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공지능과 고급 머신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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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월드=정환용 기자]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회사 가트너는 매년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10가지 전략 기술을 선정해 발표한다. 가트너는 이 자료에 대해 도입 단계를 벗어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큰 기술의 트렌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트너가 첫 번째로 언급한 기술은 지난해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로 대중들에 확실히 인지도를 쌓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과 고급 머신 러닝(Advanced Machine Learning)이다. 딥 러닝(Deep Learning), 신경망(Neural Network) 등의 기술로 이뤄지는 머신 러닝은 인공지능의 분야 중 하나다. 가트너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장과 함께 기계 학습 또한 기계가 좀 더 인간적일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비드 설리 가트너 부사장

데이비드 설리 부사장은 "응용 AI와 고급 머신 러닝을 통해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가전 기기와 같은 물리적 디바이스뿐 아니라, 가상 개인 비서(VPA: Virtual Personal Assistant)나 스마트 어드바이저(smart advisor)와 같은 앱 및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지능형 구현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지능형 앱과 사물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메시 디바이스와 기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솔루션들을 위한 내장형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컴퓨터 게임과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진 아서 사무엘(1901~1990)은 1959년에 머신러닝을 “일일이 코드로 명령어를 내리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인공지능의 가장 단순한 정의는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자율주행도 일종의 인공지능이다. 좌측의 차량이 별안간 앞으로 끼어들 때,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은 접촉사고를 감지하고 속도를 줄여 충돌을 피한다. 한 걸음 더 발전한다면 운전 똑바로 하라는 항의의 의미로 경적을 한 번 울려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입력해 두고 상황에 따라 지정된 액션을 취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기계 나름대로 해석하고 상황에 따라 전개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컴퓨터 비서 ‘자비스’가 가장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예시다. 영화나 코믹스 속에서 어떻게 개발했는지까지는 나오지 않지만, 현재의 기술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공지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리자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한편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위험하거나 조용한 분위기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를 달리 내기도 한다. 이것이 현실로 가능해지려면, 관리자가 원하는 답을 기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도록 고품질·고용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드는지가 인공지능의 관건이고, 그 솔루션 중 하나가 현재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계 학습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바둑을 정복하다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 결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 온라인 바둑 사이트가 들썩인 사례가 있었다. 한국의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중국의 커제 9단, 구리 9단 등 세계 톱기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아이디 ‘Magister’(타이젬), ‘Master’(한큐바둑)에게 연달아 패배했다. 딥마인드의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 아이디의 주인이 인공지능 바둑 기사 ‘알파고’라고 밝혔고, 알파고는 1패도 없이 내리 60연승을 하며 더욱 개선된 능력을 보였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약 10의 171제곱이라고 한다. 물론 361칸이 모두 메워졌을 때의 경우이고 첫 착수의 위치가 꽤나 일반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적을 수 있다. 어쨌든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단위조차 감이 안 잡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는 것은 아무리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도 무리다. 그래서 딥마인드는 모든 수를 입력하고 선택하는 방법이 아니라, 2개의 신경망을 이용해 착수하기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찾아내고 해당 위치에서의 승률을 계산하는 방식을 소프트웨어에 적용했다.

 

바둑에서 10수를 둘 때의 최대 경우의 수.

이렇게 탄생하게 된 알파고는 인간 기사를 상대로 유럽 챔피언 판 후이 2단에 5전 전승, 한국의 이세돌 9단에 4승 1패를 기록하게 된다.(이 9단과 알파고와의 4국 78수는 유명하다) 이후 온라인에서도 연승가도를 달리며 더욱 향상된 성능을 뽐냈다. 이는 더 많은 기보 자료를 입력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를 상대로 수많은 대국 경험을 쌓으며 승부의 기본인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가’를 터득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확장된 개념으로 보면 이는 기계가 ‘판단’을 할 줄 안다는 것이고, 이는 곧 기계가 지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체스(딥 블루, 1997), 퀴즈쇼(왓슨, 2009), 바둑(2016)에 이어 최근에는 포커(리브라투스)까지 인공지능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줬다. 아니,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다기보다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그렇게 생각해야 영화 ‘터미네이터’의 현실화에 대한 걱정이 덜해진다) 어차피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思考)하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이고,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결과가 도출될 확률은 희박하다. 바둑을 두도록 만든 인공지능이 어느 날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고(事故)일 것이다.


