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융합은커녕 내부 혼란만 드러내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출범 6년째를 맞이한 SK그룹 지주사 SK㈜의 내부 거래 매출과 관련해 지주 부문과 IT 사업 부문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본지 취재에서 드러난 불통 문제는 조직 이기주의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IT 사업 부문인 SK C&C는 그동안 잘못된 정보를 언론사들에 고지함을 알고도 아무 조치가 없다. 

최근 본지 취재에서 SK C&C 관계자는 지난해 1~3분기 내부거래 금액 비중이 40%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발언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앞서 그는 ‘SK㈜ 내부 거래 매출(2조 6159억 원) 중 1조 가량의 매출이 SK C&C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주 부문 측의 설명에 대한 의견을 묻자 “SK C&C의 내부 거래 매출액은 5816억 원, 비중은 40%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며 다른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동일 법인인 SK㈜ 내부에서 불통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 “IT 사업 부문의 내부 거래 매출은 1조 26억 원, 비중은 76.5%가 맞다”며 말을 바꿨다. 답변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전날 말한 내부 거래 매출액인 5816억 원은) SK C&C의 입장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표시한 수치”라며 “수주액을 매출로 오인했다”고 변명했다. 반면 지주 부문 측은 “SK C&C 측에서 관계사 총 매출이 아닌 주요 관계사의 매출액만 합산해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본지 취재에서 나타난 불통 문제로 조직 이기주의가 표면화되기도 했다. SK C&C 관계자는 앞서 보도한 관련 기사(http://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566)의 수정을 요구하며 “같은 회사지만 지주 부문을 (높은 내부 거래 비중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보호할 생각이 없다. 본문 내용을 IT 사업 부문이 아닌 지주 부문에서 올린 내부 매출로 바꿔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직 이기주의는 ‘한 지붕 두 가족’과 비슷한 개념의 조직 체계인 ‘1사 2체제’와 관련 있다. 2017~2019년 도입한 ‘단일 체제’와 달리 두 대표가 각 부문을 맡는 ‘투톱 체제’다. SK C&C의 본업인 전산시스템 통합(SI) 서비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 재도입됐다. 해당 체계는 각 사업의 독립성을 높이는 대신 조직 사이의 심리적, 화학적 융합(convergence)을 느슨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SK C&C 내부 거래 매출 비교

SK C&C, 책임 떠넘기는 과정서 발생한 오류 인지하고도 수수방관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의 내부 거래 매출은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다. 하지만 SK C&C 측은 ‘매출’이 아닌 ‘수주’ 기준으로 계산해 실제 비중보다 30%p 가까이 줄어든 수치를 언론에 말해 왔다.

재무 지표에 대한 투명성을 입증받지 못했음에도 과소 집계된 수치는 다수 언론에서 보도됐다. 이와 관련해 SK C&C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에) 40%대라고 말해온 내부 거래 비중은 외부에 공시하지 않고 사내에서 관리하던 데이터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발표용’ 회계 기준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계산 방식을 몰랐어도 안 되지만, 고의적인 축소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회계 처리 기준을 고의로 자의적 해석·적용한 것이 맞다면 내부 거래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를 IT 사업 부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주 부문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 C&C 2016~2020년 3분기 영업이익률

합병 목적은 사업상 필요∙화학적 융합 아닌 최태원 그룹 지배권 강화?

SK㈜는 ‘최태원 체제’의 핵심적인 축이다. SK㈜가 SK그룹의 지주 회사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조는 지주회사를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 업체의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라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로서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한다. 양사가 합병한 해인 2015년을 기준으로 SK㈜의 최대 주주는 23.2%의 지분을 가진 최태원 회장이다. 

이는 합병 전보다 지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 7.4%를 더하면 30.6%가 돼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었다. 종전 ‘최 회장→SK C&C→SK㈜→사업자 회사’로 연결되던 지배 구조도 ‘최 회장→합병 회사→자회사’로 단순해져 그룹 장악력도 커졌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면서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이슈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지분 32.92%를 보유한 SK C&C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겨냥한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는 내부 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그러자 SK C&C는 같은 해 8월 SK㈜와 합병하며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의 지분율은 합병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23.2%로 줄었지만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 7.4%를 더하면 30.6%가 돼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었다. 종전 ‘최 회장→SK C&C→SK㈜→사업자 회사’로 연결되던 지배 구조도 ‘최 회장→합병 회사→자회사’로 단순해져 그룹 장악력도 커졌다. 화학적 융합 실패가 SK C&C의 분사로 이어질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다만 지난해 1사 2체제의 재도입은 결과적으로 SK㈜의 자충수가 됐다. 실제로 작년 3분기 SK C&C의 영업이익률은 대표 1명의 ‘단일 체제’였던 전년 동기 대비 약 43% 급감했다. 지난 5년 간 SK C&C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2016년 20.1% ▲2017년 23.5% ▲2018년 23.6% ▲2019년 16.5% ▲2020년 9.4%다. 체제 재구축의 명분으로 내건 ‘SI 사업 경쟁력 강화’에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SK㈜가 ‘개혁의 명분’을 점검한다며 1사 2체제를 버리고 사업부문의 통합을 추진하긴 어렵다. 각 사업 부문의 중복된 기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직 슬림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조직의 슬림화는 밀어내기식 인력 감축과 직결돼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업계에선 대기업이 SI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통로로 활용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통합(SI) 업체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통로로 이용되면 안된다”며 “총수 일가가 소유한 SI 업체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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