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의 임베디드 기업'

본지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임베디드 산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토종 한국기업들을 선정, 이들의 노하우를 국내외 임베디드 업계에 공유하고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한국의 임베디드 기업’ 제하의 좌담회를 진행했다. 본 기사는 3편 연재 중 마지막편이다.

좌담에는 ▲에프에이리눅스에서 유영창 대표 ▲MDS테크놀로지의 유병석 상무 ▲리코시스 최인용 회장 ▲유비벨록스모바일 신임근 실장 등이 참여했다.

Q 임베디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의지가 절실해 보인다.

신임근 실장=정부 R&D 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3년 기간의 과제가 많은데 사업화가 어렵다. 금액과는 별도로 기술 아이템을 지정, 제품 개발을 완료해도 고객사를 개척하기가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사업화 지원을 위해 사업 체계 구축 및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올 초부터 나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라고 본다.

Q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신임근 실장=자동차 부품 관련한 정부 과제를 수차례 진행했다. 개발 제품들은 자동차 제조사로 전달된다. 제조사는 일단 제품 개발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문제 발생 시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한다. 부품 트러블이 생기면 일차적으로 제조사가 처리하겠지만, 결국 부품 제조사의 책임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개발은 해도 고객사를 뚫기가 어렵다.

정부가 IoT 표준화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할 시점이다. 홈가전에 국한해 본다면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솔루션을 제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각각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표준을 따라가려 들지 않는다. 최근 OCF 표준 관련해서 모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표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인용 회장=임베디드 담당 정책 입안자의 부재가 아쉽다. 산업부에 전자부품 담당자는 있지만 이로선 부족하다.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등에 임베디드, 특히 전장 분야 소프트웨어 담당자가 주재해야 한다. 임베디드 분야는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상당하다.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임베디드 시장은 사실상 90%에 가깝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10%도 안된다. 외국을 보면 수천억 규모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정부차원에서 전문적인 기술 지식을 갖춘 당국자들을 포진시켜 정책 건의나 관련 기업의 의견을 수렴 및 조정 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 과제는 적극적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에게 우선적으로 책정돼야 한다. 현재 큰 정부 과제가 발표되면, 대기업이 선두에 서고 중소기업들은 참여업체로 줄지어 따라가는 형국이다. 소통도 어렵고 실익도 없다. 정부는 전문 기술력을 가진 기업 간의 협업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개발 과제를 진행함이 옳다.

가령 디지털 클러스터 과제라면 칩셋, OS, UI 등 전문 전장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장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발전한다. 바로 사업화가 가능한 혁신적인 성과를 내려면 임베디드 기업들 간의 결합 및 연계를 통한 개발이 필수다.

관련 부처 관계자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예산이 없다’, ‘안 된다’, ‘우리가 하긴 어렵다’ 등의 말만 반복된다. 부처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상당히 아쉽다.

(시계방향으로) 유비벨록스모바일 신임근 실장, 리코시스 최인용 회장, MDS테크놀로지의 유병석 상무, 에프에이리눅스 유영창 대표

Q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예산은 턱없이 적다. R&D 예산은 ‘0원’이다.

최인용 회장=임베디드 분야를 잘 몰라서가 아닐까. 학계에서 문제를 지적하지만 전체 예산에 대한 지적이 이뤄질 뿐 임베디드 분야에 대해선 언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더라.

유병석 상무=정부 지원금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으로 많이 간다. 비단 임베디드 분야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돈으로 돈을 버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사람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고용문제와 저 출산 등의 문제도 이런 산업 구조에 기인한 게 아닐까. 정책 방향이 중소기업 우선으로 가야 산재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이 가능하다.

유영창 대표=정부의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ement)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팔릴 수 있는 연구 개발을 하자는 취지다. 취지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또 다른 문제다. R&BD에서 연구는 실패를 전제로 함이 옳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개발은 기존 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비즈니스, 즉 상용화는 과거 기술이 없이도 가능했다. 말 그대로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면 됐기 때문이었다.

최근 상용화의 의미가 온라인 서비스라는 일종의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임베디드 분야는 온라인 서비스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이렇게 위의 세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는 R&BD로 뭉뚱그려 하나의 범주로 묶어 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안할 수 없다. 업계의 비판이 존재하는 것은 ETRI 자체나 그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 설정을 잘못 잡은 규정이 문제다. 동일한 제품을 내놔도 팔리는 것은 핵심 기술보다 포장에 좌우된다. 여기에 고객에의 설득은 또 다른 문제다. 정부는 R&BD라는 용어로 얼개를 뭉뚱그려 말하지만 정작 현실은 딴판이다.

