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조명의 기자]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 활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물이 수산화칼슘(Ca(OH)2)의 층간으로 들어가 탄산화 반응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함에 따라 수산화칼슘을 활용한 이산화탄소(CO2)의 저감, 전환, 산업적 응용기술 개발에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서울서부센터 한옥희 박사 연구팀이 물이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반응 초기에 층상구조 안으로 삽입돼 탄산화 반응을 빠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삽입된 물의 양 측정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KIGAM) 이승우 박사 연구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김용일 박사 연구팀, 울산과학기술원(이하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상규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이산화탄소 검출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화칼슘은 탄산화 반응을 이용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이나 탄산수소칼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장치에 활용한다. 시멘트가 물과 섞였을 때 시멘트에 포함된 산화칼슘이 물에 녹은 대기 중의 CO2와 반응해 단단해지는 원리가 탄산화 반응의 대표적인 예다. 물과 섞여 빠르게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널리 알려졌으나, 반응과정에서 물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하거나, 들어간 물의 양을 정량화한 사례는 그동안 전무했다.
통상 물이 수산화칼슘의 표면에 흡착해 탄산화 반응을 돕는다고 여겨졌으나, 본 연구에서 탄산화 반응 초기에 층상구조인 수산화칼슘의 층간간격이 늘어난다는 것을 XRD 분석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고체 NMR 분석을 통해 탄산화 반응 초기에 수산화칼슘의 층간으로 물 분자가 들어감을 밝히고, 들어간 물의 양을 측정했다. 물과 섞인 수산화칼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물이 4.8ppm에서 수소 핵종신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수산화칼슘 내부로 들어간 물 분자는 약 1ppm에서 신호가 관찰됐다.
이렇게 구분되는 신호 면적 크기를 활용해 수산화칼슘 층간으로 들어간 물을 정량할 수 있었다. 더불어 특정한 조건에서 다양한 물질의 화학적 특성에 따른 반응속도를 고려하는 이론적 계산을 통해 수산화칼슘의 층간으로 먼저 물이 들어갔을 때 탄산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결과는 원자 수준에서 물이 삽입된 수산화칼슘의 구조와 탄산화 반응과의 연관성을 실증한 세계 최초 사례이다. 향후 수산화칼슘을 공장 배기가스와 대기중 CO2를 저감할 수 있는 포집제로 활용함은 물론, 시멘트의 경도 조절, 고순도의 수산화칼슘을 탄산화시켜 페인트, 치약의 기능을 강화하는 충진제의 특성향상 등 다양한 연구·산업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KBSI 한옥희 박사 연구팀은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초기 반응과정 검증, 삽입된 물의 양 측정을 담당했고, KIGAM 이승우 박사 연구팀은 본 연구의 초기 아이디어를 확보해 각 실험에 필요한 시료준비·연구총괄을 맡았으며, KRISS 김용일 박사 연구팀은 XRD 분석을 통한 수산화칼슘의 구조분석을 수행했고, UNIST 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계산과학을 통해 물이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반응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본 연구결과는 KBSI 서울서부센터 운영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 13.273, JCR 상위 2.80%)’에 최근 게재됐다.
KBSI 한옥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자 수준에서 화합물에 대한 구조 규명과 정량분석을 함께할 수 있는 NMR 분석기법의 장점을 잘 보여준 연구결과”라며 “앞으로도 NMR 기술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CO2의 저장·전환 등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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