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 튜링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언어 모델은 같은 질문에도 열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는데 글쓰기에서는 이를 창의성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똑같은 문제에 항상 같은 답을 내야 하죠. 범용 언어 모델이 가진 창의성이 수학에서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추론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개발사 튜링의 최민규 대표는 지난 15일 테크월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학은 정해진 논리력을 빠르게 추론하는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답변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과 일관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튜링은 이런 관점에서 논리·추론·수학 특화 AI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확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민규 튜링 대표. [사진=튜링]
최민규 튜링 대표. [사진=튜링]

수학 교육 AI 넘어 이공계 특화 AI까지…정밀 추론 AI로 확장

2018년 설립된 튜링은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여러 기술이 주목받던 시기에 출발했다. 최 대표는 “언어는 누구나 일정 수준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수학은 잘하는 사람이 드물어 희소성이 높다”며 “사람이 어렵게 해내는 고난도 작업일수록 시간당 부가가치가 크고 이를 AI가 대신할 때 산업적 파급력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자기주도형 AI 수학학습 플랫폼 ‘수학대왕’이다. 학생이 푼 과정을 기록하고 취약 단계마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정답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의 약점을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누적 가입자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수학대왕을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는 교육 서비스를 넘어 AI 자체의 정밀도를 높이는 자산이 됐다. 튜링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이공계 특화 AI 에이전트 ‘GPAI’를 지난 8월 선보였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자라면 누구나 시험 직전 A4 반 장에 수백 개의 공식을 빼곡히 적는 ‘치트시트’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 이는 시험에 중요한 도구지만 작성에는 몇 시간씩 걸린다.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겪는 이 불편을 줄이는 것이 GPAI의 출발점 중 하나였다.

구체적으로 GPAI는 대규모 학습 데이터로 훈련된 튜링AI와 수학·과학 특화 추론 모델을 결합해 초·중등(K-12) 과정부터 대학 수준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맞춤형 풀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GPAI는 범용 챗봇처럼 다양한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반드시 정답을 요구하는 영역에 집중한다”며 “문제 풀이, 도표 작성, 치트시트 제작처럼 학생들이 실무적으로 쓰는 과제에서 오차 없는 결과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튜링은 GPAI의 첫 해외 시장으로 인도를 선택했다. 통상 기업이 국내 입지를 다진 뒤 해외 진출을 모색하지만 튜링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이는 영어권 시장의 규모와 인도의 젊은 인구 구조, 높은 교육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튜링은 ‘인도의 MIT’로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IT)과 협업 중이다.

최 대표는 “한국어 사용자는 50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영어는 원어민만 5억 명이고 비원어민까지 합치면 훨씬 크다”며 “내수에 갇혀서는 큰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GPAI는 수학대왕 대비 약 10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튜링은 자사 서비스에서 2027년까지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 명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사진=튜링]
튜링은 자사 서비스에서 2027년까지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 명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사진=튜링]

“AI는 교사 대체 아닌 조교…2027년 1000만 이용자 목표”

최 대표는 AI로 인해 교사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교사 대 학생 비율’을 언급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는 한 반에 70명이었고 제 세대는 30명이었다. 같은 공간과 선생님이라도 학생 수가 줄면 교육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핀란드가 교육 강국으로 꼽히는 것도 교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적인 형태는 1대1 수업이지만 전 세계 모든 학생에게 그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대표는 이 지점을 AI가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하면 학생은 보다 개인화된 교육을 받고 교사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줄여 본질적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AI를 교사 대체 기술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교사에게는 든든한 조교가 되고 학생에게는 좋은 선생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교실이 과거처럼 일률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더 세밀하게 관리받는 환경을 AI가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튜링은 2027년까지 자사 서비스에서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최 대표는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지만 패배 의식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산업은 폭발적으로 커질 시장이고 1~2개 분야만이라도 한국이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의미가 크다”며 “과거에도 한국은 철강, 반도체처럼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역할을 해왔다. AI 시대에도 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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