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의 임베디드 기업'

현재의 ICT 산업은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고 격렬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등을 활용한 신기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국내 ICT 산업 역시 이러한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는 가운데, 파괴적인 혁신이라 불리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임베디드 산업 분야 역시 이러한 도전과 변혁을 요구받고 있음은 자명하다.

본지는 12월호를 기념해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임베디드 산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토종 한국기업들을 선정, 이들의 노하우를 국내외 임베디드 업계에 공유하고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한국의 임베디드 기업’ 제하의 좌담회를 진행했다. <임베디드월드>는 본 특별좌담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좌담에는 ▲에프에이리눅스에서 유영창 대표 ▲MDS테크놀로지의 유병석 상무 ▲리코시스 최인용 회장 ▲유비벨록스모바일 신임근 실장 등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들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사회·정리 김양균 기자. 편집자. 

(시계방향으로) 유비벨록스모바일 신임근 실장, 리코시스 최인용 회장, MDS테크놀로지의 유병석 상무, 에프에이리눅스 유영창 대표

Q 기업별로 소개를 부탁한다.

유영창 대표=에프에이리눅스(주)는 주로 리눅스에 관련된 기술들을 보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기술 기업이다. 임베디드 리눅스를 지난 2001년부터 주력하고 있다. 현재 ODM생산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수익은 하드웨어로 올린다. 말인즉슨 라이선스에 취약한 국내 상황 때문이란 얘기다.

유병석 상무=MDS테크놀로지의 사업은 크게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사업을 진행했고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개발 및 설계·검증 도구와 실시간 운영체계인 ‘네오스’와 통신 미들웨어인 네오DDS의 개발·판매도 진행 중이다.

최인용 회장=리코시스의 출발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휴대전화의 그래픽 UI로 시작해 가전과 자동차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4년 전 인수를 통해 자동차의 AVN과 디지털 클러스터의 그래픽 UI, 미들웨어 개념의 엔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픽과 관련해 컨설팅-디자인-디자인컨펌된 내용을 토대로 개발에서 구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래픽 엔진 시장은 5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유럽에 3개사, 미국, 그리고 리코시스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3사인 벤츠·BMW·아우디는 이미 디지털 클러스터를 자사의 차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볼트·GM·포드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꽤 적극적이다. 작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코시스는 중국 자동차 제조 2개사를 레퍼런스로 확보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국에 진출하고, 미국·유럽·일본은 파트너사를 통한 진출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신임근 실장=유비벨록스모바일은 지난 2012년 유비벨록스에서 분사한 이래 임베디드 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분사 후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다. 현재 삼성전자, LG유플러스 등의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작년부터 IoT 분야에 진출해 제조사들과 함께 스마트홈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정부과제와 병행해 유아용 웨어러블 와치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유아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올 한해 총평을 해본다면.

유병석 상무=MDS테크놀로지의 고객사는 개발사가 대부분이다. 경기는 고객사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느끼고 있다. 실제 돈을 벌어들이는 쪽은 자동차 분야다. 타 분야는 다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인건 자동차 분야는 적어도 성장세라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ICT 기업과 타분야 기업 간의 협업과 융합이 활발했다. 임베디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뤄졌다. 최근 하만의 레드밴드 소프트웨어 인수합병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등 영역을 넘나드는 M&A가 많은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만해도 서로 다른 업계 간의 인수합병은 많지 않았다.

그간 IoT를 둘러싸고 말이 무성했다. ‘어떻게 돈을 버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까지 수익구조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올해는 적어도 대략적인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싶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3사도 IoT 진출을 선언한 것도 동일 선상에서 봐야한다.

현재 IoT분야에서의 수익은 컨슈머보다 산업 현장에서 이뤄진다. 일선 산업 현장은 ‘생산’의 관점이 있지 않나. 어떻게 설비를 구축해야 불량률이 줄어들고 생산 효율이 극대화되는지가 관건이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산발적으로 처리했다.

어떤 데이터에 대해 특정 관리자가 이를 판단한 반면, 최근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예측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설비 고장을 예측해서 방지토록 하는 솔루션 등이 그것이다. 공장에서 가동률이 단 1%라도 높아진다면 이는 굉장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산업 현장에서 IoT 도입과 이로 인한 가시적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Q 정리하면 실질적으로 IIoT에서 성과가 나고 있단 얘긴데, MDS테크놀로지는 이와 관련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유병석 상무=올해 IoT 사업부를 신설·운영 중이다. IIoT와 관련해 고장 예지가 가능한 솔루션을 구축, 제공하고 있다. 고객사의 데이터를 분석,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적용까지가 우리의 영역이다. IIoT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셈이다.

