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2세대 프로세서 출시 임박, 인텔 CPU 패치 여전히 불안정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언제까지나 굳건할 줄 알았던 인텔이, AMD의 야심작 라이젠(Ryzen) 시리즈의 출시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독점’ 그 자체였던 인텔의 데스크톱 CPU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이었다. 2010년경 AMD는 점점 줄어드는 입지를 타파하기 위해 CPU 내에 다수의 코어를 배치하는 멀티코어 아키텍처, CPU와 GPU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Heterogeneous Computing, 이기종 연산)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기술적·경제적 난관을 넘지 못하고 10%대의 점유율마저 빼앗기며 8%대로 떨어졌다. 인텔은 자신들의 경쟁사가 AMD가 아니라 퀄컴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며 투자부적격 판정까지 받은 AMD는 지난 2012년 리사 수(Lisa Su)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기업의 수익을 한 쪽 분야에서만 기대하는 전략을 타파하고, 자사가 실패작으로 인정한 CPU와 GPU가 통합된 칩셋을 비디오게임 콘솔 시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4에 AMD의 재규어 프로세서와 라데온 시리즈 VGA가 채택됐고, AMD는 극적으로 부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텔은 꾸준히 틱톡 전략으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유지했다. 비록 새로 적용되는 기술은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고, 코어 당 클럭 속도가 조금씩 향상되는 정도였지만, 성능 면에서는 여전히 AMD 시리즈의 위에 있었다. 비슷한 성능 라인업을 비교하면 인텔 프로세서의 가격이 AMD 프로세서보다 좀 더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에서 그 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인텔은 2015년까지 고수해 오던 전략을 과감하게 버리고, PAO(Process-Architecture-Optimization, 프로세서-아키텍처-최적화) 전략으로 노선을 성공적으로 변경하며, 순탄했던 길을 계속 걷는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017년 2월 AMD가 6년여 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내놓은 신제품 라이젠 시리즈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본 4코어 4스레드, 상위 모델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3개 시리즈 신제품은 대부분의 성능 테스트에서 비슷한 라인업의 인텔 프로세서를 능가했다. 공식 출시 당시 가격도 비슷한 성능의 인텔 프로세서 대비 절반 정도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에 충분했다. 라이젠 시리즈 1세대로 인해 AMD의 점유율은 31%까지 높아졌다.

두 제품군의 차이는 프로세서의 냉각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인텔은 지난 2017년 말 출시한 신제품 8세대 프로세서에도 전작과 같이 프로세서와 히트 스프레더 사이에 열을 확산시켜 주는 서멀 컴파운드를 도포했다. AMD는 라이젠 시리즈 전 제품에 프로세서와 히트 스프레더를 인듐으로 채우는 솔더링(Soldering)을 적용했다. 희귀 금속인 인듐을 서멀 인터페이스로 사용하면 제조단가가 일반 서멀 컴파운드보다 약 2~5달러 정도 더 들지만, 냉각 효과는 솔더링 방식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CPU가 100%의 동작률로 24시간 작동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다양한 종류의 CPU 쿨러로 프로세서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냉각 방식의 차이가 두 기업의 점유율에 미치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업의 희비는 지난 2018년 초 한 번 더 갈렸다. 구글에서 발표한 CPU 아키텍처의 보안 취약점, 이른바 ‘멜트다운’과 ‘스펙터’ 결함이 인텔과 AMD, Arm 등 대부분의 CPU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버그는 프로세서의 구조상의 결함으로 프로그램 메모리와 커널 메모리를 오가는 최고관리자의 정보를 외부에서 열람할 수 있는 치명적인 버그다. 인텔은 곧장 이 버그에 대한 수정 패치를 배포했지만, 이 패치를 적용하면 메모리 영역의 정보 교환을 차단해 시스템의 성능이 크게는 20% 가까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제조 과정 중 실리콘 단계에서 버그를 수정한 새 프로세서를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AMD는 이 버그에 비교적 자유롭다. AMD CPU의 마이크로아키텍처는 인텔 CPU와 달라 멜트다운 버그는 해당되지 않는다. 스펙터 또한 마이크로코드 업데이트를 통해 막을 수 있다. AMD는 2018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젠+ 프로세서에는 마이크로 패치를 적용해 스펙터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고, 2분기에 출시될 12nm 공정의 젠 2 아키텍처 프로세서는 스펙터 버그를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잇따른 관련 패치에서 무한 재부팅, 성능 저하 등이 이어지며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출시 예정인 AMD 라이젠 시리즈. 하단에 라이젠 5 2400G, 라이젠 3 2200G 모델이 등록돼 있다. AMD가 선정한 해당 제품의 경쟁 모델은 각각 인텔 코어 i5-7400, i3-7100이다.

AMD는 2018년 2분기에 라이젠 2세대 제품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 열리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 GDC)에서 APU 최적화 세션을 진행하며 2세대 제품군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xxx’ 모델명의 라이젠 프로세서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해외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다수 공개된 가운데, 인텔은 2분기에 3D Xpoint 메모리 모듈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8세대 커피레이크 제품군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현재, 사실상 버그에 대응하는 새 아키텍처가 적용된 9세대 프로세서를 내기 전에는 경쟁사에 대응할 새로운 CPU를 출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기업의 차세대 제품에 대한 핵심 요소는 조금 다르다. AMD는 라이젠 1세대의 성공을 2세대에서 제조 공정의 미세화로 코어 당 속도를 높여 전체적인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인텔은 치명적인 보안 버그를 수정한 새 CPU와 함께 버그에 대응할 수 있는 패치로 기존의 사용자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텔은 8세대 커피레이크의 출시로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80%대까지 회복했다. AMD는 7.9~30%까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2018년의 CPU 점유율이 예전처럼 독점 상태로 돌아갈지, 두 기업의 양강 경쟁 체제로 들어설지는 인텔이 9세대 제품군 출시를 발표하는 시점부터 가시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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