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2017년 세계 반도체 매출 최초 4천억 달러 전망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IT 자문 기관 가트너는 2017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6.8% 성장한 40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매출이 4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에 3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그보다 10년 전인 2000년에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가트너 리서치 총괄 부사장인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는 “메모리 부족 현상이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일으켰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D-RAM과 NAND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54%, 47%를 기록했다. 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도 이익률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52%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메모리 시장의 호황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앤드류 노우드 부사장은 “최대 메모리 공급업체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호황, 가격 상승 덕분... 소비자는 울상
반도체 시장 매출이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매출은 시장의 성숙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수요의 증가보다 가격 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 DRAM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장 점유율의 3/4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공급가격을 올리면서 제품 가격이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PC용 DRAM 8GB(DDR4 PC4-17000 기준)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지난 2017년 1월 3만 원대 중반에서 현재 7만 원대까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평균 판매가격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비싸져, 지금은 졌다. 해외매체들은 OEM 생산과 서버 수요의 급증,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을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가격이 두 배 오른 것이 가격 상승의 이유라면, 비난의 화살은 DRAM 제조사가 아니라 자재 공급업체를 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수요가 늘었다 해서 보편적으로 형성된 가격대가 두 배 이상 뛰어오르는 것을 납득할 만한 이유는 못 된다.

앤드류 노우드 부사장은 “메모리 시장은 투자한 만큼 다시 빼앗아 간다. 메모리 벤더들이 신규 공급을 늘리면서 메모리 시장 거품(bubble)은 2019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올해와 내년에 거둘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급의 증가로 시장 1, 2위 기업이 현재의 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이 하락한다 해도 이것을 ‘피해’라 할 순 없다.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크게 높아진 공급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소비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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