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술의 집약, 드론 ③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Part 1. 5하 원칙으로 보는 드론
Part 2. 정부의 드론산업 발전계획
Part 3. 인터뷰: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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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보다 기술적 기초가 먼저”
사단법인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협회장

국토부가 드론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수많은 드론 관련업체들은 갖가지 종류의 드론을 경제활동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와 제품들은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드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계획보다 드론에 대한 기초를 다지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드론산업협회의 박석종 협회장도 “드론 산업의 발전은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비행 지속시간을 늘리는 등의 기술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환용 기자(이하 정): 정부에서 드론에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박석종 협회장(이하 박): 현재 국토교통부 뿐만 아니라 각 부처마다 드론 관련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드론을 4차 산업혁명에 포함하고 있다. 드론은 4차 산업보다는 공중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보는 게 맞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향후 10년간 드론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는데, 사실 이 방안은 지난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했던 드론산업 활성화 방안과 흡사하다. 시기가 바뀌고 최근 자료가 갱신된 점을 제외하면 큰 줄기는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좋다.

정: 시장 규모를 2026년 4.1조 원 규모까지 키우겠다고 했는데.
박: 발표 내용을 보면 현재와 향후 5년의 시장 규모는 추정치로밖에 볼 수 없다. 사실 현재 드론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DJI가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이나 수익 구조를 알 수 없다. 민간 시장이 70%를 차지하는 기업의 매출을 모르는데 어떻게 전체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나. 사실 국토부가 드론 산업 관련해서 운영이나 제도 개선 정도 이상의 관여는 하기 어렵다. 산업 활성화나 연구개발은 과학기술부가 담당하는 등 부처 별로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사실 지금 중요한 건 숫자놀음이 아니라 기술 개발이다. 아직 제대로 완성형 드론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성장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 활용 시장보다 개발 시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뜻인가?
박: 외국에서 만든 완제품을 수입해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마치 드론이 3D프린터나 VR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은 비행 자체에 대한 검증은 끝났고 비행 안정성의 고도화와 각종 비행 기술을 심화하는 과정에 있다. 드론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비행의 지속성와 안정성이 지금보다 훨씬 향상돼야 한다.

지난 2012년에 이미 드론 비행에 대한 FC(Flight Controller) 기술은 확립됐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리튬폴리머 전지로는 비행 지속시간이 30분 정도가 한계다. 활용 시장을 바라본다 하더라도 지금의 지속시간은 다른 산업에 본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기에는 너무 짧다. 배터리나 소비전력 기술의 향상으로 비행시간이 3~4시간 이상 지속돼야 4차 산업에 편입하는 등의 활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DJI 팬텀 3의 내부 구조. 전작은 프로펠러 모듈과 FC가 메인 기판과 떨어져 있는 구조인데, 후속작에선 드론 비행에 필요한 필수 센서와 모듈이 모두 일체형이 됐다. 중국에선 드론 관련 규제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지만, 이것이 기술과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정: 정부에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박: 항공청에 등록해야 하는 드론의 총 중량을 기존의 12kg에서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25kg로 늘렸다. 외국에선 대부분 무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2kg까지 줄였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그 이유가 산업 활성화에 관련 규제가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 알고 보면 좁은 시야로 인한 정책이다. 지난 2015년 7월 시행령이 한 번 바뀌었는데, 그 이후로 기술 수준이나 시장이 발전했느냐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5년 당시 중국이 생산 기반 시설이나 기술 수준이 1위일 때 한국은 7위였다는 자료가 있다. 그런데 2016년 야노경제연구소 데이터를 보면 오히려 더 낮은 14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규제를 푼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중국은 지난 6월 1일부터 드론 운영을 위한 등록제를 시행했는데, 200g 이상의 드론은 무조건 등록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제품 품질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정: 그렇다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건 판매자에 국한된 주장이었나?
박: 대부분의 유통업자들이 그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12kg의 규제 때문에 제품을 수입, 판매하기 어려워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논리이고, 그 때문에 제한이 외국과 달리 25kg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규제 완화가 누구를 위한 개정이냐는 점이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면 곧장 수익이 발생하는 판매자에겐 유리할 수 있지만, 이는 드론 기술 개발과는 거의 연관이 없다. 결국 국내에 더 많은 외국산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도록 수입의 길을 넓혀준 셈이다.

손바닥에 올려둘 만큼 작은 장난감 드론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지만, 카메라 촬영을 위한 드론을 조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농약을 살포하는 드론은 약 10L 용량의 약제 통을 장착하고 비행하는 만큼 무게도 무겁고 비행 이외의 작업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전문 용도의 드론을 운용하기 위해선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 그러면 적절한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박: 현재의 25kg 제한을 2kg 이하로 대폭 낮추고, 드론의 무게에 따라 기준을 달리 잡아야 한다. 기준점이 하나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드론 운용 자격증을 예로 들면, 2kg 이하의 소형 제품은 레저용, 취미용 제품으로 자격증이 요구되진 않는다. 2~7kg, 7~12kg, 12kg 이상 등으로 중량 별 운용 자격 단위를 나누면 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12kg 이상의 드론은 대부분 농업용인데, 소형 드론과 달리 수동 조작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농업용 드론 조종사가 3kg짜리 드론을 조종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정: 크기가 아니라 무게 별로 기준을 달리 해야 하는 이유는?
박: 레저용이나 촬영용 등의 소형 기체는 거의 모든 조작 파트가 자동화돼 있어, 모바일 기기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촬영이나 농약 살포 등의 목적성 기능이 없다면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용 드론은 대부분 수동 조작이 필요해 조종법이 상당히 다르다. 실제로 농약을 싣고 비행하는 드론을 테스트하면 실패율이 높은데, 그 이유가 약간 복잡하다.

