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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홈, 과연 현실에 가까이 다가왔나모든 것이 연결되는 디지털 알프레드, 스마트 홈 어플라이언스 ③
정환용 기자 | 승인 2018.05.04 17:08

[EPNC=정환용 기자] 모든 국가가 ICT 산업을 장려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을 ‘IT 강국’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기반 기술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란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다. 기술 개발은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크게 나눠도 세계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을 찾기 어렵다. 1990년대 초·중반 국책사업으로 인터넷 보급이 전국적으로 이뤄지며 보급률과 네트워크 사용 환경이 쾌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항이 많고 활주로가 잘 닦여있는 것만으로 항공 강국이라 할 수 없듯, 인터넷 인프라의 공급만으로 IT 강국이라 칭할 순 없는 노릇이다.

SK텔레콤이나 LG U+ 등의 통신사들이 기기를 켜고 끄는 기능만으로 서비스 이름에 IoT를 붙이는 것은, 과거 3.9G 통신기술을 LTE라고 칭한 것만큼이나 무지한 일이다. 지난 2011년 SKT와 KT가 먼저 ‘4G LTE’란 문구를 사용하며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당시의 차세대 통신망은 최대 75Mbps로,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에서 4G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100Mbps)을 충족하지 못했다. 때문에 엄연히 따지면 4G가 아니라 3.9G로 표기해야 했다. 이후 2013년이 돼서야 비로소 ‘LTE-A’(Advanced)로 4G 인정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3G 대비 속도가 상당 수준 빨라졌고, 주파수가 부족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시기를 지나 향후 출시될 4G와는 기술적으로 호환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TV 광고는 차세대 통신망 서비스 초기에는 ‘4G LTE’란 문구를 사용했으나, 이런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같은 광고에서 ‘4G’란 단어가 없어졌다. 당시에는 국내 독점 통신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소비자인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정도였으니, 단순한 과장광고로 치부하기에 이 문제는 그 심각성이 생각보다 컸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이동통신망으로도 기술보다 마케팅을 더 중요시 여기는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용어를 가만 놔둘 리 없다. 언젠가부터 통신 3사는 ‘사물인터넷’과 ‘IoT’란 단어를 남용하기 시작했고, 마치 자사가 광고하는 스마트 홈 솔루션을 사용하면 IoT 시대를 준비하는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국내 통신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IoT 서비스는 ‘모니터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이다.

 

Part 1. 내 집을 더 똑똑하게 꾸미는 방법
Part 2. 보이는 IoT, 보이지 않는 IoT
Part 3. 스마트 홈, 과연 현실에 가까이 다가와 있나

 

규모의 경제, 초기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단순한 경제논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원칙이다. 제조기업이 기획부터 사후처리까지 적용하고 있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는, 상품의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개당 1000원인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500원으로 낮추고, 판매 수요를 조사해 가장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 제품의 가격에는 무상 교체, 수리 등의 사후처리 비용도 포함돼 있다.

홈 IoT도 마찬가지다. 단일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가전제품이 서로 연결돼야 하는 구조 상,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센서를 포함한 IoT 솔루션이 필수 생활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건물의 건축 단계부터 IoT 적용을 설계에 포함시키는 스마트 빌딩 등으로 확장된다면 금상첨화다. 더불어 현재 IoT 시스템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 역시, 하나의 기기가 아니라 집 안 어디에서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집 안 전체에 명령 송·수신 시스템이 갖춰져야 진정한 스마트 홈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이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 스마트폰, 음성인식 스피커, 가전제품 등 각각의 기기에서 IoT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만들 수 있지만, 이를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확장성을 위해서는 제어 측과 운용 측의 명령 체계가 열려 있는 것이 가장 좋은데, 지금은 스마트폰 제조사, 음성인식 스피커 제조사, 가전제품 제조사가 제각각의 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일관성과 확장성이 부족하다.

또한, 스마트 홈 인프라 구축의 핵심 중 하나가 네트워크인데 국내나 해외 모두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이동통신사들이 IoT를 차세대 사업으로 기획해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축할 때 어느 제품에 어떤 센서와 반도체, 운영체제가 사용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음성인식 스피커 등의 중앙제어 시스템을 통해 조명을 조절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 IoT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그만이다. 통신사들이 ‘IoT’를 앞세워 제공하고 있는 시스템의 대부분은,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IoT의 정의에는 부합한다. 그러나 문제는 확장성이다. 현재 국내 3개 통신사에서 앞을 다퉈 홍보하고 있는 IoT 서비스는 사실상 과거의 원격제어에서 컨트롤러가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통신사의 IoT 서비스, IoT 맞나?
3개 통신사들이 IoT 문구를 붙여 홍보하는 서비스는,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KT는 자사의 ‘기가 IoT 홈매니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활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가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은 브랜드 별로 정해져 있다. LGU+는 ‘IoT 홈’ 서비스에서 음성인식 스피커와 함께 IoT 기기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고, 스마트폰에 ‘IoT@home’ 위젯을 설치해 다양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SKT가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다양한 편인데, ‘Smart[Home]’ 로고가 붙은 가전제품을 ‘SKT 스마트홈’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KT, LGU+, SKT 등 통신 3사에서 홍보하고 있는 가정용 홈 IoT 솔루션들이다. 공통적으로는 각 전자기기들의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각 사물이 인터넷으로 모바일 앱에 연결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IoT를 붙여 홍보하고 있다.

