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더 똑똑해지는 자동차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 이후, 자동차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 이르렀다. 기술과 기능의 발전으로 운전은 계속해서 편해지고 쉬워졌지만, 전륜이나 후륜을 움직여 자동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티어링 휠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이 되면, 자동차의 기본 조향 구조부터 바뀌는 대격변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기술로 보급되면, 지갑 속의 운전면허증은 구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더 똑똑해지는 자동차
인공지능, 자동차를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은 2010년 중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범국제적인 산업 발전의 추세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의 발달로 산업 환경의 자동화 현상이 그 속도를 더하면서,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에 나갔던 기업의 생산 공장들이 제 나라로 돌아가고 있다. 이 현상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릴 수 있는 세상은, 자유경쟁체제에서 지금보다 부와 빈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 그리고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고르게 AI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 두 가지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에서 예상되는 미래는 전자에 훨씬 가깝다.

기계 학습으로 더 영특해진 AI가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테슬라, 구글 등 많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여기에 해당한다. 운전자는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수많은 위험 요소와 주위 환경을 파악하고, 한 시도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현재 연구 중인 자율주행 기술에서 운전자가 해야 할 역할이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머지않아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보급되면 운전자는 더 이상 ‘운전자’(Driver)가 아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우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정도의 안전장치 역할만을 수행하면 되는 ‘탑승자’(Passenger)가 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10년 뒤인 2027년의 도로 위를 상상해 보자. 출근 시간, 수많은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들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정해진 질서를 지켜가며 탑승자를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끼어들기나 과속, 규정 위반 등의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니, 병목 현상이 극심한 곳에서도 정체가 심하지 않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LA에서 워싱턴까지 운전을 해도 탑승자는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구글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지원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는 운전자가 차량의 터치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아 좀 더 안전하고,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면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오토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프로그램 안전부문 총괄 크리스토프 본 휴고(Christoph von Hugo)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행자와 탑승자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해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탑승자를 우선시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곧 자동차업계의 딜레마로 떠올랐다. 자유에는 책임이 반드시 동반되는데, 이런 돌발 상황에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자동차 업계에선 아직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인공지능의 진화
커넥티드 카 → 자율주행 시스템

멘토 그래픽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앤드류 패터슨 사업개발 이사는 지난 2013년 “커넥티드 카는 지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2010년대 말경, 우리는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운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모바일 컴퓨터 가운데 일부는 자율 운전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서 1차적으로 적용돼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 전체를 움직이는 것은 아직 미래의 일이지만, 적어도 차내 대부분의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컨트롤하는 것은 현재의 일이다.

커넥티드 카는 모바일 기기 뿐 아니라 자동차 주변의 사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연결성이 강조된 기술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적용된 자동차는, 최종적으로 운전자가 운전 중 해야 할 임무를 줄여주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글의 자동차 사업부 '웨이모'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제품.

가장 가까운 예로 애플의 ‘카 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있다. 각각 모바일 운영체제를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전화 통화와 메시지 확인을 비롯해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지만, 점차 모바일 운영체제와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것이 좀 더 활성화되면 차량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주행에 활용하는 역이용도 가능해진다. 이미 지난 2015년 볼보가 차량의 센서로 전방의 도로 상황을 수집해 인근의 볼보 차량들에 전송해 주는 V2V(Vehicle to Vehicle) 시스템을 공개한 바 있다. 아마 2020년경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5G 이동통신망이 활성화되면, 훨씬 많고 거대한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해, 가용 데이터의 질과 양, 속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자회사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시험하고 있다.

자동차의 센서와 컴퓨터의 결합으로 운전 중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조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이 자율주행의 목적이다. 자동차 회사 뿐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등 IT 기업도 이 산업에 뛰어들고 있을 만큼, 자율주행 기술은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에서 제시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단계는 0~5까지 총 6개 레벨로 분류돼 있다. 이 중 현재 거의 모든 차량에 적용돼 있는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ABS)은 1단계(운전자 지원)에 해당하고, 스티어링 휠 방향 조정과 가속·감속 등 속도와 방향을 조정해 주는 기능도 2단계인 ‘부분 자동화’로 상당부분 적용돼 있다.

현재 중요한 부분이 3단계 ‘조건부 자동화’인데, 이 단계가 ‘주행 보조’에서 ‘자율주행’으로 넘어오는 분기점이 된다. 3단계는 차량이 주변 환경을 자동으로 파악해 자율주행을 수행하고,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를 뜻한다.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 연구개발 기관과 업체에서 목표로 하는 것이 3단계다. 이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심지 주행을 포함한 도로에서도 운전자의 개입이나 모니터링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 4단계 ‘고도의 자동화’다.

3단계와 4단계의 차이가 생각보다 큰데, 구불구불한 시골길이나 도로가 없는 곳에서의 주행을 제외하면 운전자가 운전에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직 제대로 접근한 곳이 거의 없다. 게다가 마지막 단계인 5단계 ‘완전 자동화’는 차량이 운행 중이라면 어떤 개입도 필요치 않은 정도의 수준인데, 적어도 2025년 전에는 상용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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