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디스플레이를 이끄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술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전자제품의 중요한 출력장치 중 하나는 바로 디스플레이다. 아니 가장 중요하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를 기준으로 했을 때 출력 장치로는 디스플레이 외에도 스피커나 프린터 등이 있으며, 로봇처럼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으나, 즉각적이고 인터랙티브할뿐 아니라 사람이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분인 시각에 초점을 맞춘 출력장치라는 점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과거를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기술, CRT
과거의 디스플레이를 대표하는 것은 아마도 음극선관(Cathode-Ray Tube, CRT)였다. 브라운관이라고 하는 이 방식은 과거 TV 수신기에 주로 사용되던 방식으로 전자총으로 인광면에 전자롤 쏘아 충돌시켜 화면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의 화면 크기가 커지려면 CRT의 크기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앞뒤로도 같이 커져야 하며, CRT의 주요 소재인 유리로 인해 무겁고, 전력 소비가 크다는 점 때문에 대형 화면을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CRT는 전자총이 발사하는 전자를 자기장을 이용해 휘어줌으로써 인광면의 원하는 위치에 충돌하게 함으로써 영상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한번에 만들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며, 화면의 위에서부터 점을 하나씩 찍어가면서 선으로 만든다. 이를 주사 혹은 스캐닝(Scanning)이라고 한다. 섀도우 마스크(Shadow Mask)라고 부르는 형광물질이 도포된 인광면은 형광물질이 도포돼 있으며, 이 형광물질의 종류에 따라 R, G, B 컬러를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CRT에서는 주사선을 가로로 한줄씩 그려나가며 위에서부터 아래로 화면을 만들어 간다. 요즘도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얘기할 때 720P, 1080P와 같이 세로 픽셀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도 이 CRT의 화면 재생 방식에서 기인했다. 그리고 720P, 720I에서 I와 P가 의미하는 것은 인터레이스드(Interlaced)와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로, 인터레이스드는 한 화면을 만들 때, 주사를 줄마다 하는 것보다 한 줄씩 건너뛰어 홀수행과 짝수 행을 번갈아 주사함으로써 화면 구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했던 방식으로 비월주사라고도 했다.
그리고 1분에 몇 번 화면을 재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수치인 화면재생빈도(Refresh rate)는 이렇게 위에서부터 한 줄씩 그리기 시작해 전체 화면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나중에 LCD로 바뀌면서 방식은 다르지만, 동일한 의미로 화면재생빈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화면재생빈도는 디스플레이의 속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CRT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전자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구를 자른 형태의 곡면의 화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통을 자른 곡면으로 구성했던 것이 바로 소니의 트리니트론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평면 화면도 등장하기는 했지만, 뒤이어 등장한 LCD 기반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물론 LCD 이전에는 이외에도 많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었다. 예를 들면 진공관 같은 형태를 갖고 있는 닉시 튜브(Nixie Tube)나 LED, 혹은 LCD 방식의 세븐세그먼트와 같은 기술들이다. 이들 또한 LCD나 OLED 등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점점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있다. 또한 LCD와 함께 등장한 기술 중에 PDP(Plasma Display Panel)나 FED(Field Emission DIsplay)와 같은 기술도 있었으나 이 또한 전력 소모와 발열, 그리고 상용화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제는 시장에서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림 1]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CRT는 오랫동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었다.


반도체 기반 디스플레이의 시대를 연 LCD
최근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반도체 기반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LCD(Liquid Crystal Display)로,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않는 수동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에 작은 태양광 패널이나 저용량 배터리만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는 별도의 광원을 디스플레이 뒤쪽에 위치시켜 사용하며, 과거에는 주로 형광등(Fluorescence Lamp)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이기 위해 LED 램프나 QLED 램프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LCD에 사용되는 액정은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물질로, 평상시에는 불규칙하게 배열돼 편광판을 통과한 빛의 방향을 비틀어 수직으로 세워진 편광판을 통과하게 하지만, 전류가 흐르면 액정이 규칙적으로 배열로 변화하면서 2차 편광판에서 빛이 걸러지게 된다. 이런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전자저울이나 전자계산기 등의 디스플레이다. 물론 모니터나 TV 등도 대부분 LCD 방식이기는 하지만, 액정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액정에 대해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LCD는 과거 LED를 이용해 만들던 세븐 세그먼트의 또 다른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LED 방식의 세븐 세그먼트처럼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으며,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모니터에 사용되는 LCD는 R, G, B 컬러의 액정을 매우 작게 만들어 모아 놓은 후, 각 픽셀에 전원을 인가하거나 끔으로서 색을 표현하고, 뒷면에 위치한 백라이트를 비춰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모니터나 TV에 사용되는 LCD는 대부분 TFT(Thin Film Transistor) 방식으로, TFT LCD라고 부른다. 여기서 TFT는 LCD로 구성된 각 픽셀에 대한 전원을 연결하고 끊어주는 스위치의 역할을 한다. 한 선씩 그리는 CRT와 달리 LCD는 한번에 한 화면을 그리기는 하지만, 스위치의 속도에 따라 화면의 갱신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스위치 방식에 따라 화면재생빈도가 결정된다. 

