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활용한 헬스케어산업의 현 주소

[테크월드=정동희 기자] 고대 진나라 시황제는 영생을 살기위해 신하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해오라 명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건강보조제 같은 약은 값이 비싸도 불티나게 팔린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불로초’ 같은 신의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는 동안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을 모든 인간은 소망한다. 흔히 어르신 분들께 하는 덕담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베스트셀러다.

인간은 의식주가 해결됐을 때 비로소 자신을 돌아본다. 시황제가 그랬듯이 모든 것을 얻고나면 불로장생을 꿈꾼다. 우리는 1차 산업을 시작으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이제 옷을 추위를 벗어나거나 단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닌 개성의 표출하기 위해 입게 됐고, 음식은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닌 맛있는 음식, 독특한 음식을 찾게 됐다. 주거공간은 야수로부터 지켜줄 울타리가 아닌 따듯하고 삶을 윤택하게 해줄 공간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을 갖춘 우리는 자연스럽게 ‘건강’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의료, 헬스케어 산업은 인공지능,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등의 최첨단 IT 기술을 만나 빠르게 진화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고도의 센서와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IT가 접목된 헬스케어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알아보자. 

4차 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좀 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인공지능에 의지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 데이터는 이 시간에도 24시간 365일 생성되고 있다. 
생명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몇 명의 의사가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곧 환자의 서비스와 생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공지능의 경우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무수한 상황별 데이터와 변수를 축적해 결과 값을 빠른 속도로 도출하기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은 곧 인정으로 바뀔 것이며, 점점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쓰임새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현황

인공지능은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급격히 발전했다. 더불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의료정보 수집과 분석을 용이하게 했다. 이는 곧 헬스케어 산업에 적용돼 다양한 의료현장에 쓰이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는 [그림1]처럼 좀 더 많은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전망이다(이미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서비스도 있다.) 

[그림1]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엔드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754.7백만 달러(약 8천 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스케어 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산업에서 연평균 성장률 60.3%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미국이 가장 크고 유럽, 아시아-태평양 순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가들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은 미국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업들 대다수도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다. 이중 IBM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 시장점유율이 50%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IBM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IBM이 대표적으로 인수한 기업은 [표1]과 같다. 

[표1] IBM 인공지능 헬스케어 관련 기업 인수현황

IBM이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인수기업의 고유기술 뿐만 아니라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기업들의 계약까지 같이 승계했다. 이는 IBM이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대표적으로 의료영상분석 기업인 머지(Mergy)를 인수하며 300억 개 이상의 의료정보(MRI, CT, X-ray 등)를 보유하게 됐고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7000개 이상의 병원과의 관계도 유지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2013년에 글로벌 제약회사 에브비와 15억 달러를 투자해 바이오 회사 칼리코(Calico)를 설립했다. 칼리코는 IT기술을 활용 노화방지나, 생명연장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사실 갈리코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보다 바이오헬스에 가깝다. 아직까지 갈리코는 이렇다 할 연구결과는 내놓지 못했지만, 갈리코의 설립목표인 ‘인간 생명의 획기적 연장’은 인간이 불로장생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구글은 2014년에는 알파고로 잘 알려진 딥마인드(DeepMind)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딥마인드는 현재 인공지능을 이용한 안과질병 진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딥마인드는 영국건강보험과 정보 활용을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어 2015년 베릴리를 설립해 지카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불임 모기를 개발했다. 또한, 영국 GS와 전자약 개발회사를 설립했고 스위스 노바티스와 당뇨진단용 콘텍트 렌즈를 개발했다. 추가로 최근에는 존슨앤존슨과 함께 수술용 로봇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딥러닝 기반의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개발해 의료플랫폼으로 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특히 텐서플로우는 오픈소스로서 의료현장에서 직접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의료인들이 직접연구하고 기능을 적용시킬 수 있게 했다. 현재 구글은 당뇨성 망막병증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딥 러닝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데스크톱 운영체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5~10년 안에 암을 정복한다고 호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험실의 재스민 피셔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암세포의 진행을 통제할 수 있으면, 단순 만성질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헬스케어의 연구로 일부 암은 5년, 그리고 10년 안에는 확실하게 암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하고 있는 안티 암 연구소는 케임브리지 대학 안에 설치돼, 150명의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는 저명한 생물학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등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핵심은 암세포를 모방해 살아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살아있는 컴퓨터가 인간이고, 프로그램상의 버그는 암이 되는 것이다. 즉 암을 디지털화해 컴퓨터의 버그를 수정 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를 연구하는 것이다.

