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경쟁, 미세공정 시설 투자와 신형 노광 장비 도입이 ‘핵심’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한국, 파운드리 시장 도약을 위한 ‘시설 투자’ 본격화
대만 “안주하지 않겠다” 정부 주도 아래 투자 강화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고, 기술 개발이 늦은 편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로부터 쌓아온 기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2016년 매출이 전년 대비 78.6% 늘어난 45억 1800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으로 올해 초 시스템 LSI 부문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했고, 올해 4분기까지 경기도 화성캠퍼스에 10나노급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 오스틴 공장에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집행을 끝냈으며, 2020년까지 15억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파운드리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삼성 전자 파운드리 사업 정태장 본부장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현재 10% 미만에서 25%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TSMC 300㎜ 반도체 웨이퍼

SK하이닉스 또한 지난 4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결정했고, 지난 7월 10일 SK하이닉스가 100% 출자한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출범키며 3412억 9500만 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됐던 사업구조를 비메모리로 확대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새로운 수익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아이씨의 공장은 현재 13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00㎜ 웨이퍼 기준으로 1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매출액은 2016년 기준으로 1억 400만 달러(약 1168억원)이며, 이는 업계 1위인 TSMC 매출액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측은 당장 삼성전자와 같은 상위권 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 전략으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장비 보완을 통해 200㎜ 파운드리 업계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여 장기성장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시장 본격 진출에 대한 계획에 대해 업계는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변동과 흐름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한 순간에 매출에 타격을 받아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데, 다른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선 시설투자도 중요하지만 1위 기업과 기술력 차이를 빠르게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출범식

한국과 중국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 투자를 시작함에 따라 위기를 느낀 대만은 지난 6월 대만 정부 주도 아래 앞으로 4년간 반도체산업에 1억 32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자국 반도체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만이 파운드리 외에 시스템반도체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TSMC는 중국 난징 푸커우(浦口)경제개발구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공장과 반도체 설계센터를 지난 2분기 착공해 짓고 있는 중이며, 이는 대만의 대중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대만 정부는 첨단기술의 중국 유출을 우려해 중국 내 기술제조 관련 투자 시, 반드시 현재 기술보다 1세대 이상 이전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제했었고, 이런 이유로 8인치(200㎜) 웨이퍼만 상하이 공장에 설립을 허가한 상태였다.

그러나 2016년 말 대만 행정원(국회 상당)은 기존 중국 투자진출 법규를 수정해 대만 반도체업체의 중국 진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TSMC는 지난해 12월 12인치(300㎜) 웨이퍼공장 설립을 정식으로 신청했고, 지난 2월 대만 정부는 TSMC가 중국 자본과 합작이 아닌 독자 진출인 점 등을 감안해 결국 300㎜설립을 허가했다. TSMC 난징 공장은 2018년 하반기에 완공될 계획이며, 16나노 웨이퍼를 월 2만 장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TSMC의 총 생산량의 2.5%에 해당된다. 

한편, 중국도 파운드리 산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만큼, TSMC의 난징 공장 투자에 대해 기존의 세금우대 외에도 토지 취득, 자금 융자, 기타(연구개발, 수출입, 인력지원,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혜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 선언 후 반도체 투자업체에 최고 수준의 세금우대혜택(처음 5년간 소득세 전액 감면, 다음 5년간 소득의 25% 납부 가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로써 TSMC는 중국 정부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파운드리 사업 확대가 수월해지고 중국은 간접적으로 선진 기술과 최첨단 생산시설을 접하면서 기술 확보에 도움을 받게 된다. 

TSMC 팹14

파운드리 주도권 위한 ‘미세공정’ 경쟁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위해서는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세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 크기를 작게 할수록 똑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서 생산성은 높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는 10나노미터(nm) 공정에 성공했으며, 7나노 공정 시대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32나노(2010년), 14나노(2015년), 10나노(2016년) 공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7나노에서는 TSMC가 개발 완료를 먼저 선언하면서 TSMC와 삼성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10나노 공정의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35’나 자체 ‘엑시노스9’에 적용했다. TSMC는 미디어텍이 출시할 ‘헬리오 X30’에 10나노 공정을 처음 적용했으며 올해 9월 출시되는 아이폰8의 AP인 A11에도 10나노 공정을 적용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TSMC는 2018년 아이폰의 AP인 A12에 7나노 공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에는 5 나노 기술을 사용해 칩 생산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TSMC는 3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웨이퍼 라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TSMC 측에 따르면 5나노 공정 기술에 약 6000명의 연구 개발 인력을 투입했으며, 약 157억달러(약 18조원)를 들여 차세대 5나노와 3나노 로직공정이 적용되는 신규 공장을 타이완 남부 카오슝 사이언스파크 내에 짓기로 했다고 지난 2월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2022년부터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7나노 공정 이하부터는 현재 파운드리 장비로는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계는 신형 EUV(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EUV 장비가 양산에 투입되면 기존의 노광 장비인 DUV(Deep Ultraviolet)의 한계를 뛰어 넘어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을 제조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High-NA(Numerical Aperture) EUV 장비를 통해 3나노까지 무리 없이 미세 공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도 7나노 공정에 대비하기 위해 EUV 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7월 2017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250W 소스파워(출력)를 EUV 신규라인에 도입하고 2018년 초도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8나노 공정 적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또한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발맞춰 미세공정을 위해 오는 2019년 EUV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한국과 중국으로 확대돼 새로운 경쟁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지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파운드리는 미세공정을 위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시설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바일 AP 고객사 확보와 더불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4차산업,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새로운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에 승부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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