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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녹아드는 인공지능가트너 ‘2018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② 지능형 사물
정환용 기자 | 승인 2018.03.07 14:34

[EPNC=정환용 기자] 21세기 IT 기술 최대의 화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다. SF 영화처럼 감정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사용자가 자주 방문하는 지역의 Wi-Fi 신호를 자동으로 잡는 것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의 AI를 뜻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서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표적인 지능형 사물(Intelligent Things)로, 과거에는 인간의 오감이 필요했던 사물들은 점차 그 감각을 하나씩 디지털화를 거친 기술로 적용되며 진화하고 있다.

가트너의 부사장 데이빗 설리(David Cearley)는 지능형 사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농업이나 광업 등 통제된 환경에서 그 활용도가 높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지능형 사물 분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22년까지는 통제 하의 도로에서 제한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은 일정 상황에서 인간의 조작이 필요한 자율주행 3단계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향후 5년간은 이 단계가 유지되며, 그동안 제조사들은 철저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정부기관은 관련 규제와 법률, 문화적인 수용 문제들을 천천히 해결해나갈 것이다.”

가트너가 제시한 2018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중 대전제 ‘인텔리전트’(Intelligent)에 해당하는 지능형 사물은, 과거 융통성이 없었던 프로그래밍 모델의 실행력에 인공지능을 더하는 개념이다. 지능이 더해진 사물은 인간을 비롯한 주변 환경과 좀 더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꾸준히 화제인 인공지능이 사물과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어디까지 발휘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근 화제가 된 스마트 스피커를 비롯해 가정,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능이 깃든 사물이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10대 전략 기술, 변화가 없다?
가트너의 지난 2017년 전략 기술에도 지능형 앱, 지능형 사물 등의 키워드가 있었다. 항목마다 설리 부사장의 코멘트는 조금씩 달랐지만, 기본적인 기술 트렌드는 1년이 지나면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요점이다. 가트너는 2017년 전략 발표에서 지능형 사물에 대해 로봇,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3개 범주로 나눠 설명했다. 설리 부사장은 “지능형 사물의 진화와 대중화에 따라, 서로 통신하고 상호 작업 수행을 위해 독립형 모델에서 협업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법률이 기술 발전에 필연적인 허들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법적 책임과 같은 규제 개선은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이 피할 수 없는 충돌의 요소이기에, 이 문제는 홍역처럼 시나브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의 여부 – 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능한가?
여기서 말하는 ‘지능형’의 의미가 인공지능과 상통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기능들이 새로 적용되고, 기업들이 여기에 상징적, 혹은 홍보를 위한 이미지세팅으로 ‘인공지능’을 더하는 것이다. ‘지능’(Intelligence)이 적용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가 ‘경험’과 ‘학습’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어떤 기기에 붙은 ‘인공지능’이란 수식어가 정당해지려면 그 기기가 정해진 용도와 목적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며 기기 자체를 점점 개선해 나갈 만큼 진화해야 한다.

모 기업에서 지난 2017년 인공지능이 적용된 냉장고를 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전면에 태블릿PC처럼 활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내장돼 있고, 다른 가전제품과 냉장고를 연동시킬 수 있으며, 음성비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가족의 연결’을 내세우며 냉장고가 똑똑해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음성비서 서비스가 내장된 태블릿PC를 문 앞에 부착하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전부다. 제품 홍보물이 아니라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을 소개할 때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제조사에서도 그 단어가 제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 문제가 냉장고나 백색가전 등 가정용 제품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기업과 제조사들은 당연히 전작보다 더 좋은 성능과 더 많은 기능을 배치한 신제품에 고등 기술을 의미하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 한다. 최근 기술이 집중되고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에 음성비서 서비스가 적용돼 있는데,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나 딥 러닝(Deep Learning), 빅데이터 기능의 조합으로 일부 학습을 통해 기능이 향상되는 부분이 있다.

