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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로 만들어진 세계, 가상현실 ③국내 가상현실 시장의 현황과 전망
정환용 기자 | 승인 2017.07.11 17:20

[EPNC=정환용 기자]

Part 1. VR의 핵심 기술,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Part 2. 세계를 구현하거나, 혹은 혼합하거나
Part 3. 국내 가상현실 시장의 현황과 전망

199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RTS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고, 국내에 PC방이란 새 사업 플랫폼이 급격히 확산됐다. 기존에는 인터넷 카페 정도였던 시스템이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문매장으로 개념이 확장됐고,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1년여 만에 전국에 수천여 곳의 PC방이 들어섰다. 주말이면 거의 대부분의 PC방이 만석이었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손님의 80% 이상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는 장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PC방이 전국에 빠르게 퍼져나갈 때, 프랜차이즈 ‘사이버리아’를 필두로 수많은 PC방 체인이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MMORPG ‘리니지’(NC소프트), ‘뮤’(웹젠), 슈팅 게임 ‘포트리스’(CCR) 등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PC방의 문턱이 닳아 없어질 듯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금은 전성기를 지나 약간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10대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PC방의 뒤를 이을 게임 프랜차이즈의 후보가 여럿 있었다.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오락실이 사양산업이 되며, 게임 콘솔을 즐길 수 있는 일명 ‘플스방’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게임기 자체의 보급이 빠르지 않았던 데다가 게임에 대한 접근성과 다양성이 PC만큼 높지 않아 국내에서 성장하지는 못했다. 현재는 업체보다 개인 소유 비중이 훨씬 높고,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게임업계에서 한국 시장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VR은 PC만큼의 접근성을 가지고 다양한 연령대를 포섭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선 하드웨어의 가격대나 콘텐츠 부족으로 확산 속도가 느리지만, PC와 모바일, 게임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VR 시장, 2019년 소프트웨어가 더 커진다

게임 시장 조사기관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VR 시장의 규모는 2016년 하드웨어가 약 32억 달러, 소프트웨어가 약 5억 달러로 6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VR 기기를 이용할 가치를 제공하는 대형 콘텐츠가 부족하기도 하고, 하드웨어도 성능과 가격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슈퍼데이터는 계속해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2019년경에는 소프트웨어 시장이 약 117억 달러로 하드웨어 시장(약 110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에는 이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45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Interview
VR플러스 김재헌 총괄사업본부장
“한국형 VR 테마파크 만들겠다”

새로운 산업이 시장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빠르게 성장한다고 좋은 산업이 아니듯, VR 산업 역시 조금 느리지만 구조와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2016년 강남에 최초로 VR 체험관을 연 뒤, 현재 20여 곳의 VR 테마파크를 열고 VR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VR플러스’의 본사를 찾아 국내 VR 시장의 현황과 ‘VR방’이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정환용 기자(이하 정)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VR 하면 모바일 VR을 먼저 떠올린다.
김재헌 본부장(이하 김) | VR 기기 시장은 삼성 기어 VR, 구글 카드보드 등 모바일 VR이 중심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 접근이 PC VR보다는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가 출시된 이후부터는 PC 기반의 VR 기기에 관심이 많아졌다. VR 기기의 시초는 196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난해 비로소 진정한 VR 기기가 성장하기 시작한 것 같다.

| 예전보다 VR 기기를 얘기하는 분위기가 약간 수그러든 것 같다.
| 아직 VR 시장 자체가 산업적인 면에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 듯하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2019년 쯤 되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시장이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콘텐츠가 부족하다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하드웨어가 보급돼야 소프트웨어·콘텐츠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 국내와 세계 각지의 VR 시장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현재 VR 시장이 가장 활발한 곳은 중국이고,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중국의 경우 2000여 곳이 넘는 VR 체험존이 운영 중인데, 대부분 체험보다는 전시 위주다. VR에 대한 관심이 조금 식은 현재는 체험형 콘텐츠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해외의 VR 체험관이 국내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처럼 단독 매장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내부에 설치된 부스 형태의 체험관이 더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목적지가 명확한 반면 외국에선 멀티플렉스 자체를 목적지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모바일과 PC, 게임 콘솔로 나뉘어 있는 VR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
| 지금까지는 모바일 VR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접근성이 관건인데, 모바일 VR은 스마트폰을 HMD에 장착하면 되니 누구나 쉽게 이용해볼 수 있다. 기기 가격도 저렴하게는 1~2만 원대 제품들이 많아 부담도 적다. PC VR인 바이브는 일정 크기 이상의 공간에 HMD를 추적하는 베이스 스테이션을 설치해야 하고, 장애물도 없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PC의 사양도 일반적인 게이밍 PC 이상으로 높아야 해서 생각보다 제약이 크다.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모바일 VR은 가정용으로, PC나 게임 콘솔 VR은 체험존 등 상업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데,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 사람들이 집에 있는 PC를 두고 PC방을 가는 이유는 친구들, 동료들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VR도 마찬가지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VR방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다르고, HMD를 쓰고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VR 산업에서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중요한 부분인데, 오랫동안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일명 ‘대작’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 VR방이란 사업이 기존에 참고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마땅치 않았을 것 같다.
| 가장 비슷하게는 PC방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 생각보다 VR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HMD를 착용하는 것부터 서비스하려면 직원 한 명이 고객 한 명이나 한 팀을 전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밖에도 기기 관리와 손님 응대, 매장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PC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원래 신규 산업의 비즈니스 사이클은 음식점처럼 전통적인 사업 모델과 달리 준비기간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기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테마파크처럼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누는 것도 어렵고, 고객들에게 VR방을 방문할 가치가 있도록 끊임없는 모객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어떤 인테리어를 적용할지, 매장의 구성과 기기 별 비중을 어떻게 둬야 할지,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할지 등 많은 부분의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

