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작은 액세서리를 똑똑하게 만들었나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지난 2014년 중국의 샤오미는 스마트밴드 ‘미밴드’(Mi Band)를 시장에 내놓았다. 전화와 메신저 알림, 진동 알람, 만보계, 수면 패턴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도 약 13,000원 정도의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첫 3개월간 100만 대를 넘게 판매했다. 이후 심박 측정 센서를 추가한 미밴드 1S, 액정화면을 지원하는 미밴드 2 등 후속작 역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밴드가 인기를 끈 것은 단지 저렴해서가 아니다. 다른 스마트밴드와 비슷한 기능과 성능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다른 제품들과 다른 점은 배터리 지속시간이었다. 41mAh의 적은 용량이지만 길게 사용할 경우 충전 없이 1달이 넘게 작동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미밴드를 만든 후아미(Huami)의 마이크 영 부사장은 미밴드의 배터리에 대해 “전력소비가 적은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했고, 임베디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통해 소비전력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 개발의 관건은 무엇보다 ‘전력 소비’다. 아무리 화질과 성능이 뛰어나도 하루를 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아날로그 손목시계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진 스마트워치라 해도, 오전에 충전했는데 저녁에 집에 가기 전에 배터리가 소모돼 꺼진다면, 애물단지에 불과할 뿐이다.

프로세서를 비롯해 자이로 센서, 터치 센서 등 각종 유닛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배터리 기술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의 모바일 기기 배터리는 거의 대부분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와 같은 리튬계열 2차 배터리로, 지금까지 개발된 축전 방식 중 가장 진보된 형태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저온에 약한 단점들도 있지만, 아직은 리튬계열 2차 배터리를 대체할 새로운 조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 덕분인지, 제조사들은 어떻게 하면 기기가 전력을 덜 소모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데스크톱, 태블릿PC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알아보자.

 

웨어러블 기기의 현재는 ‘구름 많음’

얼마 전 세계 스마트밴드 점유율 1위 업체인 핏빗(FitBit)이 약 10% 규모의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IT 업계에 천재지변이 벌어질 것 같았던 웨어러블 기기의 초기 시장 반응과는 꽤 상반된 분위기다. 신제품 출시 소식도 한 때는 끊임없이 들려오다가 지금은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술적인 방면에서 접근하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이 스마트밴드나 스마트워치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기능이 구현됐고, 새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만한 이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밴드로 걸음 수를 측정하고, 스마트워치로 메시지와 이메일을 확인하는 정도는 초기부터 제공됐고, 진동 알림 기능도 정도의 차이일 뿐 거의 대부분의 기기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다.

제조사들도 저마다 브랜드 특유의 색을 가지려 하고 있다. 스마트밴드 초창기엔 액정화면 없이 LED 몇 개가 인터페이스의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3~4만 원대 저가형 제품도 대부분 OLED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 화웨이의 스마트밴드 ‘토크밴드’ 시리즈는 밴드에서 분리되는 본체가 블루투스 헤드셋 기능을 제공하고, 체지방 등의 건강정보를 알려주는 제품도 있다.

스마트워치의 경우 가격대라는 벽에 가로막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점유율이 높은 애플워치는 가장 저렴한 모델이 34만 원 정도이고, 명품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모델은 190만 원이 넘는다. 점유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는 30~50만 원대의 가격으로 애플워치보다는 낫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10%대 초반 정도다. 무엇보다 비슷한 기능을 저렴한 스마트밴드에서도 제공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스마트밴드와의 차이가 좀 더 높은 해상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6년 스마트워치 총 출하량(판매량이 아니다)은 2015년 대비 1.4%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60%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스마트밴드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절반 정도인 29%의 증가율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까지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4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의 필요성을 지금보다 더 크게 느낄 만큼의 새로운 콘텐츠가 없다면 시장 성장률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워치 - 애플워치 2

애플은 지난해 3분기에 ‘애플워치 시리즈 2’(이하 애플워치2)의 출시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던 점유율을 60% 이상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웨어러블 시장 전체 점유율은 절반 가량인 49%, 매출은 80%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5년 애플워치 1의 출시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불이 붙은 점을 감안하면, 소위 ‘애플 파워’는 여전한 듯하다.

애플워치2는 전용 운영체제인 ‘Watch OS 3’로 구동되고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는 연동할 수 없고 아이폰으로만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포스터치를 지원하는 2세대 디스플레이는 전작보다 2배 더 밝다. GPS가 내장돼 운동 관련 앱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NFC 칩도 내장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Wi-Fi 802.11 b/g/n 2.4GHz, 블루투스 4.0,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심박 센서, 광센서 등을 갖추고 있다.

전작에선 지원하지 않았던 50m 방수를 지원해 물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하지만 유속이 빠르거나 깊은 곳까지는 무리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과 자동으로 연결돼, 아이폰이 없어도 저장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38mm와 42mm 두 가지 크기와 다양한 재질, 형태의 스트랩을 조합할 수 있다. 화면 해상도는 38mm 유닛 272x340픽셀, 42mm 유닛 312x390픽셀이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전작과 같은 최대 18시간이고, 다양한 앱과 기능을 사용하면 전력 소비가 좀 더 많아진다.