[그림 2] LCD 디스플레이의 구조 자료: 후지필름코리아


번인만 아니라면 완벽에 가까운 디스플레이, OLED
OLED는 LCD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기술에 기반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LCD보다는 오히려 LED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LED(Light Emitting Diode)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OLED는 유기물질 즉, 탄소나 산소, 질소와 같은 유기물질로 이뤄진 단량체나 중합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방식의 무기물을 사용하는 LED와 차이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는 소자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방식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디스플레이 외에 조명 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LED와 마찬가지로 OLED 또한 조명용으로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OLED 조명은 OLED의 특성으로 인해 LED의 점 조명과는 달리 면 자체가 광원이 되는 면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얇고, 휘어진다는 장점으로 새로운 형태의 조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측면에 있어서도 OLED는 이전의 LCD 등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을 갖는다. 일단 디스플레이의 구조가 매우 간단해진다. 백라이트에서부터, 편광필터, 색상필터, 유리판 등의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LCD에 비해 OLED는 OLED패널과 이를 보호하는 유리판만으로 디스플레이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OLED가 스스로 색을 발현할 수 있고 빛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두께가 얇다는 장점을 이용해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함에 따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OLED는 화면 구동 방식에 따라 PMOLED(Passive-Matrix OLED)와 AMOLED(Active-Matrix OLED)로 구분할 수 있다. PMOLED는 화면에 배열된 발광 소자의 가로축과 세로축에 각각 전원을 줌으로써 교차점에 위치한 소자를 빛나게 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간단하고 생산비용이 적게 들지만, 정교한 화면을 구현하기 어렵고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될수록 소비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편 AMOLED는 발광 소자마다 TFT를 내장해 각 소자의 발광 여부를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정교한 화면을 구성하고 소비 전력도 낮출 수 있다.
OLED도 물론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LCD에 비해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바로 번인(Burn-in)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바로 OLED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번인 현상은 과거 CRT 디스플레이도 갖고 있던 문제다. CRT 디스플레이 내부에 있는 전자총으로 형광물질을 쏘아 빛과 색을 재현하는 방식의 CRT에서 특정 영역에 지속적으로 전자를 쏠 경우, 형광물질의 수명이 떨어지고, 결국 다른 화면을 표시할 때도 이 자국이 남아있게 된다. 과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사용되던 것이 화면 보호기(Screen Saver)였다. OLED는 LED에 유기물을 첨가해 색을 표현하는 데, 이 유기물의 수명이 다하면 더 이상 특정 색상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OLED의 경우 특히 파란색 화소의 수명이 비교적 더 짧으며, 화면을 흰색 등 밝은 색으로 장시간 켤 경우, 소자의 소명이 떨어져 더 이상 제대로 된 색상을 표현할 수 없다. 특히 파란색이 가장 먼저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흰색을 표현할 때 노란색 얼룩이 나타난다.

[그림 3] AMOLED 디스플레이의 현미경 사진

 

미래의 디스플레이, QLED와 마이크로LED
현재 OLED의 뒤를 이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바로 마이크로LED와 QLED(Quantum Dot LED)다. 물론 지금 일부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QLED 방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QLED 디스플레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단순히 백라이트를 LED에서 QLED로 바꿨을 뿐 근본적인 방식은 과거의 LCD 방식과 동일하다. LED 백라이트 적용 디스플레이를 LED TV나 모니터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Q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QLED 또한 OLED와 상당히 흡사한 기술적 원리를 갖고 있으며, 무기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OLED보다 수명이 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이 상용화 수준이 이르지 못해, QLED 디스플레이를 주위에서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일이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마이크로LED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LED는 LED를 백라이트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화면 구성을 위한 소자로 사용하는 것으로 마치 스포츠 경기장의 전광판과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각 픽셀의 크기와 전체 크기를 작게 줄여 일반 사용자용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CES 2018에서 삼성전자가 모듈형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했으나 소자 크기가 일반적인 마이크로LED의 기준인 5~10μm보다 훨씬 큰 122x240μm 크기의 소자를 사용해, QLED와 마찬가지로 과장된 명칭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마이크로LED는 유기소재가 아닌 반도체와 같은 무기소재를 사용해, OLED에 비해 매우 긴 수명을 갖게 되며, 따라서 번인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로 인해 향후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부분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이다[그림 4].

[그림 4] 삼성전자는 CES 2018에서 모듈러 마이크로LED라는 디스플레이를 발표했으나, 현재 기준으로는 마이크로LED라 부르기 힘든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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