진화하는 머신러닝, 기계는 계속 똑똑해진다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상대한 첫 AI '딥 블루.'

현재의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연구 방법은 ‘딥 러닝’(deep learning), 그리고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역시 다음 수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딥러닝을 활용한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기계가 뭔가를 깊이 배우고 연구한다는 뜻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기계가 작동하는 원리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기계는 주어진 명령을 그대로 처리하고, 그 이외의 돌발적인 행동은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기계학습에는 이러한 통계에 ‘추론’이 더해진다. 예컨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규칙을 찾고, 그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성능을 높여가는 것이 기계 학습의 일반적인 정의다.

초기의 기계 학습은 대상 분야에 가능한 많은 사례를 입력하고 가능한 모든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생물의 신경망을 기반으로 발전한 통계학적 알고리즘인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은, 대체로 기계에 입력되는 수많은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학습’보다는 ‘통계’에 더 가까운 연산 체계를 보인다. 디퍼 블루의 경우 완전히 통계에 의존한 것은 아니고 기계 스스로 더 나은 수를 찾아가는 학습 과정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바둑처럼 연산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10의 171승 정도가 되면 통계에 의한 연산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중국의 슈퍼컴퓨터 ‘Sunway TaihuLight’(1.45GHz 코어 1천만 개 사용)라 해도 계산에 수천 년 이상 소요된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역시 모든 경우의 수를 입력하고 이를 빠르게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공지능을 만들 순 없다고 판단했고, 기계가 스스로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3천만 개의 바둑의 수 데이터를 얻은 알파고는, 제한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익히 알려진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와 함께 2개의 인공지능 구조를 사용했다. 정책망(policy network)은 어디에 돌을 놓으면 좋을지를 결정하고, 가치망(value network)은 이 수를 뒀을 때 이길 확률을 계산한다. 인간이라면 1천 년이 걸렸을 훈련을 소화하며 경우의 수를 크게 줄였다. 게다가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후반에는 연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다.

연산에 필요한 CPU와 GPGPU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슈퍼컴퓨터처럼 프로세서 수천, 수만 개를 연결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둑과 같이 제한시간 등의 조건을 건다 해도 연산 속도는 계속 빨라질 수 있고, 제한이 없다면 그 가능성은 상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게 된다. 알파고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인간을 상대로 승리해서가 아니라, 그만한 능력의 지식과 더불어 기계가 지능(知能)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NAND 시장, 동반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계 학습이 활용된 기술과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서비스도 AI의 일종이고, 구글이나 핀터레스트, 페이스북 등의 이미지 검색도 딥 러닝 기술 중 하나인 ‘나선형 신경망’(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서비스다. 구글을 비롯해 인텔, 아마존, IBM 등의 기업들은 저마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업체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만든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업체로, 곧 출시될 삼성 갤럭시 S8에 탑재될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빅스비’의 개발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하드웨어 역시 반등 효과를 보고 있다. 기계 학습이 좀 더 대중화되면 데이터 처리와 출력에 필수불가결한 병목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NAND 플래시는 RAM과 저장장치 사이에서 데이터의 소통을 맡고 있는데, 오고가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줄이려면 NAND의 용량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제한적인 속도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로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 SCM)가 주목받고 있다. SCM은 비휘발성 속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RAM과 같은 임의 접근을 지원해 데이터 소통의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았고 가격도 비싸지만, 머지않아 NAND와 DRAM의 수요를 조금씩 대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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