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샵’은 향후 시장 구도 바꿔나갈 제이와이텍의 핵심 자산

[테크월드=정재민 기자] 전통적인 박스 공급 방식의 계측장비 업체들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 장비에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추가해 왔다. 물론 사용자는 장비 제조업체가 추가한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계측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계측장비 회사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기능을 정의하는 즉, 소프트웨어가 주력이 되는 계측장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계측장비의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정의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계측기 시장은 기존과는 매우 판이하게 변모하고 있다.

처음에 GPIB(General Purpose Interface Bus)로 시작해 DAQ(Data Acquisition), PXI(PCI eXtensions for Instrumentation), 모듈형 계측기(Modular Instruments)까지 끊임없이 발전해 오고 있다. NI(내쇼날 인스트루먼트)가 주도한 이런 발전에 힘입어, NI는 지난 수십 년간 ‘랩뷰’(LabVIEW)라는 출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하드웨어 계측장비를 통해 T&M(Test & Measurement, 시험·계측) 시장에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T&M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T&M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NI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여기에 기세 좋게 ‘차세대 T&M의 선두주자’를 자처하며 나선 ‘제이와이텍 코리아(이하 제이와이텍)’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설립한 지 1년 남짓한 제이와이텍의 1대 주주이자 CEO인 김주엽 대표는 바로 NI코리아를 20년 간 이끌어 오던 수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제이와이텍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T&M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연유로 인해 설립된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해 매우 깊숙이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한 차별성과 강점을 지니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제이와이텍의 김주엽 대표를 만나 제이와이텍과 T&M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주엽 제이와이텍코리아 대표

Q. 제이와이텍은 어떻게 설립됐는가?  

A. 제이와이텍은 에이디링크테크놀로지(ADLINK Technology, 이하 에이디링크)의 자본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합작회사다. 에이디링크는 지난 20년 가까이 T&M 시장에 진출해 있었으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부재였다. 반면, NI는 ‘랩뷰’라는 매우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었다. NI는 ‘랩뷰’로 T&M 비즈니스의 대부분을 견인해 왔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매출은 15% 정도지만 소프트웨어가 나머지 85%의 하드웨어 매출까지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T&M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에이디링크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취약했으며, ‘랩뷰’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높다 보니, 심지어 하드웨어에 ‘랩뷰’용 드라이버를 만들어놓고 ‘랩뷰’를 가져다 쓰라고 하기까지 했다.

PXI의 경우 NI가 거의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키사이트, 피커링, 에어로플렉스, 마빈, 에이디링크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다른 하드웨어 제품을 나열해 놓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더라도 NI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우수한 하드웨어 제품군 뿐 아니라 ‘랩뷰’라는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제이와이텍 코리아가 설립됐다. NI코리아에 20여 년 간 몸 담았던 김주엽 대표, 에이디링크의 짐 루(Jim Liu) CEO, 다팡 첸(Dapang Chen) 현 제이와이텍 차이나 대표가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에이디링크는 20여 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T&M 사업부를 분사함으로써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제이와이텍 차이나는 ‘랩뷰’에 대항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 이 소프트웨어가 ‘시샵’(SeeSharp)이다. 그리고 제이와이텍 코리아는 T&M 장비 개발·제조기업인 ‘이노와이어리스’와 협력해 새로운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에 제이와이텍 차이나가 먼저 만들어지면서 ‘시샵’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이후 2017년 초 제이와이텍 코리아가 설립됐다. 제이와이텍 코리아는 에이디링크의 하드웨어, 즉 T&M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시샵’을 공급하고 있다.

전시회에 출품한 제이와이텍 T&M 장비

Q.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전무했던 에이디링크의 하드웨어에 ‘시샵’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됐다. ‘시샵’은 무엇인가?

A. ‘시샵’은 제이와이텍의 핵심 자산이다. 또한, 그동안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랩뷰’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시장을 주도할 핵심 도구다. ‘랩뷰’가 T&M 시장의 절대강자였다면 ‘시샵’이 나오면서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점차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샵’의 강점은 누구나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사용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현재 T&M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 중 대부분은 텍스트 기반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언어들 중에서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그래픽 기반의 언어로 돼 있는 ‘랩뷰’다. 이는 유저들의 대부분이 C, C++, 비주얼 베이직 등의 언어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랩뷰’ 자체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다보니 어쩔 수 없이 ‘랩뷰’ 교육을 받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텍스트 기반 플랫폼인 ‘시샵’이 등장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랩뷰’가 특정 업체에 종속된 플랫폼인 반면, ‘시샵’은 ‘C#’이라는 범용 언어를 통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오픈소스다. 그것도 쉽고 빠르게 말이다. 이렇듯 사용자의 편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시샵은 하드웨어를 구매한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가격 경쟁력도 우위에 있다.