큰 관점에서 보면 기계가 인간의 말을 ‘알아 듣는’(Understanding) 것이 아니라 ‘파악하는’(Analysing) 것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음성 명령을 기계 명령어로 전환해 받아들이고 해당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다양한 언어적 특징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 자연어 처리, 딥 러닝 등의 기술이 적용된다. 이 기술들은 현재의 기술 구현 수준을 감안할 때 지능적 기술로 볼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 역시 현재 기술로 지능적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다수 적용돼 있기 때문에 이를 아울러 인공지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물에 지능을 부여하는 방법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4부’에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가 언급된다. 해당 장면의 배경은 강원랜드 카지노가 설립되기 전인 1990년대. 주인공은 동업자인 친구에게 “기술은 오래 전에 개발됐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실용화가 늦었다. 곧 값싼 칩과 센서가 쏟아져 나온다. 곧 모든 설비에는 자동제어 시스템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만화가 출판된 것이 2003년이니 ICT 시장을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스마트 빌딩의 개념을 언급한 점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인공지능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불을 끄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음성 명령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에 IBS가 처음 적용된 빌딩은 2001년 완공된 서울 강남의 강남 파이낸스 센터(前 스타타워)로, 완전 자동화 공조 시스템과 에너지 절약형 전력 시스템, 환경친화적 구조 등으로 유명하다. 국내 대규모 오피스 빌딩 중 최초로 미국 친환경건물인증(LEED) 플래티넘 등급을 받기도 했다. 2017년 기준으로 약 1조 7000억 원의 가치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 빌딩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력공급선, 그리고 온오프 스위치만 연결돼 있던 전등을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스마트 빌딩 솔루션 초기에는 조명마다 연결된 온오프 스위치 케이블을 각 층에 배치된 배전반으로 모으고, 중앙제어실에서 이 배전반을 조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무선으로 원격 제어하는 것도, 모든 센서에 무선 네트워크 송수신 기능을 배치할 필요 없이 배전반 대신 무선 통신 라우터를 배치해 대상 구역 전체를 메시 네트워크로 구성하면 된다. 여기에 제어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시간과 내부 조도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해당 조명의 영역에 움직임이 있을 때만 작동하게 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똑똑한 사물의 관건, 센서-네트워크-소프트웨어 삼위일체
IBS와 같은 맥락으로 지능이 적용된 사물은 그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난방을 책임지는 보일러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이 실시간으로 실내 온도를 파악하고 지정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작동한다. 예약 기능이 있다면 출근하기 전, 퇴근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온수를 데워둘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거의 모든 가정이 온돌식 난방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따라 이 기능이 더욱 향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바닥과 천정의 온도 차이를 감안하고, 사람이 체감하는 기온이 더운지 추운지를 파악하며, 현재 온수가 몇 도로 얼마나 준비됐는지를 체크하는 것은 센서의 역할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가 ‘단순 데이터’에서 ‘유용한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니 데이터가 가져오는 효과는 사용자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모 CM처럼 ‘똑똑한 보일러’가 현실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연결성’이다. 가트너는 2020년이 되면 200억 개의 기기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며, 2022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마키나 리서치(Machina Research) 역시 2020년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1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단순히 사물에 적용되는 정보 수집용 센서가 더 작고 저렴해지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든 향후 5년 이내에는 거의 모든 사물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주고받고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다. 지금도 널리 활용되는 Wi-Fi와 블루투스, LTE를 비롯해 활발하게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로라(LoRa), 지그비(Zigbee), 시그폭스(Sigfox), NB-IoT 등 그 가능성은 아직 길이 정해지지 않았다.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이 먼저인지,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먼저인지 역시 정답은 아직도 빈 칸으로 남아 있다.

기자가 기억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중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생각보다 공급에 더 가까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물에 지능을 부여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사물에 어떻게 지능을 부여할지 고민할 때 그 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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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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