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게 도전하는 ‘한국’ 미세공정 시설 투자가 핵심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시장에서 대만은 압도적으로 전세계 1위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이 파운드리에 투자하며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자, 대만은 위기감을 느끼며, 정부가 직접 나섰다. 즉, 현재 시장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에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보다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강자 ‘대만’, 50% 이상 점유율로 독점하는 ‘TSMC’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이 앞서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란,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고 생산은 외주를 주는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 받아 생산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시 말해, 생산시설(Fab)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인 팹리스(Fabless)의 반대 개념이다. 이런 사업 구조에서 파운드리는 설계를 받아 작업만 수행하는 특성상 보안과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즉, 파운드리 사업은 기존 반도체 사업과 달리 기업간 신뢰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6년 569억달러(약 63조 9300억 원)이다.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2021년 831억 달러(93조 3380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파운드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8%로 메모리 반도체 D램(7.3%)이나 낸드플래시(7%)보다 높은 수치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처럼 파운드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문형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ASIC는 고객 또는 파트너사의 요구대로 특수한 기능의 회로를 설계해 생산하는 특정 용도의 반도체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에 최적화 돼 있다. 이런 시장 변화로 인해 파운드리 산업은 성장세에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 마저 뒤늦게 파운드리 산업을 키우려고 뛰어든 것이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5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반도체 업계에서 대만의 영향력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파운드리 매출은 TSMC가 288억 달러, 점유율 50.6%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다.

2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F)는 매출 54억 달러, 점유율 8%를 기록했고, 3위 대만의 UMC는 매출 46억 달러, 점유율 7.9%, 4위 한국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분에서 매출 45억 달러(점유율 7.9%), 5위 중국의 SMIC 매출 28억 달러(점유율 4.9%)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와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의 점유율 격차가 무려 40%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대만이 위탁 받아 생산하는 반도체의 양이 막대하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업체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11위인 동부하이텍의 파운드리 매출은 7억 달러(점유율 1.2%), 20위 매그나칩은 3억 달러(점유율 0.5%), 27위 SK하이닉스는 1억 달러(점유율 0.2%)에 불과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대만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1966년대 저렴한 인건비를 장점으로 필립스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등 외국계 반도체 업체가 대만에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대만 최초의 파운드리 업체 UMC가 설립되면서 반도체 산업발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말경에는 TSMC를 비롯한 전문 반도체 파운드리, 설계, 테스팅 업체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그 결과 대만은 종합반도체 업체(IDM) 위주의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반도체 사업분야를 만들고 개척에 성공하게 됐다. 특히 TSMC는 애플의 아이폰 AP(Application Processor)를 제조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한편, 대만은 파운드리 외에도 1990년대부터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90년 중반 난야(Nanya)와 프로모스(ProMOS) 등 8인치 D램(DRAM) 업체가 등장한 데 이어 2000년대 초에는 TSMC와 UMC, ProMOS, PSC 등의 12인치 D램 공장이 설립됐다. 그러나 파운드리와 달리 D램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세계에서 75%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입지는 약한 편이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 

파운드리 시장 선두 위한 전략은? ‘생산시설 투자’ 

모든 반도체의 분야에 있어 기술과 시설 투자는 성장을 위한 핵심 밑바탕이 되겠지만, 특히 파운드리는 단순히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과 달리 위탁 받은 반도체를 공장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발표한 2016년 종합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 업체의 생산시설 투자 금액별 순위 11위까지를 살펴보면 TSMC, SMIC, UMC, 글로벌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업체 4곳이 상위권에 있다. 특히 TSMC가 2015년과 2016년 1위인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시설투자를 한 것을 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TSMC의 전략을 추측할 수 있다.

반도체 시설 투자 기업별 순위(자료: IC인사이츠) 

삼성의 경우에는 2016년 11억 3000만 달러를 시설에 투자했지만 여기엔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등이 포함이다. TSMC는 파운드리에만 2016년 10억 2490만 달러를 시설에 투자했으며, 이는 전년 보다 31% 증가한 금액이다. 또 파운드리 시장 2위인 대만의 UMC 경우에도 2016년 전년 보다 50% 늘린 2억 8420억 달러를 시설에 투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가 2016년 전년보다 무려 87% 증가한 2억 6260억 달러를 시설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반도체 업체 중에서도 시설 투자 관련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률이다. 이를 통해 최근 중국이 반도체에 적극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반면, 파운드리 업계 2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는 2016년 시설에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전년과 비교해 62% 감소하며 액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파운드리 강자 대만, 독주하게 된 배경은? '시설투자' ①
'한국' 파운드리 도약 꿈꾸다! 위기감 느낀 ‘대만' 정부 투자 강화 ②

반도체 자급자족 꿈꾸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넘본다 ①
중국, 반도체 사업 정부 투자로 '자신만만' 메모리로 영역 확대 ②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