기존 사용자들이 많은 양의 코딩을 직접 해야 했던 환경이었다면, 이젠 시샵 플랫폼의 프로그램과 제이와이텍 코리아에서 제공하는 텍스트 편집기를 사용함으로써, 방대한 양의 코딩을 단 몇 줄로 단순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Q. ‘시샵’이 T&M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A. NI의 ‘랩뷰’가 시장에서 성공함으로써 하드웨어의 시장점유율을 견인했듯이, ‘시샵’이 시장에 제대로 정착된다면 제이와이텍의 비즈니스에도 굉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다. 제이와이텍 코리아의 설립된 지 1년 5개월이 채 안됐는데 벌써 많은 사용자들이 ‘시샵’ 드라이버의 가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이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램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래픽 기반의 ‘랩뷰’보다 더 손쉬운 텍스트 기반의 ‘시샵’으로 갈아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NI 하드웨어를 쓰면서도 ‘랩뷰’를 거부하고 ‘C’나 ‘C#’으로 개발해 왔던 사람들이 있다. NI 제품의 모든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의 기반은 ‘랩뷰’로 돼 있기 때문에 NI의 제품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랩뷰’를 써야 한다. 그럼에도 ‘C’나 ‘C#’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본인들이 코딩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얼마나 불편했겠나. 하지만 ‘시샵’이 제공되면서 챠트, 디스플레이, 펑션들도 불러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예제를 사용해 조금씩 수정해서 사용하면 된다.

자신이 ‘C#’의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랩뷰’는 안 쓴다는 원칙론자도 있지만, 비용 문제도 ‘시샵’으로 갈아탈 수 있는 당위성에 한 몫 한다. 기본적으로 ‘랩뷰’ 패키지의 비용이 있다. ‘랩뷰’ 패키지의 비용에 대응하는 ‘시샵’ 패키지는 무료다. 분석 툴도 NI에 비하면 현저히 저렴하다.

Q.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시샵’이라는 핵심 툴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어떠한가?

A. 하드웨어 측면에서 PXI 제품군, DAQ 제품군, 모듈형 계측기, GPIB 등이 주력제품이다. 사실 현재의 에이디링크 하드웨어만으로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제이와이텍 코리아가 이노와이어리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PXI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키사이트나 피커링, 크로마 등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제품을 위한 드라이버를 만들어 제품화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에서의 R&D 투자로 NI의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예상대로 개발이 완료될 경우, 하드웨어 비용 면에서 NI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Q.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행해 나갈 계획인가?

A. 전통적인 계측장비 업체들은 많은 부분을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계측장비의 기능이 정의돼 있기 때문에 매뉴얼을 보고 사용자가 직접 활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샵’이나 ‘랩뷰’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기업은 대리점이 아닌 직접 영업을 해야 하는 구조다. 엔지니어가 직접 가서 기술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에이디링크는 엔지니어가 직접 찾아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을 통한 영업에 중심을 뒀던 게 사실이다. 사업 방향이 잘못됐던 것이다. 제이와이텍은 기술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직접 찾아가는 영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이와이텍은 시샵의 홍보와 사용자 확대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SeeSharp Hands On’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Q. ‘시샵’에 대한 홍보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A. (김 대표는 SeeSharp 세미나 진행자인 장경호 팀장(기술영업)에게 답변을 넘겼다) 시샵의 홍보와 사용자 확대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SeeSharp Hands On’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C#을 이용한 DAQ 실습 위주의 이 세미나는 현재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세미나 참가자들 중 NI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도 랩뷰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다. 그리고 세미나 참석자 대부분이 만족하는 편이다. 직접 C# 등 텍스트로 개발하고 있던 사용자들은 너무나 좋아한다. 심지어 어떤 참가자는 “제이와이텍이라는 업체가 4년 전에만 나왔어도 그동안 개발하느라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샵의 등장을 반가워한다.

예제 툴은 6개월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이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시샵을 사용하는 닷넷(.NET) 개발자들이 무상으로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김주엽 대표는 소프트웨어 플렛폼인 ‘시샵’이 향후 시장 구도를 바꿔나갈 제이와이텍의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Q. 향후 목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현재는 제이와이텍 차이나, 코리아만 설립이 돼 있는 상태이지만, 조만간 재팬이 설립되고 그 시점에 제이와이텍 지주회사도 발족할 예정이다.

제이와이텍 코리아는 에이디링크의 기존 하드웨어와 키사이트·피커링·크로마 등과 같은 서드파티 하드웨어, 그리고 향후 이노와이어리스에서 선보일 하드웨어에서 제공할 펑션과 예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야심차게 내놓은 ‘시샵’ 소프트웨어의 버그를 수정해 가면서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성도 있다.

제이와이텍은 T&M 분야를 잘 알고 있고 많은 준비를 거쳐 시작한 회사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분에 있어 시장에서의 차별화, 강점을 갖고 있다. 하드웨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일정 부분 따라가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 차이를 빠르게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 믿고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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