로 12년 교육의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 학력고사에서 시작된 천편일률적인 시험조차도 20년 넘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미 ‘정보혁명’이라 불린 1990년대 3차 산업혁명에서 컴퓨터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가 7년여 만에 실패로 끝난 바 있는 ICT 교육은, 현재의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추가 과목’ 정도로 인식될 위험성만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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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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