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시장 최신 이슈 및 해결 과제 Unbelievable but True: 슈퍼컴퓨팅 육성, '식량안보'만큼 중요해
얼마 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슈퍼컴퓨터가 처음으로 세계 500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물론 그전에 국내 슈퍼 컴퓨터들,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 해온 및 해담 시스템이 각각 31위와 32위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초병렬 타키온-II 시스템이 37위에 등재되어 순위에 있었지만 언론은 '순수 국내 기술'의 집약인 천둥을 주목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따도 아쉬운 소리를 먼저 하는 우리가 '500위'권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그만큼 미래 산업의 중요한 먹거리라는 소리다.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작년 말 '2017년 까지 슈퍼컴퓨팅 7대 강국으로 진입'을 표방했을까. 

<황은정 기자>
   슈퍼 컴퓨터는 주로 과학기술연산/계산과학에 사용되는 연산 속도에 있어서 '당대에' 처리능력이 뛰어난 초고성능 컴퓨터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주요 산업과 첨단 과학 분야에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 할 때 시뮬레이션을 해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 활용영역이 우주왕복선 개발이나 항암치료법 연구, 분자동역학 시스템 개발 등의 과학기술에서부터 최근에는 3D 영화의 렌더링 작업에까지 활용되면서 콘텐츠 개발에 슈퍼컴퓨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적인 슈퍼컴퓨터에 대한 활용 시장과 역할을 뛰어 넘는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산업이다. 
 또한 최근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잦아들면서 기온, 습도, 기압, 풍향, 풍속 등에 관한 다량의 데이터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있다면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0분 뒤에 해변에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일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는 바람에 10시간 뒤에 발표해야 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야는 날씨 예보다. 지난해 14일 세계슈퍼컴퓨팅콘퍼런스(ISC)가 발표한 국가별 슈퍼컴퓨터 순위 'Top500' 에서 1위를 차지한 일본 K컴퓨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도 기상 예측을 통한 재난 방지다. 지난 3월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 같은 재난의 경우 발생 15분 안에 쓰나미의 이동경로를 예측할 수 있고 그만큼 대피 명령을 빨리 내릴 수 있다. 
 작년 12월 21일,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활용 및 육성에 대한 법률'에 따라 KISTI 슈퍼 컴퓨팅 센터가 국가 센터로 지정되었고, 올해 슈퍼컴퓨팅센터를 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슈퍼컴퓨팅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 대한 의견은 다소 분분하다. '드디어' 본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의견도, 전시적 행정으로 진정성이 의심된다거나 '육성'이 먼저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는 주장들도 정부의 발표 이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처럼 슈퍼컴퓨터 연구에 대한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왔으며 중국 역시 최근에 초고성능 컴퓨팅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2001-2012 중국의 슈퍼컴퓨터 순위(가장 높은 순위 기준) 출처: Top500.org 11월 발표 재구성

 위키백과의 정보를 따르면,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매 4년마다 평균 10배 이상의 속도로 업그레이드 된다고 한다. 이것은 무어의 법칙보다도 빠른 속도이며 또한 매년 두 차례 발표되는 TOP500 목록도 평균적으로 200여대가 교체된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타이탄'이 1위로 지목되었다. 


  잠시 이번 Top500에 대해 소개하자면 상위 500위 중 프로세서로는 인텔이 76%, AMD 12%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총 62개가 가속/코프로세서 기술이 사용 되었다. 이전 6월 발표에서 58개가 사용된 것에 비해 기술 적용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6월 발표에서 최하위의 슈퍼컴퓨터가 60.8 테라플롭의 성능을 보였지만 11월 발표에서는 76.5 테라플롭으로 성능이 향상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결론이다. 