 

애플워치2 분해 (사진=ifixit.com)

 

애플 제품의 분해 및 수리업체 아이픽스잇에서 애플워치2를 분해한 사진을 참조했다. 아이픽스잇은 자체 개발한 애플 제품 공구킷도 따로 판매할 정도로 애플 제품 분해 전문이다. 아이폰, 아이맥 등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자세한 분해 영상과 사진을 올린다. 애플워치2의 경우 자체적으로 매기는 자가 수리 점수 6점을 받았다. 10점에 가까울수록 수리가 쉽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 부분에 열을 가해 접착제를 녹여 상단부를 떼어냈다. 유닛 크기가 작고 얇아 모든 부품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붉은 박스 왼쪽부터 343S00092 터치 컨트롤러(애플), 67V04 NFC 컨트롤러(NXP)가 배치돼 있다.

 

 

방수를 위한 가스켓에 연결돼 있는 것은 정전식 터치를 지원하는 AD7149 Capacitance Sensor Controller다. Analog Devices(이하 ADI)가 만든 이 칩은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에도 사용됐으며, 다양한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애플워치2를 컨트롤하는 애플 S2 SiP(System in Package). 칩의 후면 부분에 Bosch Sensortec이 만든 BMP280 기압 센서, STMicroelectronics가 만든 C451 자이로스코프/가속 센서가 배치돼 있다. 이를 비롯해 심박 센서와 광 센서 등 유닛 내에 배치된 모든 센서들을 S2 프로세서가 컨트롤해 애플워치2가 작동한다. 273mAh 용량에 불과한 애플워치2의 배터리를 차기작으로 예상되는 S3 프로세서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마트밴드 - 미밴드 2

가장 최근 출시된 샤오미의 ‘미밴드 2’는 안드로이드 커스텀 롬 ‘MIUI’를 적용한 스마트밴드다. 비록 전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배터리 지속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활용 빈도 상으로도 보름 가까이 충전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처음엔 수면 패턴 분석 기능이 신기했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주로 전화 진동 알림, 그리고 만보계 정도로 만족하게 된다. 다양한 앱의 알림을 지원한다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 같지만, 아직은 지원 계획이 없다.

전작인 미밴드 1A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디스플레이다. 전작은 유닛 상단부의 터치와 3개의 LED로 동작 상태 등의 간단한 정보만을 알 수 있었다. 미밴드 2는 작지만 OLED 화면과 함께 하단 터치 버튼이 추가돼 정보 확인이 간편해졌다. 뒷면에는 1A에서 추가된 심박 센서가 있고, 충전 방식은 전작과 같다. 유닛의 무게는 7g이고, 스트랩에 장착해도 19g밖에 되지 않아 스트랩이 밀착되지 않으면 착용하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가볍다.

 

미밴드2는 방수·방진 IP67 등급이 적용된 제품으로, 본체를 임의로 열 수 없게 돼 있다. 중국의 한 웹사이트에서 미밴드2를 분해해 내부를 살펴본 사진을 가져왔다. 유닛 자체는 접착 형태로 결합돼 있고, 방수 때문에 완전히 밀봉돼 있어 정상적인 해체는 불가능해 보인다. 손톱 두 개 크기의 유닛에 프로세서와 각종 센서들이 빼곡이 배치돼 있다. 상단 모두가 디스플레이는 아니고, 0.42인치 크기의 작은 화면으로 시간과 배터리 등의 간단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붉은 박스의 메인 프로세서는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Dialog Semiconductor)의 DA14681 칩이다. 저전력 설계의 일등공신으로, IoT 및 웨어러블 기기에서 많이 사용된다. 32비트 ARM Cortex-M0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적용된 DA14681은, 개발자가 필요에 따라 동작 속도를 최소 32kHz에서 최대 96MHz까지 조절할 수 있다. 128kb의 OTP와 128kb의 ROM, 16kb의 캐시 SRAM을 장착했다. 블루투스 4.2가 적용됐다.

주황색 부분은 걸음 수 파악을 위한 자이로 센서 adxl362(ADI)다. 과거의 만보계는 자석의 운동을 측정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약 3x3mm 크기의 아주 작은 가속도 센서가 기존 방식보다 더욱 정확한 측정 능력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DA14681 프로세서의 구조. ARM M0 CPU를 비롯해 RAM과 ROM, 전력관리 유닛까지 모두 DA14681 칩이 담당하고 있다.

 

미밴드의 강점 중 하나인 배터리 지속시간은 내부 임베디드 시스템과 함께 소프트웨어에서의 저전력 설계로 가능해졌다. 미밴드2의 배터리 용량은 70mAh로 초기 모델보다 용량이 꽤 늘었지만, 모든 기능을 사용할 경우 15일 이하로 사용시간이 줄어든다. 10일 정도 지속된다 해도 다른 스마트밴드보다는 사용 시간이 긴 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