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 기술

각종 센서와 지능제어 이슈에 집중하이브리드용 전력반도체 개발 계획도 구상“우리의 역할은 정부와 산업 간의 가교역할로 자동차에 대한 컨설팅 에이전시라고 보면 된다.” 척박하기만 한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산업에서 10년 후를 내다보며 자동차의 전자제품화에 대응하고 있는 양인범 센터장(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제어연구센터(이하 센터))의 말에는 센터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이미 일본의 자동차 업계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완숙단계를 넘어 자동차의 전자화에 본격적인 진입을 이룬 것과 비교하면 국내 현실은 이제 겨우 기초를 다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센터가 내건 비전이 곧 전장부품 양성의 어젠다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올해로 11년차가 되는 베테랑 연구원인 양인범 센터장은 전자부품연구원의 지능형자동차기술본부에 속해있으면서 정부가 지정한 차세대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인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의 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능형자동차기술본부는 지능제어나 전자기술 및 IT융합기술을 다루고 있는 부서로 자동차용 반도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능제어연구센터는 기술본부 소속으로 세 가지의 큰 연구줄기를 갖고 있다. 충돌예방시스템이나 보행자보호시스템 등 주행 중 안전을 다루는 안전 분야와 소프트웨어의 임베디드 분야, 그리고 반도체 분야가 그것으로 이 줄기들은 센터가 키워가는 과제이며 미래의 자동차산업 혁신을 위한 담보이다.센터가 특히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시장성이 크다는 이유와 함께 빈약한 산업구조와도 관계가 있다. 세계적 입지를 굳히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산업구조에서 당장 자동차용 반도체를 끌어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센터도 잘 알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간 여러 가지 사업 방안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각자 입장 차이가 커 쉽사리 방향을 정하지도 못하는 답답함 속에 센터는 센서 개발로 길을 정했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한 분야로 우선 센서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자이로 센서를 개발한 바 있으며 여러 업체와 협력개발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센서는 개발할 가능성이 많은 분야로 앞으로 하이브리드용 전력반도체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는 것이 양인범 센터장의 설명이다.“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을 하고싶다”양 센터장은 결국 이러한 기술축적과 노하우를 통해 장기적으로 휴먼인터페이스를 이룬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휴먼인터페이스는 IT 분야에 많이 접목돼 왔는데 결국 자동차도 하나의 커다란 전자제품이 될 것이란 인식 하에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네트워크 등이 접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이 10년 뒤에 자동차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끈다는 것이 양 센터장의 확신이다. 휴먼인터페이스와 함께 반도체 센서 및 소프트웨어 기술 등, 센터의 세 줄기가 합쳐져 하나의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든든한 펀더멘털을 이루는 것이다.양 센터장은 자동차가 하나의 문화이고 목적이며 소모품이기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친환경과 안전으로 센터에서는 안전에 우선을 두고 연구를 하고 있다. 충돌예방 등 차량안전시스템을 위한 기반구축이 곧 완료되면 이 설비를 활용한 유용하고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양 센터장은 기대하고 있다.“안전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뭔가를 감지하고 감지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센서가 그래서 필요하고 지능제어를 위해 이슈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 반도체다.” 반도체 기술력이 곧 자동차 기술력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의겸 기자>“1차 벤더의 견고함이 곧 경쟁력이다”도요타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 있어… 규모 경쟁력 제고가 급선무- 국내 전장부품 산업의 현실을 직시해 볼 필요가 있는데.현재 자동차 산업이 활황이라 해서 안주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미래를 본다면 1차 벤더들이 튼튼하게 산업을 받쳐 줘야만 자동차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1차 벤더들은 기술과 자금, 생존력에서 취약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규모가 세계 5위로 올라섰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부품공급업체들은 겨우 두 개 업체만이 세계경쟁력 순위 200위 안에 간신히 턱걸이할 정도다. 1차 벤더와 완성차 업체 간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1차 벤더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듯 하다.국내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은 되는데 규모의 경쟁력이 문제다. 전장분야는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데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데 국내시장조차 희박하고 불투명하다. 이런 환경이니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한탄보다는 규모에서 밀리는 측면이 강하다.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해서 자금력을 갖고 판촉을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전자제품화되는 자동차가 산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나.지금은 자동차를 설계하고 대규모 생산라인에서 제조를 하며 판매와 A/S를 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의 업무이다. 그러나 전장분야가 발전하면 자동차가 점차 모듈화가 된다. 1차 벤더들이 자동차 모듈을 각각 조립해 완성차 업체에 보내면 그렇게 모아온 모듈을 조립해 하나의 자동차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생산라인이 필요 없어지고 이에 따른 물적, 인적 자원이 하위 벤더들에게 돌아간다. 완성차업체가 할 일은 자동차의 디자인과 판매, 그리고 A/S뿐이다. 이런 상상의 바탕은 전자기술이다. 일본의 어느 원로 자동차 기술자가 소니와 삼성이 미래 자동차 회사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도요타의 경우 자동차용 SoC의 중요성을 잘 파악해 반도체 회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그 회사에 자동차용 반도체만 하길 주문했다. 만약 운영상 어려움이 있으면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는데 한눈팔지 말고 자동차만 연구하란 것이다. 지금 그 회사들은 도요타에 납품하는 것만으로 먹고 산다. 이것이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차 벤더 중 자동차 전장부품만 하는 회사가 이제 겨우 생겼다. 일본의 경우 1차 벤더 중 전장분야 관련 업체가 굉장히 많다. 이것이 경쟁력인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한 의견을 듣고 싶다.연구원에는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이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사업단과 배터리이차전지사업단,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사업단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데 그 연계 고리가 반도체다. 국내에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규모의 회사가 몇 군데 있는데 회사 간 지향점이 틀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제대로 된 서플라이 체인이 구성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고민으로 하나의 서플라이어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출자하고 자사의 팹을 이용해 반도체를 만든 다음 이를 현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하면 리스크도 줄고 기밀유출에 대한 염려도 없앨 수 있을 거라 본다.- 연구원 생활은 어떤가.연구원을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연구원이 연구만 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 업무에서 연구업무는 50%가 채 안 된다. 지식경제부와 같이 일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이나 자료 가공, 해외동향 파악 등 관련 자료를 정부기관에 올린다. 이런 업무만 해도 상당한데 굉장히 활동적이다. 해외 출장은 물론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김의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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