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0.00001%의 오차도 용납 안 돼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 삼성전자는 2016년 8월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다. 8월 24일 출시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서 기기 충전 중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무상교체와 현금보상을 약속하는 등 빠른 대처를 보였다. 하지만, 8월 30일 SNS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폭발 소식이 올라왔고, 곧이어 최초의 해외 지역 폭발 소식이 네 번째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몇 번의 폭발 소식이 들리고, 삼성전자는 9월 2일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리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고에 삼성전자는 10월 10일 노트7 생산을 중단했고, 11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판매중단으로 기회비용만 약 3조 원의 손실이 추정된다.

# 페덱스의 법칙. 처음 문제를 발견했을 때 처리하는 비용이 1이면,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음 단계에서 다른 방법과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10의 비용이 든다. 그렇게도 처리를 못 하고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돼 문제가 발견되고 해결을 하려고 하면 100이라는 비용이 발생한다.

신뢰성 전문가들은 ‘1:10:100의 법칙’으로도 불리는 페덱스의 법칙을 자주 인용하며, 사전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 확대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전 검사와 사후 처리 비용의 차이가 100배를 넘어 1만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 ‘노트7 폭발사건’ 이상의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노트7 폭발사건 이후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혹은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전수조사 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검사장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가 사회에 보급되고, 스마트 팩토리가 증가하며, 검사장비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9-nines(99.999999999%)의 신뢰성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기기를 포함해, 자율주행차, 스마트홈·빌딩·팩토리 등으로 수많은 기기와 장치들이 필요해지면서 검사 장비의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와 연결성이 증가하며, 6-nines(99.9999%)를 넘어 9-nines의 정밀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 기기의 증가는 배터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전기차가 개발되면서 중대형 배터리의 용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폭발의 위험이 높아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총 8개의 검사과정을 통해 배터리의 불량 여부를 감지한다. ▲배터리의 안전과 내구성을 검사하는 안전성 검사 ▲외관상의 이상 여부를 비교 대조하는 외관 검사 ▲X-레이로 내부의 극판 눌림을 검사하는 X-레이 검사 ▲비정상적인 융착 돌기, 배터리 내부 절연 상태 등을 확인하는 배터리 해체 검사 ▲누액 여부를 확인하는 TVOC(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 ▲전압의 상온 변화 여부를 점검하는 델타 OCV(Open Circuit Voltage) ▲충방전을 반복하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들의 사용 환경에 맞춰 검사하는 사용자 가속 시험 등이다.

박종선 연구원은 “최근에는 정밀한 배터리 검사를 위해 머신비전 기술의 검사장비를 도입한다”며, “스마트폰의 고성능화로 스마트폰 배터리가 자리 잡을 위치가 줄고, 고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새로운 검사장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는 차를 탄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술과 부품은 0.1%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다. 100% 안전성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에는 ▲차선을 인식하는 센서 ▲주변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레이더·라이다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기술 ▲갑작스러운 상황을 제어하는 부품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과 부품들은 0.1초 이하의 짧은 순간에 지연과 이상이 없이 구동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과 부품 제작영역부터, 조립, 완성, 상용화까지 수많은 검사가 필요하다.

서원대 정해성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최고 수준의 가용성이 요구된다”며, “이미 99.98%, 99.996%를 요구하고 있으며, 쉼 없이 이뤄지는 데이터 송수신에 의해 작동되는 환경을 고려하면 9-nines 또는 그 이상이 요구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최고 수준의 가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극대 신뢰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검사장비 시장 지속적으로 성장, 국내 업체는?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27억 8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비파괴검사 장치와 기기 시장이 2014년에는 39억 400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MEMS 센서와 광섬유 센서 시장이 모니터링과 데이터 수집 등을 위해 함께 성장했으며, SPI와 AOI 검사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세계 검사·자동화 기계 분야 제품군별 시장현황과 전망

검사 장비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아직 국내 장비보다는 독일이나 일본 장비에 대한 선호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연연 연구원은 “국내 장비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영세한 업체가 해외의 부품들을 조립해서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구매가 꺼려진다”며, “검사 장비를 납품한 업체가 갑자기 부도가 나거나 사라지면서 A/S 등 사후 처리를 전혀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꾸준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유명업체의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에 고영, 하이비젼시스템, 브이원텍 등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국내 검사장비 시장의 성장을 고무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영은 납 도포 검사와 자동광학검사에서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카메라 검사장비 업체다. LG이노텍을 통해 글로벌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삼성전자 관련 검사장비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브이원텍은 디스플레이 모듈의 압흔 검사 장비업체로 삼성과 LG는 물론 중국 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 검사장비도 글로벌 배터리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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