그림 2. 인텔 제온-파이™ 코프로세서



 
그림 3. 가속/코프로세서 시스템 점유율(Top500, 2012-11월 발표 기준) 

그림 4. 엔비디아 테슬라로 가동되는 세계 최고속 오픈 사이언스 슈퍼컴퓨터 타이탄

 자, 이제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표1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슈퍼컴퓨터의 국내 시장이 작아 경제성이 뒤쳐진다는 이유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가장 통신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있고 스마트폰 셀러 세계 1위를 보유한 IT 강국인 한국은 빠르게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몇몇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이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할 수 없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문명'다움을 흉내 내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했어야 했다는 자기 위안도 '어느 정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위안이 길었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유가 있었던 것인지 투자 인심이 야박했다.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R&D 예산 증가 비중은 2002년 기준으로 본다면 약 2.5배 상승했지만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기는 2009년이었다. 전세계 500대의 슈퍼컴퓨터 목록 그 어디에서도 우리나라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 이런 것까지 피곤하게 10위안에 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국가적 전략 설립 및 이행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쉽게 예를 들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생각해 보면 된다. 온 국민이 얼마나 염원하고 관심을 보였던 이슈인가. 과학기술에 당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연일 뉴스를 클릭하고 환호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미 1957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발사했고 우리나라는 11번째인 것이다. 57년대에 이미 나온 전자제품을 2013년도에 스스로 만들어보겠다고 한다면? 글쎄 아마 '신기한 녀석'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우주 산업 역시 슈퍼 컴퓨터와 흡사한 성향을 가진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이전을 철저히 방어하는 산업군이다. 연구비용보다 사서 쓰는 것이 가격대비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 쌀과 밀가루 등도 그냥 수입해오고 논과 밭은 밀어버리겠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외교나 안보문제로 판매를 거절당하게 된다면?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니다.슈퍼컴퓨터는 항공기와 자동차 설계, 유전자 분석, 기상관측, 시뮬레이션 등의 대용량 고속 계산이 요구되는 분야에 사용된다. 이번 나로호 역시 발사를 성공시키고자 국내 엔지니어들은 슈퍼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결과값을 유출해냈다. 우리의 슈퍼컴퓨터가 남들보다 2배 빠르다면 연구 개발 기간 역시 그만큼 빨라지는 것이다. 남들이 100일 걸릴 때 우리는 50일 만에 작업을 수행해, 앞설 수 있는 훌륭한 이용 가치가 있는 분야이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서둘러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이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슈퍼컴퓨팅 활용을 위해,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 육성법으로 불리는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말에 발효되었다. 지난 2009년 9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국가슈퍼컴퓨팅 육성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한 지 2년 만이다. 그렇게 시작되어 지난해 국내 슈퍼컴퓨터 '천둥'이 278위에 올랐다. 특히 '천둥'은 기상청이나 KISTI의 슈퍼컴퓨터가 크레이나 오라클(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해외업체들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에 비해,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그림 5. 서울대학교 매니코어 프로그래밍 센터의 '천둥' <출처: www.aces.snu.ac.kr>

 초당 106.8조 번의 수 연산을 수행하며 106.8 테라플롭스(TFLOPS)의 계산속도로 가정에 있는 일반 개인용 컴퓨터(PC)보다 약 1000배 정도 연산속도가 빠른 천둥은 국내 고성능 컴퓨팅 전문 기업 매니코어소프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천둥이 빠른 연산속도를 가지게 된 핵심 기술은 'GPGPU (General Purpose computing on GPU)' 기술로, 컴퓨터의 화면이나 영상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를 연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노드에 AMD GPU 4개를 장착하고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한 개의 노드에서 많은 양을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개발을 주도한 이재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언론을 통해 천둥이 3년내 향후 20위까지 진입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인 소식들에도 걱정이 남는다. 278위라는 순위 때문이 아니다. TOP500에서 상위권을 지속한다는 것은 국가의 과학기술 산업 지능 정책하에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칫 '부실공사'로 '성과'만 이뤄내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분야의 특징상 오랜 기간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다림을 요구하지만 큰 줄기처럼 거세고 탄탄하게 정책이 이어져 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발을 들이기에는 분명 망설임이 들 것이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사항은 국내 슈퍼 컴퓨팅 산업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번 발표로 인해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대거 국내로 유입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명확한' 정책 운영 기준과 방향성 없이는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의 주장처럼 슈퍼컴퓨팅 육성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슈퍼컴퓨팅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주요 산업 전반의 신제품, 신기술 개발 방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변경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에 가까운데, 현재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환경이 100% 외국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컴퓨터를 보급한다는 것은 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의 환경을 확장시키고 국내 주요 산업의 개발환경을 종속 시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미래 창조'를 위해 슈퍼컴퓨팅은 더 이상 특수한 분야가 아닌 '기반 산업'으로서의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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