| 고객 입장에선 체험을 위한 비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
| 사실 국내에선 이용요금 책정이 쉽지 않다. 중국의 경우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체험을 10분가량 하는데 9000원 정도 든다. 일본에선 1만 원 정도, 러시아에서도 3500원 정도가 일반적으로 형성돼 있는 가격이다. 호주는 50분 체험에 7만 원이 넘는다. 상대적이긴 하나 국내에서 이 가격대를 책정하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 것이다. 롤러코스터 체험에 이용하는 어트랙션 기기 가격이 수천만 원이지만, 이용요금은 2000~3000원 정도로 책정해야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부분은 일정 시간 동안 체험관 전체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는 편이다.

| 새로 VR방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VR플러스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가상현실 체험관을 넘어 한 공간에서 VR을 포함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VR 기기와 콘텐츠는 물론 F&B, 드론이나 전동휠과 같은 즐길거리 등을 조합해, 사람들이 ‘게임하러 가자’는 기조와 같이 ‘VR하러 가자’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VR플러스 자체 콘텐츠 플랫폼과 런처를 연구개발하고 있고, 기출시된 게임과 콘텐츠는 물론 VR산업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회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콘텐츠가 살아야 VR 시장이 산다는 마인드로 새로운 복합 문화를 제공하고 싶다.

 

누구나 즐기는 VR 종합 테마파크
VR플러스 범계점을 가다

기자의 거주지와 별개로, 마음의 안식처는 안양 평촌이다. 집이 다른 지역인데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평촌으로 향한다. 얼마 전 한 건물 4층 전체를 공사하고 있길래 여느 때처럼 음식점이나 술집이 들어오나 보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VR’이 눈에 띄었다. PC방에 이어 새로운 즐길거리가 생기나 싶었다. VR플러스 인터뷰를 위해 섭외를 진행하다가 그곳이 VR플러스 범계지점인 걸 알게 됐다. 잘 됐다 싶어 곧장 범계역 매장을 방문했다.

오픈한 지 1주일 정도 지난 저녁 시간에 매장에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VR을 즐기고 있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혼자 온 사람은 기자뿐이었고, 대부분 커플이나 친구들이 함께 찾아왔다.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 PS VR 등 고성능 VR 기기를 다수 갖추고 있었고, 매장의 정면에는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룸 형태의 공간을 배치했다. 왼쪽에는 다양한 VR 기기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었고, 우측에는 어트랙션과 레일, 소총 등 다양한 형태의 경험이 가능한 VR 기기가 모여 있었다.

하나의 어트랙션이나 VR 콘텐츠를 체험하는 것은 3000원이고, 1만 5000원을 지불하면 100분 동안 매장에 있는 모든 VR 기기를 즐길 수 있다. VR 이외에도 아케이드 게임, 전동휠, 드론 등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시간제 자유이용권을 결제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선호했다. VR을 처음 접하는 어떤 사람은 높은 빌딩의 밖으로 뻗은 좁은 난간을 걷는 체험을 하다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기도 했다. VR 기기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국내 최초로 범계점에 도입돼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어트랙션 ‘스마트 라이더.’ 롤러코스터를 타는 콘텐츠를 재생하면 사방 360도로 회전하며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해당 콘텐츠의 체험 시간은 약 4~5분 정도. 추후 스마트 라이더의 액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열차를 타고 지하 갱도를 탐험하며 몬스터와 마법 결투를 벌이는 콘텐츠를 즐길 때는, 실제로 열차를 타는 것처럼 좌석이 진동하고 앞뒤로 움직이며 실감을 더해준다.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룸 형태의 공간에는 VR과 PC가 가운데 설치돼 있고, HMD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전면의 모니터로 재생 중인 콘텐츠를 체험자와 함께 볼 수 있다. 범계점에 설치된 룸에는 HTC 바이브가 설치돼 있었고, 베이스 스테이션이 천장 쪽에 대각선으로 설치돼 룸 전체를 활용할 수 있다.
매장 왼쪽에는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 PS VR이 10대 가량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PS VR은 무브 컨트롤러와 함께 건 컨트롤러 ‘에임’(Aim)을 이용한 FPS 게임도 즐길 수 있다. PC와 PS4에서 VR로 꾸준히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나온다면, 10년 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VR방을 찾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치 |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223번길 20 3층
요금 | 1회 체험/3000원, 100분/1만5000원, 종일 이용/2만5000원

#VR#가상현실#VR방#VR플러스

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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