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온라인 저널리즘 혁신 기회” vs 언론 “우린 뭘 얻나”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일 구글코리아에서 구글펠로우십과 관련한 언론사 설명회가 진행됐다. 공교롭게 같은 날 페이스북은 자사의 라이브 기능의 업그레이드 소식을 밝혔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소위 미국에서 ‘잘 나가는’ 세계적인 뉴미디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 스냅쳇 등 여러 비디오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 대선 보도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언론의 새로운 보도 방식과 미디어 지형 변화를 바라보는 언론사 관계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전통 매체가 게이트키핑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시된 지 수 년째다. 이 과정에서 여러 미디어가 명멸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등록된 최근 3년 동안의 신문 산업 매출액 변동추이(2012년~2014년)를 보면 2천993개에서 3천646개로 늘어난 반면 매출액은 3조7천387억4천만 원에서 3조4천978억8천800만원으로 줄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등록되지 않은 언론사들을 고려하면 매체 증가 수와 매출 감소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매체가 늘어나 파이는 작아지는데 수익 수단이 뚜렷하지 않은 온라인 뉴스 전략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두 개의 추정이 가능하다. 페이지 유입률을 늘려 클릭률을 높여 광고 수익을 기대하거나 ‘경쟁지가 하니까’다.

현재까지의 언론사 모바일 전략이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바다. 지난 2008년 발표된 신문발전위원회의 조사연구는 8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다. 연구 보고서를 보면 뉴스 콘텐츠 생산과정의 문제점은 ‘엄청난 디지털 전환 비용’, ‘뉴스 DB의 표준화’, ‘상용화에 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부재’ 등이다. 디지털 뉴스 콘텐츠 관리 과정의 문제점은 ‘뉴스 콘텐츠 사용료의 비합리적 귀속’과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저작권 인식 부족’으로 나타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의 문제점은 ‘협소한 뉴스 콘텐츠 판매시장 구조’, ‘뉴스 콘텐츠 유통을 위한 통합 DB 부재’, ‘디지털 뉴스 콘텐츠에 대한 마케팅 부족 및 지나친 포털 의존’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신문산업 매출액 변동추이

이러한 문제점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의 최순실 게이트의 예처럼 강력한 하나의 이슈에 타 뉴스가 빨려 들어가는 한국 언론의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 종사자들에게 온라인 혁신은 한낱 꿈같은 소리로 들리기 일쑤다.

강 대표는 지속가능한 미디어를 위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의 주체는 바로 전통 미디어가 돼야 한다는 부연설명도 있었다. 방법의 측면에서 구글 뉴스랩의 펠로우십은 하나의 물꼬가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보도시스템 하에서 외부의 인력을 공채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언론사 내부로 영입, 온라인 동력을 불어넣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기존 취재 인력과의 관계 등 이른바 ‘교통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상당수의 전통 언론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인력으로 인턴 기자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인턴과 객원기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 인력은 대개 비정규직 신분이다. 안정적 지위 보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취재 인력은 관리자로서 업무에 투입되는 형태다.

작년 모방송사 디지털부서의 한 프리랜서 작가가 조직 내 불합리함을 폭로한 사건은 지위상의 문제가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언론 스스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경우, 구글 뉴스랩과 메디아티, 서강대학교의 공동 참여로 이러한 문제의 사전 차단이 가능하긴 하다. 그럼에도 소통 문제는 여전하다. 펠로우십 장학생으로 구성된 신생 미디어팀과 언론과의 소통 문제는 함께 술을 여러번 마신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실제 작년 펠로우십에 참여한 모 언론사 소속 기자는 이날 소통 문제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노라 토로했다. 20대 층에 국한한 주제 역시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경제지나 전문지의 경우 전문 영역을 장학생들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아직은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동상이몽?

작년 <중앙일보>와 협업한 <젤리풀>은 청소년의 성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총 3개의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2백만 뷰를 기록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 <NIN>은 <한겨레21>과 협업했다. 이들은 야간 아르바이트와 청년 건강 문제를 다뤘다. 도덕적 접근보다 실재적 체감도와 관여도에 집중했다.

<오이지>는 <오마이뉴스>와 협업했다. 주체적 선택의 어려움을 주제로 삼아 취재물을 만들어냈다. 모바일에서도 무리 없이 구동되는 게임 뉴스를 시도했다. 수치적인 면에서 성과 자체는 타팀 보다 낮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타파>와 함께한 <시노>는 이십대의 자살 문제를 다뤘다. 자살문제의 심각성 보다는 우울증의 초기 증상을 조기 인식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강정수 대표는 창의적인 콘텐츠와 새로운 작업방식의 도입은 시도해볼만한 가치였노라 자평했다. 무스펙 전형도 신선하다. 현행 언론 채용 시스템은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언론고시’에 합격해야만 원하는 언론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인력을 위한 채용 공고는 <중앙일보>가 한차례 진행했을 뿐, 대다수 언론사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언론 채용 구조에서 참가자의 재능에 집중해, 팀을 이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시도 자체만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설명회를 통해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을 바라보는 언론사들의 엇갈린 시선은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협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도 확인됐다. 모주간지 소속 기자는 펠로우십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과연 런칭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했다.

어차피 콘텐츠에 기명이 붙지 않느냐는 것이다. 질문의 속뜻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매체를 전면에 드러내겠다는 것과 언론사라는 테두리 안에 새로운 콘텐츠를 묶어두겠다는 것.

지난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의 경우에는 펠로우십이 끝났음에도 휴학을 하고 해당 매체에 객원 기자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몰두했다. 타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넉넉지 않은 급여와 과중한 업무를 졸업까지 미루고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언론사 스펙 쌓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지난 펠로우십 장학생 중 상당수는 현재 메디아티에서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라고 이성규 메디아티 테크랩장은 귀띔했다.

펠로우십에 참여한 인재들은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는 것에 집중한 반면, 언론은 지나치게 잇속 챙기기에 몰두한 건 아닐까. 강 대표는 “경제성 테스트와 효율성과 효과에 대한 사전 테스트로써 언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이 언론사에 가져올 이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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