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단위로 치열한 경쟁 펼치는 프로세서 업체들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지난 9월 가제트크러치(Gadget Crutches), 하드웨어헤븐(Hardware Heaven) 등 해외 주요 IT 매체들은 일제히 AMD의 글로벌 CPU 시장점유율이 37.5%를 달성했음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6년 48%에 이르며 인텔을 바짝 추격한 이후 서서히 잠식됐던 AMD의 시장점유율이 14년만에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호에서는 CPU 분야에서 AMD가 이처럼 선전하는 이유와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는 GPU와 AI칩의 시장 동향에 대해 살펴본다. 

AMD의 추격이냐, 인텔의 수성이냐?

인텔과 AMD의 뿌리는 1956년에 설립된 페어차일드 반도체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나온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1968년에 설립한 회사가 인텔이고, 1969년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나온 제리 샌더스와 7명의 이사가 만든 회사가 AMD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인텔은 뛰어난 경영능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그렇게 계속 잘나갈 줄만 알았던 인텔은 2000년대 초 펜티엄 4를 출시하면서 발열 이슈와 소비전력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AMD는 2003년 애슬론 64 시리즈를 발표하며 조금씩 시장을 잠식해 갔고, 2005년 5월에는 애슬론 64 X2를 내놓으며 멀티 코어(당시 2코어)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AMD는 하이엔드 제품군에 애슬론 64 X2, 미드레인지에 애슬론 64, 보급군에 샘프론으로 전 제품군에 걸쳐 빈틈없는 라인업을 형성했다. 그 덕분에 2004년 41.6%의 CPU 시장점유율에서 2006년에는 48%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인텔의 시장점유율 58.4%에서 51.6%로 하락했다. 

이에 인텔은 2006년 7월 코어2 듀오를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바심이 생긴 AMD가 그해 12월 65nm 공정의 브리즈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서 AMD는 브랜드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는 사업전략을 진행하고 만다. 인텔 제품을 이기기 위해 브리즈번의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인데, 이로 인해 AMD 제품군은 보급형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게 된다. 

이후 AMD는 또 한 번의 패착을 뒀다. 2011년 출시한 불도저 마이크로아키텍처는 캐시 메모리 용량은 커졌으나 캐시 접근 레이턴시가 동시에 늘어났고 미세공정 수준도 뒤쳐진 탓에 전력소모가 컸으며 발열 문제가 생겼다. 

2006년 이후 인텔은 10여 년간 독주체제가 굳혀갔다. 인텔의 아성을 무너트린 계기는 2012년 프리스케일에서 AMD 부사장 겸 총책임자로 이직한 리사수의 등장이었다. 그해 리사수(2014년 CEO 취임)는 애슬론 64 설계를 담당했던 짐 켈러를 3년간의 특별계약으로 다시 불러들여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Ryzen)을 개발했고 2017년 세상에 공개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4nm 공정에 머무르며 미세공정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AMD의 추격을 허용했다. 

AMD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월 7nm 기반 기업용 노트북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프로 4000시리즈 모바일 제품군을, 지난 7월 7nm 기반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번에 37.5%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한 것은 이와 같은 라이젠 시리즈의 연속적인 성공과 관련이 깊다. 

인텔과 AMD의 CPU 시장점유율 변화 (자료=패스마크(PassMark))

인텔의 아성을 무너트리고 있는 AMD의 추격에 절치부심하던 인텔은 지난 9월 2일 드디어 10nm 슈퍼핀(SuperFin) 기술을 적용한 11세대 인텔코어 프로세서(코드명 타이거 레이크)를 발표했다. 인텔은 슈퍼핀 기술을 통해 이전 세대 대비 20% 이상으로 성능을 향상했으며, 내장그래픽은 1.5~2배, 인공지능(AI) 성능은 4배 이상 향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질 새라 지난 10월 AMD는 350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FPGA(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인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AMD는 두 회사의 조합으로 AMD가 한 단계 더 높은 고성능 컴퓨팅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을 얻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인텔의 독주로 CPU 발전이 더뎠던 만큼, 향후 AMD의 추격과 이를 따돌리려는 인텔의 행보가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돼 이 분야의 기술 발전에 기여할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각축장, 그래픽카드

