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켄터키州, C언어를 고교 외국어이수 대체과목으로 채택
- 영국, 올해 '컴퓨터 코딩의 해' 선언하며 코딩교육 대중화 추진
- C언어가 뇌의 언어처리 영역과 밀접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C언어를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 초 미국 켄터키주 상원은 공립고교 정규과목에 C언어를 외국어 필수이수과목의 대체학점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21세기 '국제패권어'가 된 디지털언어, 즉 C언어 능력을 향상시켜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게 법안발의의 취지다.

특히 C언어 과목을 필수이수과목으로 못박기보다 외국어 대체과목으로 선정해 학생들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한편 C언어에 대한 조기교육 기회를 자연스레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C언어가 외국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지, 이에 따라 불어나 스페인어 등 '진짜 외국어'의 존재감은 약화되지나 않을지 논란도 있다.

하지만 C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은 물론 시장, IT기업 CEO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컴퓨터 코딩의 대중화를 목표로 출범한 'Hour of Code' 캠페인 행사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지 말고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봅시다"(http://youtu.be/6XvmhE1J9PY)라고 독려했다.

Hour of Code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Code.Org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한 시간의 코딩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행사다.

지난 해 퇴임한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또한 지난 2012년 "코드카데미(Codecademy)를 통해 코딩 배우기"가 자신의 새해 결심 중 하나라고 트위터를 날려 C언어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코드카데미는 미국의 온라인 코딩교육 사이트로 CSS, HTML, 자바스크립트 등 다양한 C언어에 대한 인터랙티브 튜토리얼을 무료로 제공한다. 세계적인 IT뉴스매체인 테크크런치(Tech Crunch)가 '크런치어워드 2012' 교육부문 우승자로 코드카데미를 선정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에 영국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를 '코드의 해'(Year of Code)로 선정하며 정규 교육과정에 C언어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은 외국어 교육보다 C언어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Code.Org가 영국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응답자의 52%는 외국어보다 C언어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38%는 프랑스어, 32%는 스페인어, 24%는 중국어가 더 중요하다고 밝혀 적어도 영국 내에선 중국어보다 C언어가 더 중요하다는 비율이 두 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정보강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의 경우 6세 때부터 C언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며, 수학 및 과학 등의 교육과정 자체도 컴퓨터를 이용해 가르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한국 또한 소프트웨어 과목을 2018년부터 고교 정규과목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혀 IT업계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선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위 STEM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해 프로그래밍 언어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개발 중이다.

STEM교육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통합적으로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자는 교육 접근 방식으로 한국에선 Arts가 포함된 융합인재교육(STEAM)모델의 원조격이다.

C언어교육 강화 움직임에 대한 찬반논란도 뜨겁다. 외신정보 컨설팅기업인 코비즈미디어가 Reddit 등 주요 소셜미디어와 서베이 응답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프로그래밍 언어교육은 조기에 시작할수록 좋으며 미래 진로선택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레딧의 한 유저는 "외국어 대체과목으로 C언어를 채택하는 것은 마치 화단에 물 대신 게토레이(이온음료)를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다른 유저들도 C언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외국어 과목과 동격으로 간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C언어를 언어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는지, 외국어와 같은 영역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그래밍 언어가 인간의 언어처리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와 IT업계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덴마크의 Janet Siegmund 컴퓨터과학 박사를 필두로 한 국제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C언어와 인간의 언어를 접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비교분석한 결과, '프로그래밍 언어는 수학이 아닌 언어와 더 연관성이 깊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그래머들이 새로운 C언어를 이해하게 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은 수학적 사고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아니라 언어 영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수학적 사고능력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모국어 능력이 뛰어날수록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질을 갖추게 되는 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모국어를 잘 할수록 언어표현능력을 관장하는 관념의 사고 폭을 넓혀 결과적으로 외국어 학습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언어학계 일각의 주장과도 연관되는 부분이 있어 주목된다.

한편 올해를 '코딩의 해'로 선정하고 'Hour of Code' 캠페인을 적극 전개 중인 영국에선 프로그래밍 역량이 떨어지는 강사진의 자질 논란과 더불어 프로그래밍보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긴 코딩을 캠페인 제목으로 단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대대적인 마케팅에만 치우친 코딩 대중화 캠페인은 '실패한 PR'의 또 다른 사례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C언어가 21세기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영어가 20세기 글로벌 패권언어로 자리매김했듯, 21세기 디지털시대의 필수언어가 디지털언어, 즉 C언어라는 점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미국 인턴 월급 기준 상위 25개 업체 중 18곳이 페이스북과 MS, 구글 등 IT와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업들이라는 점은 이 같은 디지털언어의 커져가는 영향력과 중요성을 새삼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