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술의 집약, 드론 ②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Part 1. 5하 원칙으로 보는 드론
Part 2. 정부의 드론산업 발전계획
Part 3. 인터뷰: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협회장


목표(Goal)인가 꿈(Illusion)인가
국토부, 드론 산업의 십년지계(十年之計) 제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19일 드론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가지고, 2016년부터 시작된 드론산업 발전 10개년 계획을 설명했다. 세계 드론 시장은 연 50% 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5년이 되면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620억 달러(약 70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데, 국토부는 현재의 국내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워 2026년까지 국내 드론 시장 규모를 4조 1000억 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더불어 현재 7위 수준인 기술경쟁력을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산업용 드론 6만 대의 상용화도 목표의 하나로 선정했다.

 

드론 활용 시장은 소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측량·탐사, 건설 등 드론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점점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

국토부가 국내 현황을 분석한 표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드론 기술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 대비 군수는 85%, 민간용은 65%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기술과 성능은 유사 수준이고, 시장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항법 장치, 제어 소프트웨어는 선진국 우위 ▲소형 모터와 프로펠러는 중국 우위 ▲AP,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공용 부품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민간용 드론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과 별개로 드론 산업이 발걸음을 뗀 것은 10년 가까이 흘렀다. 중국의 DJI를 비롯해 몇몇 업체들이 소규모 업체에서 세계적인 드론 전문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나라의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발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상당한 자본과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국토부의 발표처럼 “20XX년까지 X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허무맹랑한 수치를 내세운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전형적인 기업 친화형 정책
국토부의 드론산업 육성 목표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전형적인 기업 친화적 계획으로,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목표라기보다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전 :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
목표 : 1. 2026년까지 국내 시장 4.1조 원 규모로 육성
         2. 기술 경쟁력 세계 5위 진입(2015년 7위권)
         3. 산업용 드론 6만 대 상용화(2016년 2000대)

심지어 보도자료에는 레저나 취미용 제품군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나 부가가치 등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 미래시장에는 부적합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분명 드론 산업 전체의 발전계획을 얘기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드론을 수입, 유통, 판매, 활용하는 업체들이 어떻게 시장을 키워나가게 만들지 고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현재 관련 핵심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규제 조정을 비롯해 정부지원을 받는 업체의 세제 혜택과 관세 확대 적용, 투자 유치와 투자·융자 지원 등 대부분의 계획들에서 권토중래보다 본말전도에 더 가까워 보인다.

국토부 첨단항공과에서 배포한 공청회 관련 보도자료 중 일부. 2016년에 약 7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드론 시장을 10년 동안 5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명시돼 있다. 올해 초 흘러나왔던 2026년 2조 50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던 목표보다 상향 조정된 규모다. 다행히 이 기본계획에는 기술 개발과 실용화 등 연구개발에도 2022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국내에 드론 핵심부품이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토부는 이 계획의 기대효과로 16만 4000여 명의 취업 유발 효과, 7조 60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20조 7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예측했다. 문득 지난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가 G20의 유형의 경제적 가치 효과를 최대 24조 원 이상으로 집계했던 것이 떠오른다. 집을 지을 땅의 바닥은 모래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위에 수입산 목재와 벽돌로 그럴듯한 집을 짓겠다며 사상누각 정책이 발표됐다. 그런데 그 발표자가 정부기관이다. 재료 수입상과 판매업자, 주택 시공업체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들은 재료를 판매하는 것이지, 그 재료의 완성품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 결국 그 집이 무너질 때의 피해는 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 대한 대책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 시장 현황

중국, 클러스터 형성해 공중혁명 이룬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업용 드론 10대 중 9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2015년에 8900만 대 이상의 드론이 출하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400% 이상 증가한 규모로 수출액 5억 1500만 달러(약 5840억 원)를 달성했다. 민간용 드론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인 DJI를 필두로 5위 시로(Xiro), 7위 X에어크래프트(XAirCraft), 10위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연구소 등이 중국 기업이다. 특히 DJI의 기업 가치가 무려 509억 위안(약 8조 6600억 원)으로 산정됐다. 2006년 설립된 이후 10년여 만에 세계 최고의 드론 기업이 된 것이다.

