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비 늘며 온라인 쇼핑 활기…기업들 이미 ‘뉴 노멀’ 대비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감염에 대한 우려 속에 전자상거래가 주요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면서다. 초기단계 투자사로 유명한 골든게이트벤처스의 운용역 비니 라우리아가 지난해 8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코로나가 오프라인 쇼핑에서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을 최소 5년 이상 가속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향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는 올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이 전체 소매 판매의 20.4%인 5조 4240억 달러(약 64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추정치인 4조 8910억 달러(약 5835조 원)보다 10.9%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0년엔 전년 대비 27.6% 증가한 4조 2800억 달러(약 5108조 원)로 전체 소매 판매의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6000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이마케터
올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6000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이마케터

이마케터는 코로나19로 매장 영업이 제한되거나 매출이 감소한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판로를 모색하며 해당 시장에 새로운 수요와 공급이 창출됐다고 분석했다. 매장 방문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시장 규모가 커진 요인이다.

온라인 강자 아마존, 월마트 누르고 세계 유통 시장 선두로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는 이유는 신선식품과 같이 과거 오프라인 판매가 주를 이뤘던 품목이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또 전자상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에 나서며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됐다. 

온라인 쇼핑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난 배경은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이동통신산업 분야 표준을 결정하는 UN 산하기관인 국제이동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가 49억 명으로 2019년(41억 명)보다 19.5%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전자지갑과 같은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시스템 발달도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시스템으로 고도화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기존 오프라인 강호를 제쳤다. 

지난해 8월 미국 금융 정보 업체 팩트셋은 아마존이 대형 유통 기업인 미국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대 유통 회사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같은 해 6월까지 1년 동안 아마존에 지불한 금액(6100억 달러)이 월마트(566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하면 세계 유통 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확대는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시켰다. 1월 23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화물 겸용선을 활용한 국내 전자상거래 물동량은 1만 1955톤으로 전년(5966톤)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PA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물류난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확대는 다른 분야의 제품 수요도 증가시켰다. 1월 2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위드 코로나 시대, 미국 30대 유망품목·서비스’ 중 하나로 종이박스를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증하며 배송용 포장재의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 12일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020년 11월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2045억 달러(244조 원)를 지출하며 다른 분야의 제품 수요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액은 집계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메타버스(가상+현실 세계)에서 대인관계를 맺고 가상물건을 사들이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1월 18일 영국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2022년 10대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서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함에 따라 전자상거래와 가상물건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일찍부터 온라인 시장이 발달한 한국 시장의 사업자들에게 유리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기업은 이미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유통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놓고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어서다. 

기업용 구매 서비스·컨설팅 기업인 KT커머스가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블록랩스와 손잡고 메타버스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KT
기업용 구매 서비스·컨설팅 기업인 KT커머스가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블록랩스와 손잡고 메타버스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KT

전자상거래업체 협력∙인수로 시장 입지 강화하는 기업들  

지난해 12월 기업용 구매 서비스·컨설팅 기업인 KT커머스는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솔루션 업체인 블록랩스와 메타버스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사는 관련 정보와 기술을 교류할 계획이다. KT는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 물류 기업인 롤랩을 세우고 2020년 6월 IT 기반 종합 물류 브랜드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최근 전자상거래 회사와 물류 협력을 강화 중이다.

IPA는 1월 10일부터 송도국제도시 이커머스 클러스터에 입주할 기업을 모집 중이다. 앞서 2020년 8월 정부가 인천항 전자상거래 특화 항만 육성 계획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구리시에서도 이커머스 클러스터가 추진되고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해당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코리아센터는 가격 비교로 유명한 국내 1세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다나와를 인수하기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11월 26일 코리아센터는 다나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이날 종가 기준 지분 가치보다 2배가량 높은 3979억 원에 책정됐다.

앞서 11월 26일 코리아센터는 다나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자료=전자공시
앞서 11월 26일 코리아센터는 다나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자료=전자공시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격비교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인 양사는 많은 판매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해당 데이터를 연계해 비식별화하고 가공한 2차 데이터를 3자에게 판매하거나 광고 솔루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기업들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 최대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는 1월 18일 보도자료를 내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닷컴(京東·JD닷컴)과 제휴를 맺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쇼피파이 가맹점이 현지 소비자에게 물건을 더 쉽게 팔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자동차사가 신생기업과 손 잡은 이유는

1월 17일 CNBC에 따르면 미국 양대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포드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간편결제 소프트웨어 신생 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e)와 손을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핀테크(금융+기술) 유니콘이기도 한 스트라이프는 지난 2010년에 설립된 온라인 결제 기업으로, 지난해 4월 기업가치를 950억 달러(약 113조 원)로 평가받았다.

일본 최대 편의점 기업인 세븐일레븐은 코로나19로 관련 사업이 불황을 겪자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CNN은 세븐일레븐이 최근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오마트’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8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세븐앤아이 홀딩스는 현재 시범 도입 중인 배달 서비스 사업을 확장해 오는 2026년 일본 내 2만 1000여개 편의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가속화된 전자상거래 기업의 배송 경쟁은 재고 시장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은 신속한 배송을 위해 직접 물건을 사들여 물류센터에 보관하는데 물품을 제때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재고로 남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가 반품한 물건을 판매하는 리퍼브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내 관련 전문점 ‘올랜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품된 물건을 정상 가격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할인해 팔고 있다. 침대와 소파∙리클라이너∙세탁기∙냉장고∙TV∙청소기∙커피머신∙핸드블랜더까지 있다. 올랜드는 현재 쿠팡 등 전자상거래 쇼핑몰에서 반품된 히터, 행거, 전자레인지와 같은 제품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국내 리퍼브 제품이 오프라인을 합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체 소매 판매에서 기록하고 있는 비율과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1월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리퍼브 가구를 구매·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8%는 리퍼브 가구 구매 시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9.2%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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