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미국·일본, 그리고 중국의 차별화된 전략들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전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저성장, 고실업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IT플랫폼과 모바일의 발달은 온라인 기반의 온디맨드(On-demand) 비즈니스를 전파했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 중심 서비스이다. 이를 통해 경제 활동 전반에서 소비자 영향력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태도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야 되며, 생산성도 올려야 된다. 이에 대한 해답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선두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정부 주도하에 산·학·연 연계를 통해, 세계의 공장을 만드는 공장을 개발중이다. 미국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통한 대기업 주도의 시장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진행한다. 일본은 특정 분야를 집중하며, AI 등의 솔루션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제조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하며, 정부 주도의 강력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신생 제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연구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전통적인 제조 강국인 독일은 유럽지역의 중요한 수출국이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적자 등으로 독일의 수출 실적이 떨어지면서, 제조업들이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일은 2011년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처음 소개했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 혁신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민복지 증진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 정책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바뀌었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 독일기계산업협회(VDMA), 전기전자산업협회(ZVEI)의 공동 이니셔티브로, 산업 주체의 입장에서 인더스트리 4.0 구현 방법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국의 산업통산자원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독일 경제에너지부 ▲과기정통부의 역할을 하는 교육과학부 ▲그리고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부 등 세 개의 기관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지원한다. 또한, 사업에 따라 수많은 컨소시엄들이 생기며 이에는 대기업과 정부, 노조, 과학기술계가 의견을 나눈다. 특히 3개의 산업협회는 인더스트리 4.0 실현의 핵심 주체이자, 독일 정부의 첨단 기술 전략의 핵심 주체이기도 하다.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는 자동차와 기계, 관련 부품 산업 등 강점을 위주로 차세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제거, 설비와 공장의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인간과 기계의 협업 등으로 다품종 대량 생산이라는 방식을 추구한다.

독일 암베르크 지멘스 EWA 공장 (출처: 지멘스)

▲지멘스, 독일 암베르크 ‘EWA’
독일 스마트 팩토리 중심에는 지멘스(SIEMENS)가 한몫을 하고 있다. 독일 암베르크 지멘스 공장EWA(Electronics Works Amberg)는 하루에 수집되는 5000만 건의 정보를 통해 제조 공정마다 자동으로 실시간 작업을 지시한다. 총 생산된 제품의 불량률이 0.0012%에 불과하다.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된 공장은 1000여 종의 제품을 연간 약 1200만 개 생산한다. 초당 1개를 생산하며 24시간 안에 모든 공정을 완료한다. 공정의 75%가 자동화로 진행되며, 기계 설비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평군 35시간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보여준다. 에너지 소비 역시 기존 공장 대비 30% 낮다. 지멘스 공장은 이런 기술을 통해 다품종 대량생산과 최고의 생산품질, 생산성을 모두 달성해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으로 불리고 있다.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아디다스는 2016년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던 운동화를 독일에서 생산했다. 주단위로 걸리던 운동화 1켤레의 생산시간을 5시간으로 축소해, 아디다스는 공장을 ‘스피드 팩토리’라고 불렀다. 기존의 노동집약적인 신발제조업을 아디다스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해외 공장을 독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출처: 아디다스)

미국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
미국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기업 중심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IT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도 독창적인 스마트 환경을 개발하는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었다. 기업 활동 전과정에서 소비자와 대중이 참여하는 클라우드 소싱 등 오픈 비즈니스 환경도 이를 받쳐줬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등으로 제조업 회귀정책을 펼쳤다. 리쇼어링은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되는 말로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인세 완화, 국내 이전 인센티브 확대, 제조업 혁신 허브 증설, 첨단 제조기술 전략, 제조업 혁신 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하며, R&D 예산을 확충했다.

미국의 스마트 팩토리는 이런 바탕에 ICT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뒀다. 미국 기업들은 기존의 기계나 공장에 IoT를 접목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GE ‘생각하는 공장’
GE의 생각하는 공장은 공장시설과 컴퓨터가 IoT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품질 유지와 돌발적인 가동 중지를 예방하는 의사결정을 직접 내린다. 이를 통해 GE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 첫해에 전체 연료비의 1.5% 1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현재 GE는 스마트 팩토리를 이용해 단순 판매에서 고객의 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서비스 형태로 바꿔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기 터빈 등에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수집해 정비·보수의 시기를 알려주거나 효율을 증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기한다. 여기에 더해, GE는 스마트 팩토리 지원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출시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한다.

GE 생각하는 공장 (출처: GE)

일본, 숙련된 노동자의 대체 필요
일본의 스마트 팩토리는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한 차별화 경향이 뚜렷히 보인다. 전체적인 IT 산업의 경쟁력은 줄었으나 로봇이나 센서 등 특정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하나의 원천 기술을 다양한 용도로 발전시키는 상품화 역량에 집중했다. 

최초 일본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했으나, 최근에는 솔루션 단위로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의 제조업은 노하우에 대한 비밀주의와 저성장에 대한 부담으로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보였다. 하지만,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시각화 도구를 활용한 분석 등은 기존의 노하우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줬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에 디지털, 네트워크, 자율화 기능을 접목하고 스마트 장비로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지속된다.

