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자율주행 자동차 미래기술 세미나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 이후, 자동차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 이르렀다. 기술과 기능의 발전으로 운전은 계속해서 편해지고 쉬워졌지만, 전륜이나 후륜을 움직여 자동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티어링 휠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이 되면, 자동차의 기본 조향 구조부터 바뀌는 대격변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기술로 보급되면, 지갑 속의 운전면허증은 구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미래기술 세미나
기술의 융합, 미래기술의 진화

한국ITS학회 이종철 회장.

박람회 기간 중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가 함께 열렸는데, 한국ITS학회와 MDS테크놀로지가 주관한 ‘자율주행 자동차 미래기술 세미나’에 관계자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정책 방향과 상용화 지원 정책 설명을 시작으로 총 11개 세션이 진행됐다. 이중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흥미롭게 들었던 프로그램과 그 내용을 소개한다.

 

자율주행 기술 이해 및 동향
발표자 : LG전자 신현석 수석연구원

스마트카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성, 편의성, 효율성 측면에서 ‘자동화’와 ‘연결성’이 가장 큰 화두다. 도시화, 고령화, 사고 증가의 요인들이 각각 안정성과 편의성, 효율성과 연결되며, 자율주행차로 인해 도로정체, 운전자 피로,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 중 가장 먼저 ADAS 기능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단순히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 기계가 차량을 직접 제어하는 능동적 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ADAS에는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감지, 상향등 자동제어, 교통표지 인지, 자동 긴급제동, 차간거리 제어, 주차 지원 등의 시스템이 포함된다.

 

벨로다인(Velodyne)의 모터 회전식 LiDAR 센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텔리전트드라이브'의 센서 적용 범위. 자차 전방부터 측후방, 여기에 차량 1대 이상의 앞 차량에 대한 정보도 수신할 수 있다. A필러 측면의 사각지대 정보도 감지할 수 있어, 사실상 차량 주변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ADAS를 구성하는 요소는 전용 소프트웨어와 함께 차량 외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들이다.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의 목적은 자차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행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밀도나 측정 범위, 측정 주기와 같은 물리적 특성으로 인한 한계가 있고, 캘리브레이션이 부정확하거나 고장 등의 문제도 있어 자율주행차의 센서로 사용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여러 센서의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센서 퓨전’도 필요하다. 퓨전 ECU가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에 제공해야 한다. 하나의 ECU에서 하나 이상의 응용 수행이 필요해, 성능의 향상은 필수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진행된 자율주행 실험 중 발생한 자율주행 해제에 대한 11개 업체의 보고서.

정보 수집을 위한 센서는 주변 거리 측정을 위한 레이더와 측량을 위한 LiDAR 센서, 카메라 등이 필요하다. 레이더 센서는 차량 주변의 지형지물과의 거리, 도로 위 다른 차량과의 거리 등을 측정할 때 필요하고, 주차 시에도 꼭 필요한 센서다. 카메라의 경우, 현재 상용화된 블랙박스처럼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2채널 3D 카메라처럼 주변 환경을 3D 지도로 구성할 때 필요한 센서다.

여기서 많은 기업들이 자율주행 3단계 구현을 위해 LiDAR 센서를 사용하는데, 레이저 펄스를 주사하고 반사된 펄스의 도달 시간을 측정해 반사 지점의 공간 위치 좌표를 계산하는 측량 기법이다. 자율주행 시험 자동차의 위에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 LiDAR 센서다. 이는 항상 속도가 변하는 환경에서 주변의 지형지물에 대한 정확한 3D 정보 구성을 위해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안전연구 및 ‘K-city’ 구축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홍윤석 센터장

정부는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레벨 3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 제3차 규장회의에서 나온 내용으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통해 교통안전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이다. 대부분의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운전자에 있다는 점에 기인해, 운전자의 사고 유발 요인을 줄여 사고의 원천적인 발생 빈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WHO의 2015년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도로교통사고로 연 124만 명이 사망하고 5000만 명이 부상을 입는다. 특히 사고 원인의 90% 이상이 인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5년에는 전체 사망 원인 중 9번째였지만,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7번째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세계적인 우려다.

교통안전공단에선 자율주행차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안전성 평가기술과 검증 시설을 확보하려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안전성 확보 기술 마련 ▲제조사의 개발 가이드 제공 ▲시험 환경 확보 ▲ 신기술의 안정적 시장 진입 기틀 마련 등이 목적이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운전시간을 여가로 활용 ▲교통안전 향상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스템의 시장규모는 2020년 1890억 달러(한화 약 21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정책적 측면에선 ▲교통안전 향상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급속화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고령자 사회경제활동 참여 향상 ▲교통효율 증대로 정체 감소와 온난화 가스 절감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과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 감소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긴 하지만,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과 함께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새로운 친환경 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

 

K-City 자동차 전용도로 조감도.
K-City 도심부 조감도.