애플은 2016년 초 자사 출신의 엔지니어가 설립한 스타트업 글림스(Glimpse)를 인수했다. 글림스는 미국에 분산돼 있는 전자의무기록 등의 의료데이터를 수집해, 관리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또한, 2016년 7월에는 애플은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애플 리서치킷(Apple ResearchKit)’을 사용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의료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 리서치킷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 의료관련 종사자나 연구진들이 간단하게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실제 애플은 3년 전부터 매년 헬스키트(HealthKit), 리서치키트(ResearchKit), 케어키트(CareKit) 등 의학 플랫폼을 연달아 출시 중이다. 애플은 우선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처럼 자사의 대중적인 플랫폼에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해 헬스케어 시장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세계 및 국내 시장 규모 전망 (자료=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인공지능 헬스케어의 발전방향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의사결정지원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지원을 보조함으로써 병원은 자동화된 학습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치료 제안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은 자신만의 생활패턴과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프로세스효율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프로세스가 효율화되면 병원은 환자의 대기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고, 진료 과목별 분리된 지식이 공유돼 협진이 활성화 된다. 개인은 질병에 대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거주해도 의료서비스를 편히 받을 수 있게 된다. ▲새로운제품-서비스 병원은 데이터 기반의 맞춤 치료와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고, 의약품시장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현황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실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외국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헬스케어 산업도 규모가 크지 않다. 실제로 국내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헬스케어 시스템등 의료현장에 적용된 헬스케어 시스템 자체는 대부분 외국기업의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물론 외국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국내 인공지능기술과의 차이를 벌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국가적인 관심이나 정부의 정책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전 국민 EHR(전자건강기록) 시스템 구축을 진행한 바 있고, 2015년엔 의료기기와 연동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공식 승인했다. 가까운 중국은 정부에서 국민의 건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산업 규제를 줄여 민간 업체와, 외국 보험사들의 시장진입을 허용했다. 이는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져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일본도 헬스케어를 국가산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개방적인 정책들은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를 촉발시켰고,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헬스케어에 관한 지원이나 규제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인공지능이나 관련 IT연계 헬스케어의 도입을 시도하다 관련 근거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결국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국내 헬스케어 관련 스타드업들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국내 헬스케어 기업으로는 뷰노(Vuno)코리아, 루닛(Lunit), 스탠다임(Standigm) 등이 있다. 뷰노는 의료분야에 적용 가능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로 X-Ray나 MRI등 생체신호 분석에 응용해 질병치료 보조에 활용하고 있다. 루닛은 딥러닝 알고리즘 기반으로 흉부 X-ray와 유방촬영술(Mammography) 영상을 진단해 의사가 판독하기 어려운 부분의 종양들을 발견한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기반 시스템생물학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활용할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간단히 말해 스탠다임은 대량의 의학생물학 정보로 약물의 효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제약이나 화장품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플래그십 기술인 인공지능을 활용할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하나 같이 인공지능 기술의 최종 목적지는 헬스케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은 많은 것을 얻었을 때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많은 산업과 기술에 인공지능이 도입돼 편리해지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도 ‘건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만약 진시황제가 현 시대에 살아있다면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에 얼마나 적극적인 투자를 할까,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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