일본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선택했다. 차세대 산업을 통한 생활의 혁신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시나리오를 위해 아베 총리의 지시로 2016년 4월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를 설치했다.

총무성의 정보통신연구기구(NICT), 문부과학성의 이화학연구소(RIKEN), 경제산업성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등 3개 부처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연계해 AI기술의 개발과 함께 사회로의 응용 방안을 모색했다. ▲NICT는 자연언어처리와 다언어음성번역이나 뇌정보통신 등을 ▲RIKEN은 적은 데이터로 고정밀 학습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알고리즘 등의 기초연구와 기반기술 연구를 ▲AIST는 이들 성과를 활용해서 로봇의 최적 동작을 실현하는 등 산업분야로의 응용을 위한 연구를 담당했다.

일본의 생산현장은 여전히 숙련 엔지니어의 능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이들의 대량퇴직을 앞두고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숙련 엔지니어 확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AI와 IoT 기술을 채용한 생산라인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옴론과 나가세산업, ‘AI를 이용한 스마트 팩토리’
옴론은 AI를 활용한 생산라인 제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옴론 엔지니어가 고객사의 생산라인에 참여, 숙련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분석해 기존의 감각에 의존하는 판단을 AI로 대체하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체는 AI와 IoT 센서를 통해 설비 상태, 온도와 시간, 불량 등을 체크한다. 이를 통해 정확도와 속도를 개선해 생산 효율을 30%까지 향상했다.

화학·의약품 전문상사인 나가세산업은 IBM의 AI 시스템인 '왓슨' 연구팀에 참여해 AI를 이용한 화학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품 분야는 AI 활용도가 낮고, 신제품 개발에 약 7~10년이 소요된다.

나가세산업은 AI로 화학품 개발 데이터와 논문을 분석해, 자동으로 제품의 화학식을 찾고 신제품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업체는 약 3만 5000개의 화학품을 취급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옴론의 로봇 기술 (출처: 옴론)

중국 ”2050년, 세계 제조업 선도 국가 진입”
2000년대 후반부터 신흥 제조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 성장의 둔화에 중국은 인더스트리 4.0에 주목하고, 2011년부터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2015년에는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2025’를 발표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달성할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2015년 3월 중국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과 제조업을 결합해, 빅데이터·IoT,·인터넷·전자상거래 등을 활성화할 인터넷 플러스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같은 해 7월 정부는 ‘인터넷 플러스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5월에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하며 5대 기본방향과 10대 전략산업 등을 제시했다. 중국제2025는 중국이 목표로 하는 제조·혁신 강국을 위한 첫번째 단계다. 2035년까지 독일과 미국 수준을 넘으며, 2050년에는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최상위 국가로 진입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중국제조 2025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먼저 독일과 손을 잡았다. 4차 산업혁명 선도국 중에서 제조업이 강하고 정부와 민간 협력 체계가 잘된 독일 모델을 주목했다. 2014년 11월 양국은 ‘독·중 협력행동강요: 공동혁신’을 통해, 인더스트 4.0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6월에는 중국 상해보강과 지멘스 등 양국 대표 기업이 인더스트리 4.0 협력 MOU를 체결했다. 지멘스 쓰촨성 청두의 자동화 생산·연구개발 기지는 이미 독일 암베르크의 스마트 팩토리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지멘스가 독일과 미국 지역 외에 설립한 첫 번째 디지털 기지다.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시장은 2014년 413억 달러 규모로 2020년까지 연간 5.4%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2013년 18.8%의 비중을 차지하며, 독일(15.1%)과 미국(12.5%)을 앞섰다. 이어 일본(13.3%)과 한국(11.3%)의 순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동향분석센터 김창도 연구원은 “중국에서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되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업체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은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스마트 제조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중국 업체와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중국에서 인더스트리 4.0 관련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분야에서 중국기업과 합작 사업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단 중국업체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과 네트워크 보안, 잠재적 경쟁자가 양성될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이얼, 보산강철,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로 제조업 기반과 관련해 강점이 있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주요 요소인 빅테이터에서는 중국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해 산업별로 대표 기업을 2~3개 선정해 중점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해당 기업에는 세금 혜택, 자본 투자, 기술개발 자금 등 대대적인 지원이 있을 계획이다. 

가전 산업의 하이얼, 자동차 산업의 창춘 이치(Yiqi), 상하이 폭스바겐 등이 현재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상해보강과 강소사강 등 기업도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얼 스마트 공장 (출처: 하이얼)

특히, 중국 최대의 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2015년 선양에 전 세계 최초로 냉장고를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운영중이다. 하이얼 스마트 공장은 기존의 100m의 생산 라인을 18m라인 4개로 교체했다. 수백 개 이상의 부품이 총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 분류와 조립을 거쳐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한다.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인력의 57% 감소, 설비능력 80% 증가, 주문 생산·배송 시간 47% 단축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의 에어컨을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도 구축했다.

또한, 중국의 보산 강철은 지멘스와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관련한 협의를 체결했다. 보산강철은 이를 통해 중국 공신부에서 지정한 스마트 제조 시범 사업인 ‘1580 열연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공장 등 8개 영역에서 지멘스와 협의하고 있다. 이후 보산강철은 모든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하며, 중국 전체에 지멘스와의 합작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