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조건

② 실질적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술이야말로 첨단 기술이다

후루카와 전지의 마그네슘-공기 배터리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첨단 기술은 단순히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기술, 혹은 달성하기 힘든 수준의 성과에 도달하는 실험실 속의 산출물이 아니다. 해당 기술이 미 충족 되던 소비자들의 실질적 필요를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기술은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금번 전시회에는 이런 본질적 부분에 충실한 제품과 기술들이 다수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다수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당시 사망자들 중 대부분은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다수의 생존자들은 무너진 가옥과 빌딩 속에서 목숨을 부지했지만, 휴대폰 전원이 방전돼 적절한 구조요청을 보내지 못했고, 안타깝게 숨진 것이다. 바로 이런 안타까운 비극을 막아보고자 일본의 후루카와 전지(Furukawa Battery)는 마그네슘-공기 건전지를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비상시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대용량 장기보존이 가능하고, 전지 패키지에 단순히 물을 붓는 것만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이렇게 발전이 되면 최대 스마트폰 30회 정도 완충 및 수십 시간의 라디오 사용이 가능하다.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은 아니었지만, 일본 시장의 실정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해당 참가사의 부스는 제품 시연을 보기 위한 수십 명의 참관객들이 모여 들며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사례는 한화 큐셀이 출품한 저압산업용 태양광 발전제품인 큐맥스였다.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지대를 자랑한다. 이런 특수성으로 태양광 패널을 전개하기 위한 용지의 구입 및 임대 비용은 고스란히 태양광 에너지의 경제성 하락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다. 한화 큐셀은 이런 점에 착안하였다. 기존의 태양광 패널들은 통상 15~16° 각도로 4열이 평행 전개돼 각 열 사이에 그림자를 피하기 위한 유휴 공간을 남겨두어야만 했다. 그러나 한화의 큐셀이 새로이 소개한 큐맥스는 각 열을 동일하게 5°로 전개하되 열간 높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기존 대비 25% 수준의 부지 절감을 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패널을 정비하기 위해 거치대 위로 올라갈 때, 의도치 않게 패널을 밟아 생기는 미세흠집의 상황에도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접이식 발판을 개발/부착함으로써, 제품의 내구도 향상 및 관리 용이성을 개선시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공간집약형 큐맥스: 기존 패널(좌측) 대비 집약형(우측) 배열을 통해 에너지 경제성을 확보


소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이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비록 전례 없던 신기술/제품은 아니더라도, 참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서 실제로 쓰임 받는 기술이 될 때, 첨단기술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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