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하는 전시회의 본질

④ “계약의 체결이 아니라, 기술의 전파”가 전시회의 본질이다.


[테크월드= 박지성 기자] 최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대 한국 무역 보복이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량에 대한 보조금 중단 조치였다. 표면적 이유는 리튬NCM 전지의 안전성 문제였지만, 중국 기업의 보호와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팽배했다. 


이와 관련하여 전시회 취재 중 만난 독일계 글로벌 선도 기업의 중국인 마케팅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에게 중국은 높은 우선 순위를 갖지 않는다. 중국 시장은 초거대 시장이다. 그렇기에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높은 투자 수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한국 기업 사례와 같이 중국 시장은 늘 높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어 해당 투자를 합리화할 만한 수익성이 잘 나오지 않는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비슷한 견지를 갖고 있다. 지금과 같이 보조금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은 결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느려 보여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기술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두렵지 않고 오늘 우리가 이 전 시회에 나온 이유도 그 기술력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보조금(Subsidy)로 큰 기업은 언제나 보조기업(Sub-Player)일 수 밖에 없다.”


독일 기업관을 떠나, 한국 기업관에서 만난 국내 모 기업 대표이사에게 전시회 참석의 성과와 소회를 물었다. 대표이사는 매우 만족하며 말했다.


“한국에서 전시회를 할 때는 참관객 대부분이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었는데, 여기는 계약 체결을 원하는 실질적 고객들이 많다. 이 부분이 매우 만족스럽다. 국내 전시회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참여를 고민할 때가 많은데 일본 전시회는 계약 체결 성과가 있어 참석에 매우 만족한다.”
 
WSEW 2017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현황판이 있다. 바로 2018년에 열릴 전시회의 부스 판매 현황판이다. 참가기업들과 계약이 맺어질 때 마다 거대한 현황판에는 판매 완료를 알리는 붉은 색 마크가 부착된다. 최첨단 기술 향연의 장 한복판에 매우 고전적인 홍보 방법으로 전시회의 성황을 알리는 점도 재미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WSEW 2017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황판의 대부분이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전시회의 놀라운 흥행 비결에 대해 묻자 사무국 담당자는 이렇게 답했다. 

WSEW 2017 전시회 한복판에 있던 내년도 부스 판매 현황판


“우리는 미래 에너지 기술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외생적 변수에  부침을 겪지 않는 전시회가 되기 위해선, 이런 변수 자체를 극복할 수 있는 참가 업체의 압도적 기술력이 필요하고 우리는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계약 체결도 중요하지만, 전시회의 본질은 기술의 전파다. 볼 것이 많은 전시회에 더 많은 계약 체결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전시회 마지막 날인 3일차, 이미 내년 부스의 75%가 판매 완료되어 있었다. 부스 판매를 알리는 거대한 현황판이 붉은 색으로 덮여 있었다. 그 붉은 현황판이 아직도 계약 체결 중심의 전시회 패러다임에 급급한 국내 전시회 산업에 대한 붉은 경고등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