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승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흔히 무엇이 ‘우선’인지 애매해 다툴 때 이야기하는 것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다. 답이 애매할 때 쓰는 말 같지만 현실에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답을 내야만 할 때가 있다.

필자가 스마트공장 정책을 논함에 있어 이 말을 꺼낸 것은 스마트공장에서 ‘하드웨어가 먼저냐 소프트웨어가 먼저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은 소프트웨어와 제조공정이 융합한 것인데 제조공정의 물리적 변화에 방점을 둘지, 아니면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둘지에 따라 관련 정책은 달라지고 그 결과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에서는 스마트공장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일부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우려가 생긴다.

한국의 스마트공장 정책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장의 효율화를 위한 물리적 변화 즉, ‘공장 자동화’를 다소 확대한 개념으로 오해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 공장의 첫 출발은 제조공장을 물리적으로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기계화 내지 자동화에서 시작된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은 이미 그 수준을 훌쩍 지나가 이미 완전히 다른 개념이 되고 있다. 1인 공장, 디지털 공장시대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그 스마트공장은 이제 단순한 제조공장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집합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은 기존 기계적 공장이 가질 수 없었던 유연성, 지능성, 실시간성, 연계성 그리고 신뢰성 확보가 핵심인데 이 모두 ABCi(AI, Big data, Cloud, IoT), CPS(Cyber Physical Systems, 사이버물리시스템), SDx(Software Defined Everything,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 등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기술에 의해 구현된다. 스마트공장을 제어하는 플랫폼,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 수명수기 관리),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실행시스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등은 모두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이처럼 스마트공장은 각각 만드는 물건만 다를 뿐 실제로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성되고 작동되는 공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공장에서의 소프트웨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요체는 ICT 기술과 각 산업의 융합을 통한 진화이고 이의 중심에 ICT와 제조업 융합 즉, 스마트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제조업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우리의 정책은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마트공장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부족함에 따라 중요 기술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고, 전문가 등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반이 전반적으로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이는 한국이 소프트웨어의 적극적인 역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스마트공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제조업의 공정자동화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공장을 창출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 공장을 몇 개 만드냐’보다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어느 수준까지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가 확보되면 공장의 스마트화는 매우 빠르고 효과적이며 파급력 있게 진행될 것이다. 

 

 

 

 

 

 

글 : 진회승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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