소형 드론은 초음파, 적외선, 비전, 포지셔닝 등 비행에 필요한 센서들이 많이 장착돼 있다. 촬영용 드론의 경우 카메라와 짐벌 이외에는 기기 자체의 움직임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농업용 드론은 농약을 뿌리기 위해 약제통의 노즐을 열고 닫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살포되는 약제가 드론의 센서에 달라붙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이 시험비행에선 잘 잡히지 않는데, 테스트 당시엔 농약이 아니라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농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이에 따라 약제통의 노즐이나 통 자체도 달라야 해서 운영이 어렵다.

DJI도 농업용 드론을 만드는데, 처음에는 자사의 다른 드론처럼 태블릿PC로 위치를 지정하는 등의 모든 기능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고장과 사고가 잦아 지금은 자동화 센서를 사용하지 못하고, 조종자의 시야 안에서 눈으로 보고 수동으로 조종해야 한다.

정:  국토부에서 농업과 임업에 드론을 활용하겠다고 자신했는데.
박: 농촌에서도 지원금 확보를 위해 움직일 것이 아니라 기술적, 경제적 계산을 해보고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한다. 현재로선 농업용 드론의 효율 대비 유지비가 상당히 안 좋다. 단적으로 농약 살포용 드론 한 대의 1년 유지비가 약 4000만 원 정도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경작하는 범위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일부 지역에선 이모작도 가능해 연중 활용 기간이 거의 1년 내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번기에 최대 4~5개월 정도가 드론 운용이 필요한 기간이고, 나머지 기간은 유지관리가 전부다. 초기에 정부에서 지원자금을 준다고 하니 영농조합 등의 공공기관들이 한 대씩 사서 운용했는데, 첫 해에 들어간 유지비가 같은 작업을 사람이 하는 값보다 훨씬 비싸게 소요됐다. 그래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당시 20대 정도의 농업용 드론이 판매됐는데,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제품은 없다.

정:  활용 시장에 연계해 유지관리 분야도 지원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박: 예전 제품과 지금 제품의 내부구조가 상당히 다르다. DJI에서 2015년 출시한 팬텀 2와 이듬해 출시된 팬텀 3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2는 고장이 난 부품을 교체만 하면 수리가 가능했는데, 3부터는 기판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기존에는 협회에서 드론 수리 과정 교육을 진행했는데, 기판 전체를 바꿔야 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현재는 수리 과정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에 완성품 드론 개발사나 제조사가 있다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항공안전법·항공사업법 
개정안 통과 드론산업 규제에 숨통 트인다

지난 7월 드론산업 지원을 위한 항공안전법·항공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3개월의 공포기간을 거쳐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어떤 사유든 야간 비행과 가시권 밖의 비행이 불가능했지만, 이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으면 야간에도 가시권 밖으로 드론을 날릴 수 있다. 또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긴급 비행 시에는 일부 조종자 준수사항(야간, 가시권 밖 비행)에 대한 항공안전법 적용 특례를 받아 자체 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군용, 경찰용, 세관용 드론과 관련 종사자는 국제기준을 이행하기 위해 항공안전법 적용 특례를 받아 자체기준에 따라 드론을 운영할 수 있다.

산업 육성을 위한 항목도 마련됐다. 드론 조종자격에 대한 수요가 2016년 상반기 358명에서 1년 만에 1170명으로 증가한 점에 대비해,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실기시험장과 교육시설을 공식 설립할 수 있다. 또한, 드론과 UAV 관련 인증, 정비, 활용, 서비스 제공 등의 산업 지원을 위한 세부 사업의 규정과 추진근거도 마련된다. 산업활성화를 위해 ▲산업현황 조사·연구 ▲우수기업 육성·지원 ▲사용촉진과 보급 ▲해외진출 지원 등을 추진할 수 있고, 안전증진을 위해 ▲안전기술 연구개발 ▲운영·관리를 위한 인프라 ▲비행시설 구축·운영 등의 활동이 가능해졌다.

드론 활용에 제약이 풀리는 만큼 주의해야 할 부분도 늘었다. 소위 ‘드론 몰카’를 찍으려는 범죄에 대한 주의보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인데, 한 커뮤니티에서 “고층 아파트의 창문 밖에서 드론이 집안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제보를 계기로 초소형 드론에 대한 경계심이 더해진 것이다. 지방항공청 신고가 필요한 드론은 12kg 이상의 대형 제품에만 해당돼, 12kg 미만의 소형 드론은 신고 의무가 없다.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소형 드론으로 인해 신종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산업 발전만을 위한 규제보다는 실용성이 더해진 현실적 법안으로의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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