최인용 회장=그동안 자동차 UIUX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국내 임베디드 업계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올해 리코시스가 이를 관철시켰다는 것은 비단 자사만의 성과 이상의 의미라고 본다. 작년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의 유럽 수출 자동차 AVN에 채택이 된 게 물꼬가 됐다. AVN과 디지털 클러스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올해 성과는 좋았다. 중국 2개사와 계약이 성사됐다. 양산 모델 1개와 선행모델 3개로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로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양산모델은 이미 개발이 끝나 내년 1월에 양산이 이뤄진다. 선행모델은 3개 모델과 23개 테마로 각 자동차 제조사 별로 다소간의 변환을 통해 판매된다. 국내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선행모델 2개를 완료했고 양산모델 1개의 경우는 개발 중이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은 GPU보드의 설계 및 개발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국내 임베디드 기업들은 위축된 게 사실이다. 외산 위주였다. 이는 국내 산업의 ‘수용 능력’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및 가전 제조사 등 임베디드 시스템을 적용중인 기업들이 과연 오픈마인드와 혁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단순하게 ‘외국 것을 쓰면 된다’는 사고다. 이런 혁신 마인드의 부재가 아쉽다. 제조사 관계자들 사이에 심심찮게 오가는 이야기가 있다. ‘국내 제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잘린다. 굳이 모험을 무릅써야 하나’.

Q 이 지적을 다른 기업들도 공감하나.

유영창 대표=대기업과 여기에 기술을 제공한 임베디드 기업들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 대기업과 거래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지만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게 된다. 대기업-협력업체간 수직 계열화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기술 개발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는 국제 수준과의 기술 격차로 이어진다. 결국 기술력이 떨어지고 수출은 생각할 수 없고 내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임베디드 기업과 거래할 필요가 없어진다. 악순환이다.

최인용 회장=유영창 대표의 말처럼 이런 현상이 악순환인 것은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과 임베디드 기업들 간의 수직적인 관계다. 주어진 환경에서만 일을 하다보면 협력업체인 임베디드 기업들이 개발 의지를 잃게 된다.

개발을 한다 치자. 왜 요구대로 하지 않냐는 대기업의 문제제기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개발도 맘대로 못한다. 수평적인 관계에서라야 기술을 가진 기업과 제조업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임베디드 업계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임근 실장=IoT와 스마트홈 등 대단위 마케팅이 이뤄지는 분야의 솔루션 제품 개발이 이뤄지곤 있지만 이 자체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IoT 사업을 하는 이통사의 속내를 보면 광고와 투자는 많이 하는데 들어오는 게 없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더라.

무엇보다 제조업체들은 ICT를 잘 모른다. 과거 공기청정기 제조 과정에서 제조사가 고민을 하더라. 공기청정기에 버튼이 몇 개 없지 않나. 기존에는 보드사양이 중요치 않았다. 저렴하고 제대로 동작하면서 전기를 적게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IoT 기능을 적용하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신과 데이터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API성능 향상 및 와이파이도 가능하려면 전기 소비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의 개발자들이 데이터 처리를 도저히 모르겠으니 해달라고 하더라. 결국 와이파이 칩셋제조사와 컨소시엄으로 마무리하긴 했다. 현재도 협업을 하지만 실적이 높진 않아 보인다. 출시된 스마트홈 제품 종류는 현재까지 꽤 많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

가격경쟁력이란 변수도 있다. 중국 와이파이 모듈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제조사 설득이 쉽지 않다. 와이파이 기능을 전부 탑재하겠다고 요구해 가격을 맞춘 사례다. 임베디드 제품을 개발, 공급하는 회사들로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하다.

유영창 대표=기술개발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기존 제품이 안 팔리기 때문에 새로이 개발에 착수한단 얘기다. 모바일 분야 등은 제조사들이 별도의 부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임베디드 기업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LG 등의 생산라인에 적용되는 개발 의뢰 등은 ‘살아있’지만 대기업에 국한된다. 최근 국내 임베디드 기업들이 기술 세미나 등에 참가해 아이템 수집에 열심인 이유는 단 하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이렇게 된 데는 중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임베디드 시장을 보면 대기업이 선두에 있고 그 뒤에 임베디드 기업이 있는 형태가 많다. 임베디드 기업들은 대기업 생산 설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선두 기업이 흔들리고 있고 그 여파가 임베디드 시장에 전달되고 있다. 이는 단가 인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베디드 업계 생태계가 교착 상태인건 아닐까. 신생기업이 줄고 있다. 중간 기업들이라고 해서 전부 기술력을 갖출 수 없다. 이를 지탱하는 신규 기업들이 줄면서 딜레마가 생긴다. 업계 인사들을 만나보면 에프에이리눅스 밖에 없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듣는다. 그만큼 타 기업들이 사라졌음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최근 중국 기업들을 보면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 국내 임베디드 기업들이 과거에는 확장을 위한 아이템 확보를 했다면 현재는 생존을 위한 ‘동아줄’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최근 선행기술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 분야 사업을 하던 모기업은 기존 시장이 죽어버려 난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최근 클라우드나 IoT 접목을 시도하는데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프로세서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저가칩 공세로 과거 국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기업들도 고전 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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