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루빈(Russell A. Ruben) |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최근 자동차에 탑재되는 다양한 첨단 전자 기술은 엔진을 비롯한 여타 기계 부속품보다 더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자동차는 도어락, 배터리, 엔진, 서스펜션, 보다 나은 신뢰성, 안전성을 위한 제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차량 내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수십 개의 독립적인 컴퓨터를 갖춘 전기/하이브리드 구동 방식의 '드라이브트레인(Drivetrain)’으로의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런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대량의 데이터가 보다 전략적인 품질과 기능을 갖춘 스토리지를 요구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바로 차량에 직접 탑재되는 로컬 온보드 스토리지다.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기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더욱 많은 차량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가 가까워짐에 따라 오토모티브 환경의 엄격한 요구 성능에 최적화된 대용량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커진다. 특히 향후 등장할 자율주행차는 1TB(테라바이트) 이상의 방대한 로컬 스토리지 용량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슈머 IT 제품과 다른 접근 필요

지금까지 차량 내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스토리지는 인포테인먼트나 네비게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최근 몇 년 간 오토모티브 시스템의 발전은 스토리지 요구 성능과 데이터 저장 방식에 몇 가지 변화를 불러 왔다. 먼저 주로 GPS 데이터용으로 활용되던 광학 드라이브는 플래시 메모리 카드 기반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전환됐으며, 최근에는 더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화질 콘텐츠를 다룰 수 있는 EFD(Embedded Flash Drive)가 탑재되고 있다. 이런 차량 내부 시스템의 발전이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과 연동됨에 따라, 로컬 스토리지 역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2년마다 하드웨어를 교체하고, 앱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최근 자동차 제조업체들 또한 이런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특히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개발주기가 3년 이상인 경우가 종종 있어 새로운 제품, 서비스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일반 컨슈머 IT 제품과 비교했을 때 이미 구시대의 기술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인 자동차의 수명주기 내내 기능적인 향상 없이 동일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실제 사용자는 매우 노후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연동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통합 기술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눈 앞의 작은 화면을 통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자동차 주행 도중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은 사용 패턴 자체가 매우 다르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량 내 환경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데 여전히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스토리지 용량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가전 제품이 수 년 정도의 수명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10~15년의 수명을 갖는 하드웨어로 설계돼야 한다.

연간 280PB의 데이터 생성하는 커넥티드카

여전히 클라우드는 모바일 컴퓨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차량 내 커넥티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렇듯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저장하고 실행할 수 있다면, 운전자에겐 로컬 스토리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클라우드는 디바이스를 관리, 업데이트하고, 데이터를 백업, 수집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레이턴시(지연시간) 이슈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출퇴근과 같은 피크 시간대에 영화를 감상하거나, 데이터 요금에 따라 데이터 전송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교외 지역에서 데이터 통신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자동차의 커넥티드 시스템이 항상 최적의 상태로 인터넷에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블 TV와 같은 다른 산업의 경우 비용이나 성능, 안정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이트웨이, 로컬 스토리지 간의 상세한 비교 분석을 수행해왔다. 오토모티브 관련 산업 또한 커넥티드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에 발 맞춰 이와 유사한 분석과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컬 스토리지 용량을 늘리고, 클라우드로 전송할 데이터를 로컬 단계에서 결정함으로써 더욱 빠른 반응 속도와 최적화된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다. 최신 커넥티드카는 초당 GB(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실제로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차량당 커넥티드카의 데이터 트래픽은 연간 280PB(페타바이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전송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레코딩에 최적화된 로컬 플래시 메모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동작해야 하는 차량용 스토리지

오토모티브 환경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관련 개발업체에게 많은 기술적 과제를 안겨준다. 예를 들어, 시스템의 정상 작동에 필요한 동작 온도 범위는 에어컨이 장착된 서버실과 매우 다르며, 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력과 함께 발열까지 늘어나면서 더 극한의 동작 온도를 요구하게 된다. 특히 플래시 메모리 스토리지의 데이터 보존성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차세대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동작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스토리지가 필요하다. 또한 오토모티브 컴퓨팅과 스토리지 시스템은 저온에서도 기동이 가능해야 하며, 메모리 자체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를 관리하는 컨트롤러 설계에 있어서도 극저온에서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오토모티브 업계 전반에서 안정성에 대한 요구 성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자율주행 기능과 같은 운전자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더욱 엄격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까다로운 오토모티브 시스템에 탑재되는 메모리 장치는 설계 프로세스와 아키텍처 자체에서부터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단지 품질 유지를 위하여 제품에 대한 선별 과정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안정성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디지털 기술이 증가함에 따라, 커넥티드카는 스마트폰과 같은 일반 컨슈머 IT 제품이 최근 몇 년간 그래왔듯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오토모티브 환경에 최적화된 로컬 스토리지는 이렇듯 인류의 미래를 바꿀 커넥티드카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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