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최대 23.62%p↑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SK㈜ 전산 시스템 통합(SI) 사업 부문인 SK C&C의 내부거래 비중이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 관계사로서 중소∙중견기업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사업할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K C&C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동안 별도 기준으로 회사의 총 매출은 1조 3179억 원이다. 이중 관계사 매출은 1조 26억 원으로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08%에 달한다. 

내부거래 비중, 경쟁사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아

소위 SI '빅(Big) 3'로 불리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LG CNS와 삼성 SDS의 전년 동기 내부 거래 비중은 각각 52.46%, 62.08%다. 

내부 거래 금액을 제외하면 SK C&C가 같은 기간 올린 매출은 고작3152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SI 기업 가운데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이 없는 에스넷(3168억 원), 인성정보(2467억 원)가 지난해 1년 동안 올린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SK C&C가 캡티브를 제외하면 국내 오픈 마켓에서 이런 실적을 내는데 과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빅3여도 오픈마켓 공략에 대한 온도차는 존재한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LG CNS는 내부에 기댈 곳이 (경쟁사들보다) 적어 공공(입찰)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더 적극적인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진입장벽, 공정 경쟁 해쳐

정보 격차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해석도 내놨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공공 입찰시 캡티브 마켓이 있는 대기업과 나머지 기업들의) 정보가 공평하지 않다"며 "(특정 SI 기업이) 외부 고객사의 아웃소싱(위탁 처리)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 회사의 사업이나 투자 기회에 대한 예측과 관련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 C&C는 SK그룹의) 관계사이기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관계사)의 속성을 알기 때문에 아웃소싱 사업자로서 취할 수 있는 어드밴티지(이점)가 있다"고 지적했다. 

SI 대기업이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에서 그룹 관계사와 사업할 기회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그렇게 (관계사에) 의존해서 생존하는 기업 때문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기회가 원천 봉쇄되는 부분이 생긴다"며 "중소기업의 정상적인 사업 기회를 빼앗는 것은 공정 경제를 넘어 한국 경제 생태계 전반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성하 체제'가 떠안은 '외부 일감 확대' 숙제, 언제 푸나

SK C&C에 해외 시장 확대 등 외부 일감 확대는 풀어야 할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의존하다가 거래 대상 기업의 유동성 문제 등 외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리스크가 계열사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험은 SK C&C의 투자보고서 공시에도 언급된 지점이다. 그러나 취임 1주년이 지난 '박성하 체제'에서도 떠안은 숙제를 풀기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업계의 오래된 문제이자 숙제로 지적돼 왔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3사 모두 '해외에 나가자'라는 말은 있어왔고 오픈 마켓 시장에서 어떤 거래를 하고 포지셔닝할 것인지는 오랫동안 고민해 왔지만 복잡한 문제"라며 외부 일감 확대에 소극적인 국내 SI 대기업의 자세를 지적했다. 

이어 "SI 업계의 경영 환경이 대기업 위주로 고착화된 데는 공정 경쟁에 대한 의지 부족 탓이 크다"며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일감 나누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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