유병석 상무=일정부분 공감한다. ETRI의 엔지니어들을 보면 안타깝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곧장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서 동분서주하더라. 엔지니어가 어떻게든 임베디드 분야를 해보겠다고 세일즈를 다니는 모양새다. 현재 ETRI는 상용화 여부로 평가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ETRI와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ETRI는 연구 및 개발 본연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유영창 대표=연구소가 기업과 경쟁해야만 하는 모양새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최인용 회장=결국 예산 압박 때문이 아니겠는가.

유병석 상무=정책적으로 ETRI의 역할론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ETRI에게 상용 실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의 성공과 실패는 데이터로써 가치가 있다. 어떤 연구 개발 결과가 현시점에 바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일을 두고 기업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조치하면 된다.

설사 기업이 활용하지 않아도 연구 결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전체 국가 산업 규모에서 ETRI의 연구비는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연구가 훗날 혁신의 씨앗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유영창 대표=아이러니한 것은 ETRI는 전 산업 분야의 연구를 하고 구글은 IT연구만 하는데 구글의 연구 예산이 더 많다.

대기업과 관련해 한국은 에이전트 기업 육성이 유독 취약하다. 에이전트 기업은 ‘접목 기업’을 말한다. 제조사가 있으면 기술을 이어주는 기업이 성장해야하지만, 한국은 외국에 의존한 실정이다.

연구소와 기업이 협업 관계가 아닌, 경쟁관계로 만든 현재의 프로세스는 수정돼야 한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협업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연구소에서의 기술 개발은 사회간접자본의 개념으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R&D 정책 역시 분리해야함에도 통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다.

최인용 회장=국가계약법에 ‘다자간계약’이 분명히 적시돼 있음에도 정부 과제 금액이 다소 커지면 대기업을 앞에 세우려 든다.

유영창 대표=정부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장려하는데, 개인 인센티브 제도로 흐르면 안 된다. 공익의 극대화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특정 업체가 연구개발로 높은 매출을 올렸고, 여기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결국 개인 및 사기업에의 인센티브에 불과하다. 기술을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 기술이 얼마나 많이 확장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정책간 R&D의 통폐합도 필요하다.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 조율의 한 방편으로 융합이 논의되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서별 R&D 예산이 각기 따로 배정되지 않나.

Q 각 기업의 대응 전략과 이를 위해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최인용 회장=리코시스는 동종 분야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투자를 받는 것도 전략적 제휴의 한 방식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분야에 방점을 찍고 소프트 엔진 베이스 구축 및 디자인 등에 대한 준비가 상당부분 진행됐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AVN, CID 등을 포함해 향후 자율주행이 가시화된다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구축 및 제공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리코시스는 향후 종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유병석 상무=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일정부분 성장한 후, 한계를 맞닥뜨릴 여지가 높다. 기술을 더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써 M&A는 매우 효과적이다. 국내에서 M&A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활성화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창업 후 회사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MDS테크놀로지도 성장전략으로써 M&A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방산제조업체인 유니맥스정보시스템을, 올해 4월에는 IoT 분야 강화를 위해 텔라딘을 인수한 바 있다. 향후에도 기업 전략과 맞는 기업과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Q 국내에선 아직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없지 않다.

유영창 대표=어디에 사업의 출발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품화에 중점을 둔다면 회사에 인생을 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인생과 상품화 모두를 달성하는 것은 극소수 외에는 불가능하다. 직원을 위한다면 회사가 상품화에 목표를 두는 게 유리하다. 국내 중소기업이었던 미지리서치가 윈드리버를 거쳐 인텔에 인수된 사례를 보자. 미지리서치의 직원은 결국 인텔의 직원이 됐다. 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 M&A는 긍정적인 방법이다.

유병석 상무=물론 M&A 자체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양 사 간의 입장차는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편으로 M&A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유영창 대표=에프에이리눅스가 십 수 년 동안 기술을 누적하고 이를 서비스화 했다면 글로벌 진출과 안착이 가능했으리라 예상한다. 현재 기술 경험을 온라인 서비스화 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Q 유비벨록스모바일은 앞서 성공적인 IoT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적정 인재 영입이 필수일터. 그러나 인재 영입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 유비벨록스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신임근 실장=대학생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대학생 상당수의 관심 분야는 IOS,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서버 등에 있었고 대기업 취업을 희망했다. 유비벨록스모바일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의 성장 동력은 ‘사람’이다. 물론 임베디드 분야의 인재를 찾기란 대단히 어렵다.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인력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임베디드 분야까지 교육을 확대할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향후 와치 등 제품 관련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춘 인재가 분명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oT 제품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스타트업과의 협업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유비벨록스모바일의 기술을 접목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소위 ‘대박’ 제품을 당장 선보이기보다 유비벨록스모바일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트렌드를 맞춰간다는 전략이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이미 시작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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