교통안전공단은 정책 마련과 함께 ‘K-City’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실험 환경을 갖춘 테스트베드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다양한 테스트베드가 구축·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미시건 주의 ‘M-City’, 일본 츠쿠바의 ‘JARI P.G’, 중국 상하이의 ‘Nice City’, 스웨덴 예테보리의 ‘ASTA Zero’ 등이 있다.
미국 M-City의 경우, 13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난 2015년 7월 준공됐다. 미시건 대학과 모빌리티 트랜스포메이션 센터(Mobility Tranformation Center, MTC)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학교 부지에 별도의 실험도시를 구축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화성에 36만㎡ 크기의 부지에 세계 2번째 규모의 ‘K-City’가 구축되고 있다.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 중인 K-City는 오는 2017년 10월에 1차 개통한 뒤 2018년 완성될 예정이다. 특히 자율주행 평가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연구소 내에는 한국GM, 쌍용, 르노삼성, 만도, 보쉬코리아, 자트코 등 6개 업체가 상주하고, 80여 제작사가 도시를 공동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K-City에 구성될 5개 평가시설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도심부 도로 
– 신호 인지, 예측, 판단, 제어
– 비자율 차와의 상호작용
– 도심건물로 인한 통신음영 발생 영향 평가
– 버스전용차로 인지와 영향 평가
– 버스/택시 정차·출발 시 상충발생 상황 평기

▲ 커뮤니티부 도로 
– ‌보행자·자전거 이용자·저속 이동 보조수단 등 인지, 이동 예측, 판단, 제어
– 보행차 충돌 경보 제공

▲ 교외도로 
– 교외지역 도로환경 인지 및 판단
– 도로 기하구조 인지, 판단, 제어 기능
– 낙하물 등 장애물, 공사도로 인지 및 기동
– 가로수로 인한 전방 시인성 저하, 통신음영 발생 영향 평가
– 회전교차로 인지, 차량 간 우선순위 결정, 상충발생 상황 평가

▲ 자율주차 시설 
– 직각·평행·사선 주차 기능 평가
– 자율 발렛 주차 기능 평가

▲ 고속 전용도로 
– 고속주행 환경에서의 인진, 판단 제어 기능
–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차간거리 및 차선유지 여부 평가
–  톨게이트 인지 및 통과 기능 여부, 차량 간 상충발생 상황 평가
– 소음방지벽 및 중앙분리대로 인한 통신음영 발생 상황 평가

 

자율주행 자동차 통신 기술
SK텔레콤 서영석 박사

커넥티드 카 시장 규모는 2014년 이미 700만 대 규모로 성장했고, 이는 2020년 6900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초반에는 텔레매틱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 차선 이탈 경고(Lane Departure Warning, LDW) 등의 기술이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의 상당수에 적용됐다. 지금은 차량이 다른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과 함께, ADAS가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기술들의 특징은 모두 운전자가 운전 중 해야 할 필수적인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전자가 마침내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되는 단계까지 진화한 것이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이다. 앞서 선보였던 기술들이 모두 한 대의 자동차 안에서 결합됐을 때, 비로소 운전자는 운전대 대신 책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있다. 자율주행 차에 적용되는 각종 ICT 기술의 융합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하기 위해선 HUD(Head Up Display)나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ADAS, 지도, 인지, 판단, 제어, 보안, V2X 등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이 주행에 관련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모든 정보와 주변 상황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빠르게 처리·해결해야 한다. 데이터의 종류와 분류, 용량은 미지수인데, 처리 속도는 적어도 지금의 통신망보다 훨씬 빠른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SK텔레콤이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통신망 5G는 이것을 가능케 해준다. 오는 2018년 6월 표준화가 완료될 예정인 5G는, 6GHz 이상의 주파수에서 최대 20Gbps의 처리속도와 1ms 이하의 무선 지연속도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한 순간에 생사를 오갈 수 있는 운전 상황에 인간보다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선, 빠른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SK텔레콤은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 조성된 5G 시험망에서, BMW와 손을 잡고 5G 단말기를 탑재한 커넥티드카 'T5'를 공개했다. T5는 이곳에서 커넥티드카, 드론, 도로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정보를 수집, 처리하는 미래주행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고속 통신망 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기술로 5G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을 제안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초고속 저지연의 5G 통신망을 비롯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사람의 통신, CCTV·신호등과 같은 사물과 통신할 수 있는 V2X 기술 ▲자율주행 차의 정확한 위치와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HD 지도 ▲자율주행 차의 관제,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 중 차량의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플랫폼인 ‘T 리모트아이’는 차량과 운전자를 관제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준다. 이 관제 플랫폼은 이르면 올해 말경 선보일 예정이나, 이것이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5G 통신망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2020년이나 돼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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