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유비쿼터스 기술

정보혁명기에 출현한 가상현실 기술이 물리적인 현실을 전자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유비쿼터스(ubiquitous) 혁명은 실생활 공간과 전자공간을 연결하여 하나로 통합된 시너지를 추구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1996년 마크 와이져(Mark Weiser)는 그의 논문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에서 많은 사람이 하나의 대형 컴퓨터를 공유하던 시대에서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를 거쳐, 환경 속에 편재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언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개인들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 PDA, MP3, PMP 그리고 휴대전화와 같은 고성능 CPU를 가진 컴퓨터를 하나 이상 보유하게 되었고 RFID나 스마트 카드 등과 같이 부분적인 컴퓨팅 능력을 가진 디바이스를 여러 개 몸에 지니고 다님으로써 이 예언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유비쿼터스 혁명은 디바이스의 개발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 현재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u-토피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환경, 이 3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이 되어야 한다. 휴대전화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단말기 제조 기술만 아니라 전국에 적절하게 구성된 셀과 중계기가 필요하고 휴대전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문화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최종 목표가, 산업영역 간 또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의 풍요로운 생활과 행복의 추구라고 가정한다면 인간적인 요소와 문화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최근 각종 소비재 및 서비스 브랜드에도 ‘u’가 붙을 만큼 유비쿼터스 열풍이 한국 사회 전반을 강타하면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대부분 산업체의 연구, 개발은 디지털 디바이스와 같은 사물 중심이고, 정부의 투자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같은 환경에 치우쳐 있다. 이제는 인간 중심의 유비쿼터스 기술이 필요하다.인간중심의 유비쿼터스 기술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주요 공간을 크게 나누어 보면 가정, 직장, 이동 수단이 있다. 만약 완벽한 유비쿼터스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디바이스나 단말기가 필요하게 되고, 다음으로는 정보의 유통과정에서 다양한 디바이스와 외부 환경을 연결시켜주는 허브(hub)와 게이트웨이(gateway)가 필요하게 된다. 가정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홈서버가 역할을 해 줄 것이고 직장에서는 전용 서비스 시스템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국가 기간망 또는 거대 통신 사업자의 하부 시스템으로 작동이 될 것이며 유무선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중 정보와 서비스의 게이트웨이는 무엇이 될 것인가?현재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야만 하지만 미래에는 대부분의 서비스나 업무가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에서 해결될 것이며 인간의 개입이 반드시 요구되는 경우 컴퓨터가 인간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이것이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의 출현미디어학자인 Marshall McLuhan은 1960년대 중반 그의 저서 ‘War and Peace in the Global Village’에서 ‘앞으로 컴퓨터는 의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전자미디어를 이용한 하나의 동적인 상태, 즉, ‘확장된 신경조직 속에 자신을 포함시킴으로써 전자적으로 매개된 장소의 출현’을 예언한 바 있다. 이것은 현재 유비쿼터스 사회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역사는 인간의 사회환경에 의한 새로운 요구의 발생과 무관치 않다. 농경생활의 시작은 기존의 유목생활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자급자족의 시대를 지나 물물교환과 화폐를 이용한 상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인 ‘주판’을 발명하게 되었다.또 다른 대표적인 휴대장치는 회중시계였다. 산업혁명 이후, 해가 뜨면 농사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쉬는 자연 순응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다수의 사람이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분업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 산업사회의 분업과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출현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하여 발명된 것이 회중시계였다. 이 회중시계는 여러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에도, 휴대형 미디어와 미이즘(meism)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소니(Sony) 사의 워크맨(Walkman)이 출현하여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매료 시켰다. 이러한 개인 미디어는 현재, 새로운 미디어 기술인 MP3와 휴대전화가 융합하여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절대적인 가치에 변화가 일게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유비쿼터스를 표현하는 단어인 시공융합(時空融合)이 의미하듯이, 융합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개인과 정보가 중요시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후반 디지털 컴퓨터, 특히 개인용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가속화되었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의 출현으로 볼 수 있다. 이중 1980년대 초에 선보인 랩탑(laptop) 컴퓨터는 컴퓨팅 파워의 이동성을 부여하였다. 최근 반도체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데스크톱 컴퓨터 기능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출현(Xybernaut 사의 MAV)하게 되었다.웨어러블 컴퓨터와 스마트웨어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스티브만(Steve Mann) 교수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사용자의 사적인 공간(personal space)에 포함되어 있고 사용자에 의해 조정되는 컴퓨터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언제나 기능적으로 사용 가능한 상태이어야 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테드 스터너(Thad Starner) 교수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포켓이나 의복에 장착된 컴퓨팅 기능을 가진 디바이스로 보았다. 센서나 액추에이터가 신체에 분산되어 분포하며 서로 무선으로 연결된 주변장치를 포함하며 하루 종일 동작 가능해야 한다고 하였다.이러한 웨어러블 컴퓨터의 정의는 공학적이며 기술중심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과거 인공지능 연구과정에서 행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1960년대, 디지털 컴퓨터의 발전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공지능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게 되었다. 당시 공상소설과 만화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공포를 심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두뇌를 대치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구현되지 않았고, 인공지능 기술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으로 축소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상품화는 4비트 또는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한 인공지능 세탁기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으로 구현되었다. 현재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사회 또는 개인이 절실히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먼저 접근하는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최근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기능적으로는 유사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섬유와 패션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웨어(smart wear) 기술이 그것이다. 필자는 스마트웨어를 ‘특수기능성 소재와 전자기술이 결합된 환경 적응 및 기능강화 의류’라고 정의 하였다. 인피니언(Infineon) 사의 기술지원으로 로즈너(Rosner) 사가 출시한 mp3nlue라는 의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복잡한 컴퓨팅 기능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둔 기능강화 의류이다. 또 다른 예는 루미넥스(Luminex) 사의 광섬유를 이용한 발광의류이다.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패션과 심미성을 강조한 의류이다.이 두 가지 사례 모두 섬유기술과 전자기술의 결합이며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스마트웨어가 통신기능과 컴퓨팅 기능을 보강하게 된다면 실현 가능하고 상품성이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임베디드 시스템과 웨어러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와 스마트웨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구분이 필요가 없는 개념이다.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 하게 된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집중을 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섬유기술이나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에 관한 기술은 논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섬유와 디지털 디바이스가 어떻게 결합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질적인 결합을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이 요구될 것인가에 중점을 맞추고자 한다.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센서기술이 요구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 또는 인간의 감성에 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체신호를 정확하게 계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의복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센서와 아날로그 회로 그리고 임베디드 시스템이 결합된 SoC 기술이 필요하다. 유연한 섬유조직과 딱딱한 디바이스를 이질감 없이 연결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기술과 실장의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ZM)에서는 FPCB를 이용하여 전자 모듈을 의복에 임베딩 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전자기술과 섬유기술의 결합을 가속화시켜 웨어러블 컴퓨팅의 사용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분산된 시스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서로의 통신을 위한 표준화된 임베디드 OS의 필요성이다. 미래의 신체환경은 인간의 신경계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분산된 디지털 컨버전스 네트워크가 인간의 생활을 돕게 될 것이다. 이러한 BAN(Body Area Network)을 지원 할 수 있는 표준 OS의 개발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인간 중심 서비스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의 속도도 촉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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