전 세계 PC GPU 선적량 점유율 (자료=존 페디 리서치)

존 페디 리서치(Jon Peddie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인텔이 전 세계 PC GPU 시장(Graphics Processing Units)에서 64%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5억 대 이상의 GPU를 출하한 AMD는 18%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엔비디아(Nvidia)는 1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PC GPU는 컴퓨터의 모든 이미지를 렌더링하도록 최적화된 특수 프로세서다. 이 프로세서는 내장, 혹은 외장(디스크리트) 그래픽카드로 나눌 수 있다. 인텔 GPU는 내장 GPU로써, 중앙처리장치(CPU)와 동일한 다이 위에 구축된다. 

전 세계 PC 외장 GPU 선적량의 시장점유율 (자료=존 페디 리서치)

외장 GPU는 CPU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형 구성 요소다. 이 제품군은 엔비디아와 AMD가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포인트 증가한 전 세계 외장 GPU 시장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MD의 시장점유율은 엔비디아의 증가분만큼 감소해 지난 2분기 20%에 머물렀다. 

내장 GPU는 그래픽 처리 기능을 전문화한 외장 GPU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리 인텔이 GPU 전체 시장에서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능 면에선 인정을 못받는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에서의 엔비디아 외장 GPU(GPGPU)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텔도 이 사업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료=인텔 유튜브)

지난 8월 인텔은 로드맵 행사를 통해 영상·빅데이터·AI에 최적화된 xe-HP와 게이밍용 Xe-HPG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ccfTech는 이 제품이 TSMC의 6nm 제조공정으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TSMC의 7nm 공정보다 논리 밀도면에서 18%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1월 12일에는 Xe-LP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데이터센터용 외장 GPU를 공개하기도 했다. 

 

7년 안에 8배 성장 기대되는 AI 칩

최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IoT의 개발과 적용이 활발해 지면서 AI 칩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 파트너(Insight Partners)는 2020년 전 세계 AI 칩의 매출액이 101억 4000만 달러(약 11조 2800억 원)에서 2027년 약 832억 5000만 달러(약 92조 6489억 원)로 무려 약 8.2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계 AI칩 매출액 변화 (단위: 십억 달러)

특히 스마트폰용 엣지 AI 칩 출하량은 2020년 5억 대에서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점점 더 엣지 AI 칩을 사용할 다른 장치로는 태블릿, 스마트 스피커, 웨어러블 등이 있다. AI 칩보다 뛰어난 보안성과 효율성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센터들이 자사 프로세스와 시스템에서 AI의 광범위한 구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칩 매출의 전반적인 성장을 주도하면서 더욱 강력하고 첨단 머신러닝(ML)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전문 AI 칩이 필요하다. 

전 세계 엣지 AI 칩의 선적량 예측치 (자료=딜로이트, 마켓앤마켓)

딜로이트(Deloitte)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엣지 컴퓨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2024년까지 전 세계 수익이 90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엣지 컴퓨팅 장치와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은 2028년까지 1460억 달러(약 14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엣지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135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2020년 시장규모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프코어와 엔비디아 AI칩의 트랜지스터 수 비교 (자료=더 버지(The Verge))

엔비디아는 GPU의 그래픽 출력 기능을 축소하고 CPU의 연산처리 능력을 극대화해 AI 컴퓨팅 작업에 적합하도록 만든 GPGPU로 AI 칩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엔비디아가 A100 칩을 발표해 트랜지스터 수 54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세계 최대 프로세서가 됐다. 그러나 AI 칩의 신흥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래프코어(Graphcore)가 그로부터 두 달 후인 7월 594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프로세서인 콜로서스(Colossus) MK2를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프코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AI 칩 스타트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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