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배정현 틱톡 아시아 음악사업개발 총괄 인터뷰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공시한 1분기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 회의)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틱톡이 유튜브의 위협적인 경쟁자가 됐다”고 지적하자 구글 경영진은 말을 아꼈다. 같은 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틱톡이 영상 시장을 장악하며 유튜브 광고 매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앱 데이터 회사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앱 다운로드 수(1억 7500만건) 1위에 오르며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크게 앞섰다. 

이처럼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틱톡이 음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3일 틱톡의 배정현 아시아 음악사업개발 총괄을 인터뷰했다. 배 총괄은 이전에 CJ엔터테인먼트에서 해외 콘텐츠 라이센싱과 투자를 담당했었다. 이후 LG전자 스마트TV 콘텐츠 사업 유럽 담당을 지내며 사업 개발과 기술협력을 책임졌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틱톡에서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안무 영상의 주인공은 가수 제시”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첫 선을 보인 제시의 신곡 ‘줌(ZOOM)’은 발매한지 20일만인 지난 2일 관련 해시태그(#zoomchallenge)가 달린 게시물들의 누적 조회수가 34억건을 넘어섰다. 공식 음원 사용량은 82만회, 틱톡에 게시된 관련 영상은 80만개가 넘는다. 그러면서 지난달 17~23일 78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틱톡에서 새롭게 제시를 팔로우했다. 이는 국내 가수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상승세다. 

배정현 틱톡 아시아 음악사업개발 총괄.
배정현 틱톡 아시아 음악사업개발 총괄.

“틱톡 챌린지 영상 공유, 음원 바이럴 효과 이끌어”

이처럼 제시가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제시가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 ‘줌 인 줌 아웃’, ‘낚시 춤’, ‘셀카 포즈’ 등 다양한 안무를 활용한 챌린지 영상들은 물론 국내외 사용자들이 각자 스타일대로 창의적으로 완성한 챌린지 영상들이 공유되며 음원의 바이럴 효과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향력에 음원업계도 차트 순위에 틱톡 데이터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틱톡 플랫폼 내 음원 소비가 외부 음악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며 주요 차트에 반영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 사례는 음악 스타트업(신생 기업) 스페이스오디티가 운영하는 ‘케이팝 레이더’가 지난달 11일부터 틱톡 차트 2종을 웹사이트에 추가한 것을 들 수 있다. 케이팝 레이더의 ‘틱톡 계정 팔로워 차트(TikTok Followers)’에선 틱톡 팔로워 수 변화량을 기준으로 아티스트 순위를 볼 수 있다. ‘틱톡 영상 생성 차트(TikTok Creations)’에선 틱톡에서 생성된 영상에 활용한 음원의 인기 추이를 일간∙주간∙월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멜론, 지난달 틱톡 주간 차트 30 신설…외부 파트너 최초”

특히 멜론은 지난달 8일 외부 파트너 최초로 ‘한눈에 보는 트렌드’ 탭에 ‘틱톡 주간 차트 30’을 신설했다. 그는 “음악 흥행의 ‘결과적 수치’를 보여주는 기존 멜론 차트와 달리, 틱톡의 트렌딩 음악 순위는 음악이 떠오르는 ‘과정에서의 트렌드’와 사람들이 음악을 갖고 ‘노는’ 방법,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콘텐츠와 영상을 ‘재생산’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협업 사례”라며 “‘틱톡 주간 차트 30’에서는 틱톡 영상 생성 순위권에 오른 음원을 활용해 만든 아티스트∙틱톡 크리에이터의 영상이 노출돼 영상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틱톡의 팬덤층이 재해석한 챌린지 영상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는 “그룹 트레저의 미니앨범 1집 수록곡 ‘다라리’ 리믹스 버전 음원에 맞춰 해외 틱톡 크리에이터가 창작한 안무가 바이럴되며 ‘#dararichallenge’ 챌린지까지 생겼다”며 “그 후에 아이키 같은 인기 아티스트들이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됐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에 지난 2월 공개된 다라리의 2일 기준 해시태그 조회수는 9억 9000만회, 공식 음원 사용량은 82만회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틱톡이 기존 소셜미디어인 메타(페이스북)와 유튜브의 사용자를 빼앗으며 가요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분석한다. 

”틱톡, 타사와 달리 짧은 영상이 업의 본질” 

이 같은 틱톡의 성장세에 최근 메타(페이스북)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은 틱톡의 주력 콘텐츠인’숏폼(1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에 대한 서비스 전쟁을 본격화했다. 이들이 숏폼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이유는 해당 콘텐츠가 기업의 수익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틱톡이 향후 자사보다 규모가 큰 이들 기업과의 숏폼 전쟁에서 밀리는 것은 아닐까? 그는 “틱톡은 다른 플랫폼보다 이용자의 소비와 창작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다”며 “틱톡의 ‘추천피드(For You Feed)에 들어가기만 하면 다른 플랫폼과 달리 특정 사용자를 팔로우하지 않아도 개인 관심사에 기반한 숏폼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의 사용자가 내일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게 무료로 음원과 스티커, 사용하기 쉬운 영상 편집 도구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틱톡의 숏폼 콘텐츠는 타사와 달리 플랫폼의 본질 그 자체”라며 “지난 수년간 숏폼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며 축적한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향후에도 틱톡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업계에선 틱톡을 가수의 음원을 홍보하는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틱톡, 댄스 챌린지 어려운 가수도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 정기 기획”

다만 일각에선 틱톡을 이용하지 않는 발라드 가수 등이 음원 사이트나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채점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틱톡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실제로 올해 4월 인디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인 ‘르네송스’를 선보여 매월 테마에 맞는 국내 인디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틱톡은 K팝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틱톡을 통해 공연하고, 틱톡 계정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라며 “2020년 8월에 출시한 ‘틱톡 뮤직 나이트’도 국내외 인디 가수와 솔로 가수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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