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넘어 기업 간 협업이 성장 위한 돌파구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독일의 완성차 기업은 지난 몇 년간 디젤 배기가스 조작과 담합 파문 등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자동차경영센터(CAM) 센터장이자 독일 경제전문대학교(FHDW)의 슈테판 브랏첼(Stefan Bratzel) 교수는 “현재 자동차 산업계 내 윤리와 조직 문화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밀 담합이나 속임수 또는 위법 행위 등은 다이내믹하고 투명한 전 세계에서는 과거의 일로 청산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브랏첼 교수는 “자동차 기업이 실추된 이미지를 신속히 수정하지 않으면 고객의 믿음을 되찾기 어렵다. 또한, 향후 제조사가 추구하는 에코 시스템을 위한 개인 데이터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는 총체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의 자동차 파트 대표 롤랜드 쿤츠(Roland Kunz)는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계가 ▲새로운 모빌리티 콘셉트 ▲무인주행 ▲네트워크화를 통한 혁신 영업 모델 구축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 등 4개의 주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모든 자동차 기업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성장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 자동차 산업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지나, 이와 관련한 성공에는 기업마다 편차가 있다. 여기서 가장 큰 혁신은 이런 트렌드의 접합”이라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VW), 가장 우수한 혁신 기업의 입지 나타내
맥킨지의 ‘커넥티드 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신규 자동차 구매자의 13%는 더 이상 자동차 내 인터넷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시간 정비 정보나 현장 정보, 교통 상황, 음악 스트리밍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커넥티드 카와 연관해 연 단위로 기업과 국가별 혁신을 평가한 ‘커넥티드 카 혁신 인덱스’(Connected Car Innovation Index, CCI) 2017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총 621개의 혁신 기술이 평가됐다. 총 혁신기술의 절반이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의 성과로 드러났다.

*CCI는 자동차경영연구소의 혁신 데이터 뱅크를 토대로 연간 총 19개의 자동차 제조사의 커넥티드 카와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혁신력을 평가하는 연구조사 결과다.

CCI 2017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기업은 글로벌 시장 내 기업 간 비교에서 여전히 우수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 그룹은 CCI 상에서도 자회사 브랜드인 아우디(Audi)를 토대로 커넥티드 카 혁신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랏첼 교수는 아우디가 향후 몇 년간 절감 프로그램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폴크스바겐이 향후 이런 입지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국가별 평가, 선두는 독일
2017년 글로벌 완성차 기업별 혁신력 평가에서는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다임러(Daimler)와 테슬라(Tesla), BMW, GM이 잇고 있으며, 현대는 11위로 닛산, 토요타,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의 일본 기업을 앞질렀다. 2005~2019년까지의 혁신력 평가를 합산한 결과에서도 폴크스바겐 그룹이 가장 높이 평가됐고, 다임러와 BMW, 포드, 토요타가 5위권에 포함됐다. 한국 현대는 7위를 기록하며 높은 혁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됐으나, 2016년과 예년 대비 다소 둔화세를 나타냈다.

2017년 글로벌 완성차 기업별 혁신력 평가

주: 타타(Tata) 그룹은 타타와 재규어(Jaguar),랜드로버(Land Rover) 모두 포함. 자료원: CCI 2017

2005~2016년 글로벌 완성차 기업별 혁신력 평가

자료원: CCI 2017

국가별 혁신력 평가에서는 독일이 미국과 일본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1위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한국, 인도 등이 그 뒤를 이어 평가됐다. 눈에 띄는 점은 대다수의 평가 대상국이 2015년 대비 대체적으로 혁신력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독일의 경우 중국과 더불어 혁신력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자동차 생산 국가별 혁신력 비교(단위: %)

자료원: CCI 2017

기업별 혁신력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다임러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길리(Geely), 폴크스바겐, PSA 등이 혁신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MW나 GM을 위시한 대다수의 기업이 감소세를 나타내며, 혁신력 부분에서는 비교적 두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별 혁신력 증감률 추이 (단위: %)

자료원: CCI 2017

 

주요 부품 업계도 대세에 동참
다임러와 협력을 꾀하고 있는 보쉬의 무인자동차부 스테판 훼늘레(Stephan Hoenle) 부장은 2019년 해당 회사 어시스턴트 시스템 매출을 20억 유로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회사는 센서 개발 외에도 다임러와 협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특수 하이엔드(HighEnd) 콘트롤 기기를 개발해 2019년 테스트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엔비디아(Nvidia)와도 협력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 삼성은 2016년 인수한 자회사 하만(Harman)과 협업해, 새로운 디지털 콕핏 모델 ‘DRVLINE’을 선보였다. 이 모빌리티 제품으로 완성차 기업의 새로운 파트너로 입지를 점하고자 하는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DRVLINE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한 개방형 모듈로, 차량용 자율 주행 플랫폼과 디지털 콕핏을 겸하는 신기술이다. 또한, ZF 프리드리히샤펜(ZF Friedrichshafen)의 경우 지난 2017년 9월 이래 미국 버클리 대학과 전략적 연구 파트너 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자율 주행을 위한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시사점
독일 자동차 산업계 내 여러 스캔들이 잇따라 이슈가 되는 부분과는 별개로, 독일의 주요 완성차 기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향후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 이슈와 더불어 커넥티드 카 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는 독일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독일 기업은 커넥티드 카로의 성장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업종의 경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협력을 위한 노력이 눈에 띄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간의 밀접한 네트워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성자: 박소영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자료원: 2017년 커넥티드 카 혁신 인덱스(Connected Car Innovation Index), 관련 웹사이트(cci.car-it, Die Welt, vision-mobility, car-it),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정보,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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