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제어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Grid-ESS(전력망 연계형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함으로써,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ESS 시스템의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성은 한국전력연구원(KEPRI) 선임연구원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규모 ESS 시스템 개발·운영 과정에서의 주요 어려움과 매트랩(MATLAB)을 활용한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이성은 한국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한국전력연구원]
이성은 한국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한국전력연구원]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KEPRI, ESS 운영 기술 고도화
이 연구원에 따르면 KEPRI는 ESS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시스템 운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Grid-ESS 운영 알고리즘 및 배터리 열화 관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단순히 ESS를 가동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요구조건을 반영하고 실제 운영 환경에서 배터리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 Grid-ESS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다만 ESS 보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운영 기술의 성숙도가 부족했고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이라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배경 속에서 기존 ESS 운영을 잠시 멈추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1GW급 계통 안정화용 ESS 추가 사업을 계획하며 그 핵심으로 Grid-ESS 운영 알고리즘 및 배터리 열화 관리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전력연구원]
[사진=한국전력연구원]

개발·배포 효율화 과제…매트랩이 해법으로 작용
개발 과정에서 이 연구원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활용성’과 ‘신뢰성’이었다. 다만 실제 구현 단계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잡한 시스템을 제한된 인력과 시간 내에 완성도 있게 구현하고 최종 시스템에 통합해야 된다는 점이 큰 난관이었다. 특히 현장 적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수정사항들이 빈번하게 발생돼 불필요한 시간과 리소스 소모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활용된 것이 매스웍스의 매트랩이었다. 매트랩은 모델 기반 설계 도구로, 알고리즘을 시각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기능이 강점이다. 실제로 각기 다른 협력사의 제어기(PLC) 환경에 동일한 알고리즘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했던 과거 환경에서, 매트랩의 코드 생성 및 검증 기능은 소프트웨어 구조와 성능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 연구원은 “매트랩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복잡한 알고리즘의 구현,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 실제 시스템으로의 배포에 대한 성공 사례와 강력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었다”며 “이런 기능을 바탕으로 협력사와 개발부터 검증, 배포까지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는 시스템의 안정적인 현장 적용에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매트랩 도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Grid-ESS 제어 알고리즘의 경우 제어 명령을 처리하는 주기 속도가 기존 20ms에서 2ms로 단축됐으며 목표 출력 시간도 200ms에서 100ms로 줄었다. 배터리의 충전 상태(SOC) 및 수명 상태(SOH) 진단 정확도도 향상돼 특정 제조사의 시스템에서 발생한 측정값 오류를 정확히 검출한 사례도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계통 안정화용 ESS에 적용된 제어 알고리즘과 배터리 진단 알고리즘은 매트랩 기반의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됐다”며 “지속적인 기능 개선과 성능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델 기반 개발 중요성 강조
향후 KEPRI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배터리 온도 예측 기술 개발도 목표하고 있다. 센서가 없는 배터리 내부의 온도를 AI로 정밀 추정함으로써, ESS의 운영 안정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설치·운영·유지보수·폐기 등 ESS 전 생애주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대규모 ESS 운영을 통해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 AI 기술의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라며 “ESS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지금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와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서비스 기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연구원은 “복잡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한된 시간과 예산, 인력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개발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트랩은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검증된 수많은 레퍼런스와 기술 지원은 개발 초기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연구팀이 핵심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유사 시스템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면 매트랩과 같은 모델 기반 개발 도구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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