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수익 기대 아닌 장기적·근본적 투자 시행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기반으로 둔 한 게임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AR산업이 덩달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AR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AR의 시작은 어땠으며 현재 상황은 어떤지, 국내 기업들은 AR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최근 닌텐도의 ‘포켓몬 GO’라는 증강현실(AR) 게임이 엄청난 이슈가 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됨과 동시에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게임 업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AR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출시 예정이며 AR 스타트업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AR기술로 실제 공간에 가상의 가구를 배치하는 시스템이 상용화 돼가고 있다.

이처럼 대중과 기업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AR기술, 사실 이 기술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AR기술은 비행기 제조사 보잉의 연구원이었던 톰 코델이 1990년 처음 도입했다. 비행기 조립 과정에서 작업자들에게 각각 전선들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실제 전선들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얹어 보여준 것이 시초였다. 이후 AR기술은 군수 산업에서 전투기나 전차 조종사의 머리에 쓰는 형태와 장비로 발전과 확산을 거듭해 현재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에 이르게 됐다. 

AR산업은 더 이상 군수산업뿐만이 아닌 실생활에도 스며들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혼동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객체와 배경, 환경 모두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반해,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 배경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주체가 가상, 실상에 따라 VR과 AR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AR게임 포켓몬 GO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현실의 배경에 가상의 포켓몬 이미지가 겹쳐진 AR기술을 통해 실제 포켓몬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뛰어난 현실감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VR을 넘어설 AR, 이 시장을 잡아야 한다
전자·통신분야 시장조사기관 Digi-Capital는 전세계 가상·증강현실 시장규모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00억달러로 성장한 뒤 2020년까지 급성장해 15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AR산업의 증가추세다. 현재 AR산업보다 VR산업이 좀 더 앞서있는 상황이지만 2020년에 가까워질수록 AR산업의 비중이 매우 커진다. 이러한 흐름은 VR이 실현할 수 없는 한계점인 ‘현실에 반영’이 AR에선 가능하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도 “지금은 VR 시장규모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 AR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전체 시장규모 1500억달러의 80%인 1200억달러(약 140조원)의 매출이 AR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투자가치가 높은 AR산업에는 해외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하나둘씩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룽투코리아는 포켓몬 GO에 RPG 기능을 탑재한 AR 기반 모바일 RPG ‘포켓로이드’를 연말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발빠른 대안을 내놓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AR시장에서 고된 길을 걸어온 소규모·스타트업 기업부터 탄탄한 자본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포켓몬 GO의 뒤를 이을 게임을 준비하는 대기업까지, 국내 AR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앱)를 출시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AR 기업들은 지금..
단순히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시작한 AR 스타트업 기업 ‘언리얼파크’의 이상곤 대표는 올해 8월, 포켓몬 GO의 뒤를 추격할 국산 AR RPG ‘코드몽’의 2차 CBT를 실시했다. 코드몽은 전용 ‘마커’라는 카드를 카메라로 비추면 AR 화면에 몬스터가 소환돼 대전을 하거나 협동해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형식의 AR 모바일 게임이다.

이상곤 대표는 2015 2월, 동국대 멀티미디어공학과 동문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AR은 커녕 VR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투자 지원 없이 논문을 참고해 하나씩 실험해보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코드몽 사진 <출처: 언리얼파크 홈페이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했던 언리얼파크의 사업은 7개월 뒤인 작년 9월, 청년기업가대회에 출전했던 경력을 인연으로 한국-이스라엘 스타트업 육성 기관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이하 KSP)’에게 2000만원의 투자 지원금을 받았다. 공식적인 첫 투자금이 유치된 것이다.

이후 언리얼파크는 각종 창업 경진대회에서 특등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해 AR 스타트업 기업으로써의 입지를 굳혀나갔지만 척박한 대한민국 AR시장에서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대중들의 관심이었다.

기업들의 퇴짜를 맞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생소한 AR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소수였다. 그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AR/VR 게임전시회 ‘플레이엑스포(PlayX4)'에서 코드몽을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7월 코드몽의 첫 공식 CBT를 실시한 언리얼파크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포켓몬 GO 게임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다.

이에 대해 이상곤 대표는 “포켓몬 GO로 인해 AR게임이 주목받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AR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것이 기대치가 높은 대중들에게 혹시나 실망감을 안길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언리얼파크는 8월9일 코드몽의 2차 CBT를 진행 했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오픈베타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이상곤 대표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AR을 도입해 향후 국내 AR 기술을 이끄는 AR 전문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012년 설립된 서커스컴퍼니의 경우 AR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앱을 개발했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하나의 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하나의 앱을 깔아야하는 기존의 단일적인 앱과 달리, ‘서커스AR'이라는 통합 앱을 통해 교육/예술/문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행이 가능하다.

서커스AR 앱으로 실행한 지폐툰 사진 <출처: 서커스컴퍼니>

2012년 11월 서커스AR 앱을 출시한 후 선보인 ‘지폐툰’은 지폐에 카메라를 비추면 세종대왕 또는 율곡이이의 그림이 일어나 춤을 추거나 관상을 봐주는 컨텐츠다. 유명 웹툰 작가 ‘무적핑크’와 함께 지폐툰은 그 해 추석 연휴였던 11월2일 하루 1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13년에는 배우 장근석의 달력에 AR 기술을 접목해 선보였으며,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화가의 그림에 카메라를 비추면 화가가 직접 그림을 설명하는 컨텐츠를 개발해 문화/예술분야에서도 그 활용성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관광지 안내 책자의 언어 번역을 해주는 AR 기술을 각 관광지에 도입하고 있어 해외 관광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책자 자체의 인쇄비용 감축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미래의 우리 삶에 스며들 AR, 장기적 발전 도모해야..
이제 전세계 가상·증강현실 시장은 2020년 기준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 그중에서도 AR은 1200억달러의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미래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해외에서 포켓몬 GO의 흐름을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이때, 국내에서도 AR 스타트업 기업의 양산, 대기업의 AR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모습으로 AR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AR 사물인식 기술이 빅데이터와 융·복합돼 즉시 연결(Connectin)이 가능해져 기존의 ‘검색’ 개념이 사라질 것이며, 나아가 사물인식 뿐만 아니라 신호인식 등 우리 삶의 깊은 곳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AR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투자와 개발이 아닌, 이슈가 되는 부분에서만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단기적인 투자만을 지속한다면 산업의 미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R 산업이 국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적·제도적 개선 또한 필수적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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