3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기본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저마나 내놓은 서비스에 확장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IoT는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유효한 정보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보일러의 온도를 조절하고 창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그 일부이기는 하나, 이는 이미 기존의 원격제어 방식으로 상용화된 바 있다. 단지 제어의 방식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음성인식 스피커, IoT 거점까지 갈 길 멀어
기초학문을 등한시했던 국내 교육 풍조가 낳은 기반 기술의 부족은 지금부터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누구나 아는 기술 대기업들도 기술의 개발보다 서비스 개발에 급급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발의 관건은 기존의 기술을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데, 이미 기존의 기술에 대한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스마트 가전제품의 중심이자 홈 IoT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음성인식 스피커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의 음성비서 기능도 비슷한 구조로 홈 IoT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은 구글 어시스턴트(스마트폰)-구글 홈(스피커), 애플 시리(스마트폰)-애플 홈팟(스피커) 등 해외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스마트폰 음성비서와 음성인식 스피커가 연동되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8년에 자사의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한 음성인식 스피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제조·서비스하고 음성비서 스피커는 SKT 누구(NUGU), KT 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 다음카카오 ‘카카오미니’ 등이 있다. 공통적으로 스피커가 설치된 가정의 TV,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KT의 기가지니2는 TV 연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전제품과 연결되는데, 적외선 센서를 적용해 각종 기기들과의 연결에서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KT 관계자의 설명이다.

▲KT의 기가지니 소개 페이지 첫 번째 홍보 요소는 UHD 화질을 제공하는 IPTV 셋톱박스로서의 기능이다. 국내 UHD TV의 보급률이나 4K 콘텐츠 제공 현황을 보면 그리 현실적이지 않은 서비스다. 가장 빠르고 폭넓은 4K UHD 콘텐츠 서비스는 SBS, KBS, MBC 등 공중파 방송국의 고해상도 방송 송출인데, 2017년 이전에 UHD TV를 구입한 사람들은 방송 표준이 ATSC 3.0으로 확정되면서 별도의 튜너가 있어야 UHD 방송을 볼 수 있다.

기가지니2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홈페이지의 신제품 소개 페이지의 첫 번째 홍보 요소인 TV 연결은 자사의 올레TV IPTV 서비스만 연동된다. SK브로드밴드나 LGU+ IPTV 서비스 이용자는 기가지니의 TV 연동 서비스를 쓸 수 없다. 또한, 2018년 4월 현재로서는 기간 약정이나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로만 구입할 수 있고, 기기 단품 구매는 아직 제공하지 않는다. 요금제도 자사의 IPTV 서비스 이용 기간과 이용 서비스에 따라 다른데, 7월까지 진행되는 프로모션 요금 기준으로 3년 약정 시 월 2200~4400원이다.

IoT 기술의 본질은 ‘모든 사물의 연결’이다. 국내외 사정이 비슷한데 기기 제조사와 기술 개발사가 아니라 서비스업체가 이를 주도하려 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교집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부가서비스나 제공 기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온전한 사용이 어렵다. 기가지니 역시 음악을 들으려면 별도로 KT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지니)에 가입해야 한다. 영상통화 기능은 전작에서 별도의 카메라를 구입하고 별도의 월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기가지니2는 해당 기능이 삭제됐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 전화를 연결하려면 일반전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아직 음성인식 스피커가 IoT의 거점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아마존의 ‘알렉사’ 역시 아직도 그 기능과 효과는 수동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아마존, 구글, 애플 등 해외 IT 기업들도 음성인식 기술의 정확도에서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어 역시 삼성(빅스비), 네이버(클로버) 등의 국내 기업들이 R&D에 열중하고 있지만, 만족스런 인식률과 정확도에 도달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IoT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추세다. 음성인식이나 모션 제어 등 좀 더 편리한 방법으로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일이다. 기업들이 음성인식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가장 편리한 제어 방법이 사람의 목소리라는 점에 입각한 R&D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증강현실 제어보다 더 빨리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나 모션 센서 등 별도의 장치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두 방법이 혼합되기 전에는 설치부터 활용까지 홈 IoT 구성이 좀 더 간소한 음성인식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차 요건인 ‘명령’과 함께 2차 요건 ‘실행’에 대한 개발이다. 현재의 가정용 IoT 솔루션은 개발·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 홈’이라고 홍보할 만큼 연결돼 있지 않다. 음성인식 기술이 먼저 적용된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지만, IoT 솔루션 제조 기업과 서비스 기업의 온도 차이가 허들 하나를 더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과 아마존의 음성인식 스피커, LG전자의 냉장고, 삼성전자의 에어컨, 샤오미의 공기청정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집이 똑똑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NB-IoT, LoRa 등 저전력 네트워크의 기술표준 채택, 각종 기기에 적용될 센서 등 솔루션을 구성하는 부가적인 기술을 먼저 감안하고, 기업마다 주장하고 있는 제각각의 표준을 공통분모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가전제품 제조사와 음성인식 스피커 제조사,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사들이 개인플레이를 계속한다면, 도쿄 올림픽이 아니라 파리 올림픽이 개최될 때까지도 홈 IoT 시스템은 IoT 기술이 아니라 통신사의 패키지 상품 중 하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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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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