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2017 서울모터쇼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 이후, 자동차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 이르렀다. 기술과 기능의 발전으로 운전은 계속해서 편해지고 쉬워졌지만, 전륜이나 후륜을 움직여 자동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티어링 휠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이 되면, 자동차의 기본 조향 구조부터 바뀌는 대격변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기술로 보급되면, 지갑 속의 운전면허증은 구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지난 3월31일부터 열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 모터쇼’가 개최됐다. 서울 모터쇼는 부산 모터쇼와 함께 2년마다 열리는 국내 2대 자동차 박람회로, 부산 모터쇼(짝수 해 개최)와는 해가 겹치지 않게 홀수 해마다 개최된다. 올해는 국내외 27개의 완성차 브랜드와 167개의 부품·튜닝·서비스 업체가 참가했다. 행사 전면에 내건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동차에 적용될 각종 차세대 기술을 들고 나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사에서 연구개발 중인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시스템 등의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더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해질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다.

 

닛산
닛산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닛산은 서울모터쇼의 참가 주제를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로 잡았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은 것은 콘셉트카 ‘그립즈’(Gripz), 그리고 물고기 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자율주행 로봇 ‘에포로’(EPORO)였다.

에포로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닛산의 의지가 반영된 자율주행 로봇 자동차다. 닛산은 무리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로봇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무리 안에서 정보를 공유해 주변 정보를 얻고, 상황에 맞춰 형태를 바꿔가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물고기의 옆줄 역할인 레이저 거리 탐지기가 탑재됐고, 물고기의 시력을 대신하는 UWB(Ultra-Wide Band) 기술로 충돌 방지, 방향 전환, 거리 측정, 속도 유지 등을 파악한다.

 

닛산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기술은 현재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는 ‘맥시마’, ‘알티마’, ‘무라노’, ‘패스파인더’ 등의 모델에 적용돼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전방 충돌 경고 기술은 사고 위험이 있다고 예측됐을 때 운전자에게 시각과 청각으로 경고한다. 모니터를 통해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의 360도 영상을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역시 닛산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밖에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비상시에 자동으로 제동력을 작동시키는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 ▲운전 중 사각지대에 있는 물체를 감지해 A필러에 있는 라이트로 운전자에 경고하는 ‘인텔리전트 사각지대 경고’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질 때 가속페달을 위로 살짝 올려 발을 떼도록 유도하는 ‘인텔리전트 디스턴스 컨트롤’ 등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

특히 닛산의 자율주행 기술 ‘프로파일럿’(ProPILOT)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개발 프로세스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정지 페달의 조작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고, 정체가 없는 도로에서의 주행은 운전자에게 맡기는 식이다. 지난 1월에는 미항공우주국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SAM’(Seamless Autonomous Mobility)를 공개하기도 했다. SAM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돌발상황이나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로, 차량의 인공지능과 협력해 자율주행 차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준다. 닛산은 2020년에 운전자들이 이 기능이 적용된 자율주행 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뉴 E클래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국내 고객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KT와의 협력으로 현지화한 LTE 기반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Mercedes me connect)를 공개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사장은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통해 한 차원 더 똑똑하고 안전하며, 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는 ▲자동 주차 기능 ‘리모트 파킹 파일럿’ ▲실시간 차량 위치 확인 프로그램 ‘지오펜싱’ ▲온라인·모바일로 차량 연비와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 미 포털’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2013년 S클래스에 첫 적용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시스템은 현재 C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폭넓게 적용돼 있다.

 

● ‌드라이브 파일럿 :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전방의 도로 상황에 따라 속도를 자동으로 복귀시킨다(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 더불어 주행속도 210km/h 이내에서 차선의 중앙으로 주행하도록 도와주고, 최대 60초까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도 있다(스티어링 파일럿).
●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 승차 중 측면에서의 충돌이 감지됐을 때, 충돌 직전에 시트 측면의 공기주머니가 부풀어 탑승자를 차량의 중앙으로 이동시켜 충격 흡수 공간을 확보, 피해를 최소화한다.
● ‌파킹 파일럿 : 자동 주차 기능 최초로 전진 주차를 지원한다. 기존 시스템보다 더 좁은 공간에 주차할 수 있고, 활성화됐을 때는 전진·후진도 자동으로 변경되고, 자동 출차 기능까지 지원한다.

