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차에 최적화…양산은 적어도 5년 소요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2021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약 394만 대로, 2020년 228만 대와 비교하면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틀리, GM, 볼보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10년 이내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 모터를 회전해 주행한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구동 에너지를 얻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탱크에 해당한다.

 

고체 전해질로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 극복

현재 전기차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는 이차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다. 이차전지는 계속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방전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차전지와 다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는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이다. 양극과 음극이 배터리의 기본 성능을, 전해액과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정성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게 된 이유는 기존 이차전지의 단점이었던 메모리 현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모리 현상이란 완전히 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 시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게 되는 현상이다.

▲ 출처: 삼성SDI 홈페이지
▲ 출처: 삼성SDI 홈페이지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에 민감해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팽창,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이 발생하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전해질이 고체 상태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폭발이나 화재 위험에서 자유롭다.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이유가 안전성이 다는 아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보통 배터리 용량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그러나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용량을 키우는 건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부피가 큰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실내 공간이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과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크기가 작고 가벼우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아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과 화재의 위험성이 없어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운다. 부품 수가 감소해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배터리를 얇게 만들 수 있고, 구부리는 등의 다양한 형태도 가능하다.

아울러 1회 충전으로 최대 8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고,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의 충전으로 오래 가야 하는 전기차에게는 전고체 배터리가 최적일 수밖에 없다.

대용량 배터리는 자율주행차에도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 처리에 드는 전력 소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 기업인 투세라(Tuxera)는 자율주행차가 하루에 사용하는 데이터양이 11TB(테라바이트)라고 발표했다. 축구장 4개 크기인 반도체 공장에서 하루 45TB의 데이터가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따라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이뤄져야 완전 자율주행 시대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는 맞으나 아직 미완성

2020년 9월에 공개된 유럽 특허청과 IEA의 공동 연구 보고서(이하 EPO)에 따르면, 2005~2018년까지 배터리 및 기타 전기 저장 장치에 대한 특허 출원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4% 성장해 다른 기술 분야 대비 약 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6건에 불과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특허 출원은 2018년 211건으로 늘어나 연평균 25%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허 점유율을 기업별로 보면 일본의 도요타가 15.4%로 높고, 한국의 삼성과 LG는 각각 4.9%와 1.6%를 차지했다.

그러나 양산에 있어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오랫동안 진행한 도요타조차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낮은 이온 전도도 ▲높은 계면 저항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은 가격 등이 해결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허 출원 이후 샘플 생산, 파일럿 및 양산 라인 구축 등과 수많은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양산까지는 최소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