중국 민용항공국이 발표한 ‘2015~2020 중국 드론 산업 수요 예측과 투자 전략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약 400여 개의 기업이 드론 관련 연구개발 투자, 생산, 판매 시장에 뛰어들었고, 일정 규모에 도달한 기업도 160여 개 정도다. 지난 2010년까지 중국의 드론은 민간용 시장 규모는 작았고, 구조용이나 지질 탐지용 등 전문 영역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그러다가 2014년 민간용 드론이 중국 내 매출 15억 위안(약 2550억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5년에 23억 위안(약 3900억 원)을 돌파했다.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Analysis)는 이 성장세가 지속되면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11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UBM 마켓 리서치

 

중국 민간용 드론 시장규모(단위: 억 위안)

자료=애널리시스

아마존과 구글이 2010년부터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실험과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텔도 드론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의 드론 기업 ‘유닉’에 6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독일의 드론 기업 ‘어센딩 테크놀로지’도 인수했다. 프로세서 제조사인 퀄컴도 드론을 조종하기 위한 칩 ‘드래곤 플라이트’를 출시했고, 비행과 제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주요 드론 업체

자료=yuchen360 홈페이지
자료=싼원바(散文吧)

 

중국 드론 산업의 실리콘밸리, 선전

선전시가 발표한 2013~2020 우주항공산업 발전계획을 보면, 선전시를 전 세계 드론 산업의 핵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드론산업 기지를 건설하고 국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선전세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드론 수출액 31억 위안(약 5280억 원)을 달성했고, 이는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드론 관련 포럼과 국제드론박람회를 연달아 개최하며 중국 내 민간용 드론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드론 산업과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선전시 드론 협회장은 박람회에서 “중국의 상업용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부 중국 기업은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고, 수출도 커다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에 중국 기업이 드론 관련 특허를 총 5458건 신청했고, 그 중 발명특허출원 신청은 3152건이었다(실용신안특허 신청 2064건, 디자인특허 신청 242건). 특허출원 지역별 분포 통계에 따르면 1위는 20%로 선전이 차지했고, 청두(15%), 베이징 하이띵(11%), 우한(11%), 우씨(10%)가 그 뒤를 이었다. 선전이 신청한 특허출원 건수는 약 1000여 건이고, 그중 DJI와 이뗀커지(一電科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DJI는 총 172건의 공개 특허출원 건수를 보유하고 있어,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에도 54건의 새로운 특허 정보가 공개됐고, 비행을 비롯해 영상처리, 진동제어,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드론 제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자체개발할 정도의 저력을 가진 DJI는, 촬영용이 대부분인 드론의 활용 범위를 관제, 방제, 감시 등으로 넓히고 있다. DJI가 만든 농업용 드론 ‘MG-1’은 10리터 용량의 농약 탱크를 장착해, 최대 10에이커(약 4만㎡) 넓이를 소화할 수 있다. DJI는 사람이 직접 하는 작업보다 40배 이상 효율적이라며, 마이크로웨이브 레이더를 사용해 분사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과 한국에 출시돼 농업에 사용되고 있다.

DJI의 농업용 드론 ‘AGRAS MG-1’ 한 대로 약 1만 2000여 평 넓이의 논밭에 농약을 살포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의 취미용 제품만이 DJI의 주력 모델은 아니다. 시작은 개인용 제품이었지만, 현재는 농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산업 특화형 모델 개발에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드론 산업이 직면한 문제점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드론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에 벌어진 투우대회 드론 추락 사건을 시작으로 드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생겼고, 정부는 곧 안정성 확보를 위해 드론 인증제도와 비행 가이드라인, 피해 발생 시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로선 드론 관련 규제가 산업 발전에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드론 관련법에 따르면 드론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는 민간항공사에서 내항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민항사에 드론 규격 안전 증명서와 조종사 자격증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논에 농약을 치기 위해 농부들이 농업용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서 특성에 맞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비롯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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