 

푸조
기본 트림부터 ADAS 적용

뉴 3008 SUV를 전면에 내세운 푸조는, 고급 옵션이 아닌 기본 트림부터 ADAS(Adaptive Driver Assistant System)을 적용한다. 전방의 자동차나 보행자를 감지하면 비상 보조 브레이크를 작동해 속도를 줄여 주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비롯해 ▲운전 조건과 상대 차량의 근접 정도에 따라 헤드램프의 광량을 조절해 운전자의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스마트빔 어시스턴스’ ▲차선 이탈 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인전한 주행을 지원하는 ‘차선 이탈 방지’ 기능 등이 적용된다. 이밖에도 사각지대의 물체를 감지하는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탑재된다.

 

현대자동차
커넥티드 모빌리티 선행 기술 공개

자사의 자동차와 제네시스 모델 부스를 따로 구성한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 카와 이로 인해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선행 기술 시연으로 선보였다. 현대자동차의 차량지능화사업부장 황승호 부사장은 “우리는 수 년 전부터 카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공·처리할 수 있는 독자 운영체제(connected car Operation System, ccOS)를 개발해 왔다”며, “최근에는 글로벌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네트워크, 보인, 통신, 사물인터넷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자사의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 ‌선제적 안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량 운행상태 모니터링·원격 진단·수정
● ‌지속 발전하는 편리함
   ‌차가 스스로 업그레이드하고 사용 패턴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고객의 모든 생활 반경에 적용
● ‌이용 및 관리비용 절감
   ‌도로 사정이나 주행 패턴, 정비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주행 가능거리를 예측하거나 경제적 삶에 기여
● ‌연결을 통한 시간 효율성 증대
   ‌차량 충전 시 자동 결제, 차량 진단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사용자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현대자동차는 더불어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선행 기술로 시연했다. 향후 상용화 예정에 있는 IoT 서비스는 외부 생활공간에서 차를 제어하는 ‘홈투카’(Home to Car) 서비스, 자동차에서 외부 생활공간을 제어하는 ‘카투홈’(Car to Home) 서비스가 포함된다. 

홈투카 서비스는 음성인식 기기를 통해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연동 기술이다. 반대로 카투홈 서비스는 차량 안에서 집안의 조명과 음향기기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18년 홈투카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자율주행 기술과 연계하고, 2019년 카투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
공간과 이동 기반의 연구성과 공개

네이버랩스는 올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를 임시 운행하는 것을 허가받았다. 이는 IT 업계의 첫 허가 사례이며, 업계 전체로서는 13번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부터 자율주행차의 시험과 연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임시 운행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허가를 받기 위해선 ▲고장 자동 감지·경고 기능 ▲비상시 수동 전환 기능 ▲최고속도 제한·전방 충돌 방지 기능 등 기본적인 안전운행 기능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는 일부 지정된 도로에서만 가능했던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 시험 운향할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모빌리티 팀을 구성해 미래의 이동성 개선과 도로 환경의 정보화를 목표로 자율주행과 ADAS 등의 관련 기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이번 임시운행 허가를 기반으로 실제 주행 환경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한편, 네이버랩스가 추구하는 생활환경지능을 도로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랩스 송창현 CEO는 “자율주행 기술은 가상 시뮬레이션만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도로 상에서 데이터를 수집·축적하며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도로 주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가속이 붙을 것이며,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 환경과 새로운 이동 수단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모터쇼의 네이버랩스 부스에선 자율주행차와 함께 3차원 실내 정밀지도 제작 로봇 ‘M1’을 함께 공개했다. M1은 자율주행으로 정해진 공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주변의 구조물 정보를 파악해 3D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에는 스스로 공간을 파악해 나가는 자율주행 기술부터 ▲실시간 3D SLAM ▲포토 리얼리스틱 3D 지도 제작 기술 등이 적용된다. M1이 레이저로 스캔한 점 데이터를 3차원 공간 데이터로 변환하고,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데이터에 붙여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 M1의 기능이다.

네이버랩스는 GPS가 잘 잡히지 않는 실내공간의 디지털화를 위해 M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M1으로 제작한 3D 정밀지도를 통해 대규모 실내공간에서도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길 찾기가 가능해지면, 부동산 정보·게임·광고를 비롯해 여러 공간 기반 서비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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